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두께 기준을 만족해도 바이오T를 울트라북으로 거침없이 소개하는 건 참기 힘들다. 바이오 T는 소니의 울트라북이지만, 사실 과거 소니가 대중성을 지향하지 않을 때 독창적이었던 노트북보다 훨씬 두껍게 보이니까. 오랫동안 소니 노트북을 접했던 이용자의 입장에서 더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소니 개발자들의 DNA가 소니 울트라북에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그 기대가 너무 과했고 환상은 무너졌다. 소니의 DNA를 상실한, 그냥 시대의 흐름에 묻어 가는 제품쯤으로 보이는 게 착각이어야 할텐데…
하지만 바이오 T가 제품으로서 갖는 가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울트라북이라는 가치에 쓸데없이 공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바이오 T는 고성능 노트북으로써 충분히 주목받을 재목이다. 저전력이지만 고성능 프로세서를 얹고 이동할 수 있게 설계된 노트북이라면 바이오 T는 가치가 분명 있다. 때문에 소니가 울트라북의 환상을 덧씌우기보다 얇은 고성능 노트북으로 소개하는 편이 그 목적의 노트북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을 이들을 붙잡는 데 더 효과적일 게다.
바이오 T는 화면 크기와 프로세서에 따라 모두 4개로 나뉘는데, 이번에 살펴본 제품은 13.3인치 화면과 3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넣은 맨 위 기종, SVT13117FKS이다. 일단 화면과 프로세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잠깐 짚고 가자. 프로세서는 3세대 코어 i7다. 하지만 이 프로세서(코어 i7-3517U)는 듀얼 코어라는 점을 기억하라. 사실 3세대 코어 i7 저전력 프로세서는 모두 듀얼 코어다. 클럭 속도는 1.9GHz, 터보 부스트가 작동할 때 최대 3GHz까지 작동하는데, 저전력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는 점에선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성능을 보여줄 화면은 평범하다. 바이오 T의 13.3인치 화면의 문제보다 1366×768의 해상도 문제다. 낮은 것도 높은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그것일 뿐, 더 이상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 떠오르는 게 없다.
그래도 바이오 T를 시간을 두고 뜯어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보인다. 젠더를 쓰지 않고 외부 장치와 연결할 수 있는 단자(HDMI, 랜, D-Sub 등) 구성, 절전 모드에서도 충전 가능한 USB, 다른 경쟁 제품과 다르게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점, 메모리 모듈을 추가할 수 있는 확장성 등 부각시킬만한 차별성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얇게 만들기 위해 이러한 확장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일쑤여서 오히려 그 반대로 움직여 편의성을 지켜낸 건 그나마 잘한 점이다.
하지만 몇몇 흥미를 끄는 것은 내부 소프트웨어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제조사에서 넣은 소프트웨어가 많지만, 몇몇은 꽤 쓸모가 있다. 백업과 복원 모델은 이제 어느 노트북에서나 다 볼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을 빼더라도 바이오 케어 같은 소프트웨어는 정말 필요했던 것 중 하나다. 바이오 케어는 노트북의 상태를 체크해 이용자에게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물론 그 해결책 중에 유료가 있다는 게 좀 걸리지만, 어쨌거나 지금 바이오T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이용자에게 제안한다. 그 제안에 이용자는 결정만 내리면 될 뿐으로 한결 관리가 편해졌다. 더불어 바이오 제스처는 또 다른 가능성이다. 화면 위 웹캠이 손의 움직임을 읽어 음량을 조절하거나 사진을 넘길 수 있는 기능으로 지금 당장 쓸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노트북을 미디어 재생 장치로 쓰려는 이들은 이러한 제스처가 주로 쓰는 소프트웨어에서 쓸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 바람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기능은 살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면 잠시 스쳐갈 뿐일 기능일 것이다. 인텔 도난 방지 기술도 포함되어 있는데, 3개월 까지만 무료로 서비스된다는 점은 좀 의아한 부분이다.
최소의 확장성을 보장하고 몇몇 소프트웨어가 흥미를 끌었지만 필자가 바이오 T에서 확실하게 실망한 요소가 하나 있다. 키보드가 붙은 장치는 어찌됐든 키보드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내 지론인데, 바이오 T는 그 점에선 낙제점에 가깝다. 두터운 본체에도 불구하고 각 키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키를 두드리는 감이 거의 없고 낯설다. 키를 누르는 확실한 느낌을 받고 싶은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점은 배터리다. 2시간짜리 풀HD 영화를 재생한 뒤에도 거의 2시간 여 잔여 배터리가 남았다. 같은 영화를 재생했을 때 남은 배터리가 거의 없거나 그 전에 탈진해 버리는 다른 노트북과 비교하면 바이오 T는 체력을 잘 길렀다. 꾸준하게 동영상을 보는 작업이 아니라면 한번 충전으로 외부에 돌아다니면서 작업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 배터리 걱정을 덜어주니 확실히 마음은 편했다. 팬 소음은 상황에 따라 이중적이다. 배터리를 쓸 때는 조용하고, 전원에 연결했을 땐 강한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력 상태에 따라 성능을 조절하느라 그런 것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그저 조용하게 쓰고 싶을 때 전원 케이블을 살짝 뽑기만 하면 된다.
덧붙임 #
1. 참고로 바이오 T는 내장 그래픽(인텔 HD 그래픽스 4000)을 쓴다. 최소 그래픽 옵션으로 디아블로3는 무난하게 수행한다. 저장 장치는 256GB SSD(샌디스크), 램은 4GB다. 램은 추가 슬롯을 이용해 확장할 수 있다.
2.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도 작동한다. 단, 소니가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약간 버벅거림은 있지만, 그런대로 쓸만했다.
소니의 아이덴티티(?)는 가성비 최악 / 드럽게 비싸! 가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
그래도 많이 내려왔습니다. 하위 모델은 100만원대 초반이거든요~
17GK 149만이였을때 살려고했는데 재고 없어서 169만에 주고 샀던 끔찍한 기억이;;;
결국 정가 주고 사신거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