레노버는 PC 업체일까, 아닐까? 아마 이 물음에 가장 먼저 답하고 싶었던 것은 레노버였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레노버의 첫 글로벌 행사인 ‘레노버 테크 월드’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 5월 26일, 베이징 W 호텔 지하 2층에 모인 아시아 지역 블로거와 미디어 앞에서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물론 레노버가 PC 업체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PC 업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적어도 레노버의 과거를 알고 오늘을 보면 지금의 레노버는 예전과 다른 레노버다. 일단 레노버의 현재 지표를 보자. 지난 해 올린 매출 460억 달러. 원화로 47조에 이르는 돈이니 결코 적지 않다. 1995년에 시작한 가정용 PC 기업이 낸 오늘의 성적표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 PC만 팔아 끌어낸 성적표라고 하기엔 액수가 너무 크다.
그도 그럴 듯이 레노버는 PC 사업을 한 축으로 서버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모바일 등 사업의 축을 다각화해왔다. 전통적인 PC 사업은 여전하고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추가한 데다 기업용 시장에서 쓸 제품 목록을 꾸준하게 써왔던 것이다. 또한 레노버의 편중된 매출 지역의 균형도 바로 잡으려 애썼다. 로더릭 래핀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3년 전만 해도 레노버는 대부분의 매출을 중국 시장과 PC 부문에서 얻었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과 제품군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면서 2년 동안 세계 판매 1위가 된 PC 부문과 3위의 태블릿과 스마트폰, 경쟁력을 갖춘 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성과를 설명했다. 덕분에 매 1초마다 5대의 제품이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시간은 흘렀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했던 레노버다. 아마도 10여년 전 레노버가 IBM의 씽크패드 사업부를 인수한 사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뉴스 순위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매출 30억 달러에 불과했던 레노버가 그 3배 이상을 벌고 있던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것을 상식적으로 볼 수 있는 구석이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돈이 넘치는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엇비슷한 기업끼리 더 큰 시너지를 위해 뭉치는 것은 이해하기 쉽다. 반면 더구나 PC 시장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던 그 때 IBM의 씽크패드 사업부를 삼키는 레노버의 과감한 결단을 이해하는 건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레노버는 그 이후에도 그렇게 상식을 벗어난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뉴스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NEC와 미디언을 사들이고 레노버 모바일을 합병했으며, EMC를 인수하고 모토롤라를 구글로부터, 시스템 X 사업부를 IBM으로부터 가져왔다. 단순히 몸집을 불리기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들은 다양한 세계의 테크 유산을 상속한 것이라고 말한다. 가정용 PC 기업에서 10여년 전 씽크패드를 인수해 기업 PC시장으로 진출한 뒤 NEC와 미디언을 사들여 PC사업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보강한 것도, 레노버 모바일의 합병 이후 구글로부터 데려온 모토롤라로 중국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브랜드를 얻고 EMC와 IBM 시스템 X 사업의 인수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을 챙긴 것 모두 테크 유산을 상속해 더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명한 전략, 혁신적 제품, 세계의 다양한 인재를 수용해 인수와 합병으로 물려 받은 여러 테크 유산을 더 크게 불린 재능 만큼은 인정받아야 할 레노버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PC와 스마트폰은 중국 제품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고, 태블릿은 여전히 더 성장을 시켜야 하며 많은 지역에서 철수한 모토롤라를 되돌려놔야 한다. 또한 서버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인 HP와 델을 물리쳐야 한다. 레노버가 테크월드라는 첫 글로벌 행사를 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각 현안 가운데 선진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값싼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큰 숙제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같은 시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역동적이고 참신한 새로운 로고를 들고 왔지만 유투브, 페이스북으로 통하는 젊은 세대 들에게 무작정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로더릭 래핀 AP 사장은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 많은 투자를 했던 게 아닌 만큼 1년 정도 시간을 갖고 노력한다면 한국이나 홍콩, 대만 같은 선진 시장보다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 좀더 나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이미지를 버리는 게 아니라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더불어 모토롤라의 행보도 관심 대상 중 하나다. 이미 모토롤라는 구글에 인수될 당시 아시아 지역의 사무소를 대부분 폐쇄했다. 이를 인수한 레노버는 중국에서는 자체 브랜드인 레노버를, 선진 시장에서는 모토롤라를 앞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쓴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에 모토롤라가 돌아오냐는 것. 이에 대해 로더릭 래핀 AP 사장은 적어도 18개월 안, 그러니까 내년 안으로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40여개의 맞춤형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모토메이커를 통해 접하게 될 것이라면서 처음으로 복귀 시한을 예고했다. 물론 이는 여러 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발언임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머지 않아 보게 될 때 조금씩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마도 이와 관련한 첫 번째 발표는 내일 열리는 레노버 테크월드에서 보게 될 것이다.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행간이 좁아서 읽기가 다소 어려운데 이를 늘려주시면 좋을듯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말씀 주신 내용 확인하고 좀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구조로 손을 보겠습니다. ^^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행간이 좁아서 읽기가 다소 어려운데 이를 늘려주시면 좋을듯 싶습니다.
깜빡 했네요. 줄간을 좀 넓혔습니다. 다만 PC에서 볼 때는 확실히 넓게 보일 텐데, 모바일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