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HD DVD로, 일본은 블루레이로 가는 차세대 성인물

개인적으로는 차세대 영상 시장과 성인물 산업이 접목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시장의 경쟁력을 갖기 위한 양 산업의 협력은 불가피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전 영상 시장에서 성인물과 끈적끈적한 관계를 맺은 진영만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차세대 영상 시장에서 또다시 성인물이 다시 한 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몇 달 전에 소니가 성인 영상물에 대한 블루레이 디스크 제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와전된) 발언이 전해지자 차세대 영상 시장의 양대 진영의 희비가 교차되는 일이 있었다. 성인물 업계가 블루레이 디스크 대신 HD DVD 진영을 지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소니는 이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음을 서둘러 수습하려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황이었고, 블루레이 디스크가 그들의 든든한 응원군(?)을 스스로 걷어찬 꼴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소니가 변명을 했다지만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이 성인물 생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었다. HD DVD가 낮은 가격과 쓰기 쉽다는 특징만으로 미국 성인물 업계의 지지를 끌어냈다기보다 해당 진영에 참여한 기업들의 반대가 거의 없었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에는 성인물 제조에 반대하는 정책을 가진 디즈니의 압력으로 인해 실제 성인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컨텐츠를 담은 블루레이 디스크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일부 기업뿐이라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에서도 강력한 컨텐츠를 가진 디즈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인물을 출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반전이 생겼다. 소니가 성인물 업계와 일본의 블루레이 디스크 생산 업체에 대해 분리대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나선 것이다. 소니는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어덜트 트레저 엑스포에서 일본 성인물 업계를 상대로 기술적 지원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블루레이 디스크로 프레싱 하기 위해서 도움이 필요한 영상 업체들에게 기술적 지원을 한다는 의미일 뿐이지 소니가 직접 양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크게 신경 쓸 가치가 없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소니가 이같은 기술적 지원을 한다는 것은 블루레이 디스크로 성인물을 낼 수 있도록 다른 문제를 해결했다는 숨은 의미도 담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프레스 관련 매듭을 풀기 위해 소니는 블루레이 디스크 생산에 필요한 장비들을 대만 업체에 넘겼다. 대만 업체들은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의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라 성인물 생산에 걸림돌이 없어진 것이다. 즉, 일본 성인물 업계는 컨텐츠를 대만 업체들을 블루레이 디스크로 생산하고 이를 다시 일본으로 가져와 유통하는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차세대 영상 매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DVD 성인물의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일본에 공급하는 것과 같다). 대만 업체들이 오는 8월부터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데다, 일본 성인물 업체마다 한 달에 1개 이상의 블루레이 디스크 성인물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블루레이 디스크를 통한 성인물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반쪽(일본 성인물)이나마 차세대 영상 시장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성인물을 끌어 안게 된 블루레이 디스크. 정말로 날개를 단 것인지 아닌지는 이제부터 차차 확인해야 할 것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3 Comments

  1. 2007년 8월 1일
    Reply

    전 RSS 제목 앞부분만 보고도 바로 나오는 내용이 포-르노씨일 줄 알았답니다 -ㅅ-(잡지들 마다 블루레이-HD DVD는 포르노에 달렸다라고 기사를 써대니까 말이죠)

    전에도 그랬지만 베타와 VHS의 싸움에서도 역시 포-르노씨 덕분에 VHS가 이긴 거였죠.. 아마 디스크 형태의 이 차세대 물건((?))도 마찬가지로 되지않을까 합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이제 X티즌님들도 바빠지겠군요. 40GB~80GB에 달하는 블루레이의 내용을 언제 공유하고 앉아있고 또 언제 퍼뜨릴지… 어쩌면 용량이 ‘큰’ 것 때문에 업계에서 블루레이를 더 선호할지도 모르겠군요. 일단 불법공유하기가 예전에 비해 훨신 힘들테니까요(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그걸 인코딩하고 또 블루레이 디스크 전체를 받으시는 엄청난 분들도 있더군요…아직까지는 애니메이션 정도 범위이지만 입니다.)

    또 그런 쪽에서 화질을 따지시는((????)) 분들도 블루레이 쪽으로 기울지도 모르겠네요. 전 가끔 미국 사이트에 놀러가고는 하는데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성인게시판) 주요관심사가 ‘고화질’의 포르노였는데, 아마 전세계 포 가문을 꽉 쥐고 있는 일본이라면 ‘포-블루레이’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혀 예상 외의 결과로 예전에 비해 선택이 많아진 요즘에는 일반용은 HD DVD가 되고 ‘포’씨는 자가용으로 블루레이를 탈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요즘은 앉아서 화면의 글자만봐도 재미있는 일이 쏟아지니 참 좋습니다 ㅎㅎ

    • 2007년 8월 1일
      Reply

      제목만 보고 맞추시다니.. 돗자리 하나 까셔도 될 것 같은데요?

      시마시마님 말씀대로 립으로 뜰 가능성이 높지요. 지금도 HD DVD나 블루레이 영화 타이틀이 대용량 립으로 뜨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대용량의 혜택을 누리는 건 웹하드 업체가 아닐까 합니다만.. ^^

      아무튼 화질을 중요시 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이야기일 겁니다. 다만 화질보다 작품의 질이 더 중요하지 않을지… ㅎㅎ

  2. 2007년 8월 1일
    Reply

    포르노를 빼 놓고는 영상산업의 발전을 빼놓 수 없는게 현실이죠..

    비단 영상산업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이라던지.. 암튼…지대한 공언을..ㅋ

    • 2007년 8월 1일
      Reply

      그렇죠… 성인물은 모든 IT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마치 전쟁이 무기 발전을 이끌듯이 말이죠..

  3. 2007년 8월 1일
    Reply

    다른건 다 제끼고 ‘어덜트 트레져 엑스포’ 요게 눈에 젤 확 들어오네요.
    어덜트 트레져라.. 일본사람들 이롬도 참 우아하게 짓네 ㅋㅋ

    블루레이 소니가 사활을 걸고 미는데 어떻게 될지 뭐 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얼리어답터는 아니기에…

    • 2007년 8월 1일
      Reply

      민트님 말씀 듣고 보니 참 절묘하게 지은 듯 하네요.. ㅋㅋ

      소니가 이런 방법까지 써가면서 성인물 시장을 껴안은 걸 봐서는 갈 때까지 가자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

  4. 2007년 8월 1일
    Reply

    어덜트 트레져 엑스포…ㅡ_-…

    저는 아직 어려서 패스하렵니다;;;

    • 2007년 8월 2일
      Reply

      미국에는 어덜트 비디오 어워드가 더 잘 알려졌다지요? ^^

  5. 2007년 8월 2일
    Reply

    칫솔님의 해당 포스트가 8/2일 버즈블로그 메인 탑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6. 2007년 8월 4일
    Reply

    (…)

    그 뭐시기가 그 정도의 위력인가요? ;;
    이거 뭐, 안타깝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훌륭한 기술이 그것뿐으로밖에 쓰일 수 없나..싶기도 하고..

    애매모호한 생각이..ㅠ

    • 2007년 8월 5일
      Reply

      원래 훌륭한 IT 기술일수록 성 산업과 결합해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다죠? -.ㅡㅋ

  7.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마도 다들 알고, 당연하다 생각하실 겁니다. 아무리 기계가 좋고, 값싸고 이것저것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컨텐츠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그 좋은 기계는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