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막내 도령의 운명을 벗지 못한 오픈마루

오픈마루. 설마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그건 호두마루였어요~ -.ㅡㅋ ) 오픈마루는 개발 조직입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임 개발 업체, 엔씨소프트의 소속이지요. 아니 소속이었다고 하는 게 올바른 표현이겠네요. 이제 없어졌거든요. 점잖게 말하면 오픈마루가 문을 닫은 것이고, 까칠하게 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 해체되었다고 해야겠지요. 그제 이와 관련한 마지막 공지를 띄웠습니다.


오픈마루라는 이름의 마지막 포스팅
http://blog.openmaru.com/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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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루가 공중분해된다는 마지막 글을 읽고 나니 오픈마루를 만났던 2년 전 시간이 떠오릅니다. 헤럴드 경제와 TNM에서 IT 기업들을 탐방하는 ‘블로거가 간다’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 NC 소프트에서 김택진 대표와 오픈마루 김범준 실장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날 간담회의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지요.


엔씨소프트의 오픈마루 아시나요?
https://chitsol.com/entry/엔씨소프트의-오픈마루-아시나요


당시로 돌아가보면 오픈마루는 제법 신선한 느낌의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었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다룰 수 있는 여러 소셜 기반 서비스를 선보였지요. 지인과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노트 ‘스프링노트'(http://www.springnote.com )와 블로그나 뉴스의 짧은 내용을 스크랩하는 인터넷 형광펜 ‘레몬펜'(http://www.lemonpen.com ), 이런저런 목록을 정리하는 롤링리스트(http://www.rollinglist.com ),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라이프팟(http://www.lifepod.co.kr )이 있었습니다. 아마 당시 블로그를 했던 이들 중에는 이 서비스 중 하나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 지 모릅니다만, 지금은 스프링노트를 제외하고 지난 3월 말 서비스를 중지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픈마루가 했던 서비스 중에서 제가 즐겨썼던 서비스는 스프링노트와 레몬펜이었습니다. 스프링노트는 구글 독스와 비슷했지만, 좀더 익숙한 느낌이었고, 레몬펜은 제 블로그를 이용하는 이들을 위해서 달아 놓았던 서비스였습니다. 사실 스프링노트보다는 레몬펜의 SNS에 꽤 기대를 걸고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서비스 역시 접은 상태지요.


레몬펜, 블로그에서 이뤄지는 SNS를 주목하며…
https://chitsol.com/entry/레몬펜-블로그-상에서-이뤄지는-SNS를-주목하며


사실 개발 업체가 아니라 하나의 조직이 사라지는 것이 대수는 아닐 겁니다. 큰 회사도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마당에 일개 조직 하나쯤 없어지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한번은 대화를 했던, 게임 회사 내부의 소프트웨어 조직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기억되는 오픈마루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모자랍니다.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어딘가 모르게 감정이 미묘합니다.


오픈마루는 지금까지 운영했던 서비스의 유전자가 엔씨의 다른 상품으로 녹아든 것으로 자위하고 있지만, 스스로 더 강한 유전자는 되지 못했습니다. 엔씨톡와 아바타북, 아이온템이라는 서비스에 그동안의 개발 노하우를 담았다지만, 이를 위해 수많은 이용자들의 아이디어와 시간을 보탰던 서비스들을 지키진 못했습니다. 결국 웹 개발 조직, 또는 독립 업체로서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는 사실도 변함 없습니다. 서비스의 유전자가 녹아들었다는 긍정적 의미보다 조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일이었습니다. 살림이 넉넉한 게임 개발 업체의 별동대격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이같은 태생적 조건으로 인해 어쩌면 잘난 부모 덕에 호강하는 부잣집 막내 도령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을 몰랐던 것은 새롭고 신선한 서비스의 출현에 열광했던 우리뿐이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제가 열광했던 서비스를 만들었던 오픈마루 개발자들의 유전자가 더욱 강해졌기를 말입니다. 저는 그들을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제2의 오픈마루가 나타나길 기대하면서.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0 Comments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지금은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

  1. 2010년 6월 29일
    Reply

    저도 레몬펜 서비스는 정말 독특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발전 여지가 많다고 봤는데, 중지하는 것이 좀 아쉬었지요. 댓글을 다는 방식을 혁신할만한 가능성이 있었는데, 기존 블로그의 댓글과 연계할 수 없다는 게 활성화를 막은 걸림돌이 아닐까 싶어요. 가령 레몬펜으로 작성한 댓글이 본문에는 레몬펜 형식대로 남아있고 동시에 아래 댓글 영역에도 들어가는 형태였다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았을테지만….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사실 레몬펜에 주목한 것은 펜으로 그은 지인의 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는 점이거든요. 댓글도 가능했구요. 근데 어느 순간 그 기능을 아예 빼버렸는데 그 순간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아쉬움이 컸습니다.

  2. 2010년 6월 29일
    Reply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존재 자체 만으로도 참 즐겁고 희망적인 조직이었는데…

    3년 전 그때가 생각나네요. R.I.P Openmaru !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이름도 좋았잖아요. 오픈마루… 다시 부활을 기대합니다. R.I.P보다는 R.E를 기다리며~ ^^

  3. 2010년 6월 29일
    Reply

    그래도 스프링노트만큼은 NC에서 책임지고 서비스를 이어갈 것 같아서 그나마 위안을 삼습니다.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네.. 유일하게 살아남긴 했는데, 그것 역시 불안불안 합니다~

  4. 2010년 6월 29일
    Reply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도대체 뭔지…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NC소프트에서 게임 대신 웹서비스를 개발하던 조직이었습니다. ^^;

  5. dylanseo1995
    2010년 6월 30일
    Reply

    이름이 생소한데;;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NC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조직은 아니었거든요~

  6. 2010년 6월 30일
    Reply

    스프링노트는 그대로 운영하는 거 아닌가요?
    ㅠ.ㅜ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네.. 그대로 운영은 합니다… 만 그 운명은 어찌될지는 모르지요~ ^^

  7. 2010년 6월 30일
    Reply

    마지막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오픈마루팀 분들이 보고 힘 내셨으면 합니다.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네. 그분들은 계속 진화해 나가셨으면 해요~ ^^

  8. 2010년 6월 30일
    Reply

    스프링노트는 사내에서도 쓰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ㅎ
    몇년전 슬램덩크의 북산고교를 꿈꾸던 이들이 전국대회도 못나가고 해체된 셈이네요.
    아쉽습니다.

    • 칫솔
      2010년 7월 1일
      Reply

      비유가 그럴싸 합니다. ^^
      저도 구글 독스보다 더 많이 쓰던때가 있었죠. 지금은 쓰임새가 줄어 아쉬울 따름이라는…

  9. 2010년 7월 1일
    Reply

    제 블로그에도 한 때 레몬펜을 적용한 적이 있었는데, 해체 소식을 듣게 되는군요….

    • 칫솔
      2010년 7월 4일
      Reply

      저도 끝까지 달고 있었는데, 서비스 중단 소식을 듣고 아쉽게 내렸답니다. 정말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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