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며칠 전 회사에서 휴대폰을 몇 대 살 일이 생겨 새 휴대폰을 회사 근처 휴대폰 매장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70만 원이 넘는 고가 휴대폰을 3대 씩이나, 그것도 색상별로 준비해야 했기에 발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다. 그런데 깨끗한 새 휴대폰은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일단 그 제품들이 요즘에 구하기 어려운 휴대폰이기도 하지만, 매장마다 업체에서 발표한 공식가에 웃돈을 달라고 요구한 탓이다. 왜인지 궁금해 한 매장에서 이유를 물어보니 공기계만 팔면 매장이 얻게 될 이익이 줄기 때문이란다. 장려금을 받지 못하니 제 값 주고 공기계를 사려 해도, 기계만 팔아서는 남는 게 없는 매장에서는 당연히 꺼릴 수밖에.
이동통신사가 제품 판매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전형에서 보면 그다지 이상한 풍경도 아닐 게다. 휴대폰 매장이야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를 대신해 모집을 대행하면서 휴대폰을 파는 것 뿐이지만, 공기계만 파는 것보다는 이용자를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수록 그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많은 유통구조에서 보면 응당 당연한 이야기일 테니까. 그러니 공기계만 사겠다는 사람에게 그 값에다 매장 장려금을 달라고 하는 희한한 풍경이 그려지는 것이겠지.
장면 2.
역시 며칠 전이다. 새로 구한 휴대폰을 들고 모 통신사 지점을 들렀다. 신규 개통하기 위해서. 사실 완전한 신규 개통이라기보다 그 통신사를 두 달 전 해지한 적이 있어서, 서둘러 재가입하면 가입비 면제를 받을 수 있던 터라 그 통신사를 다시 고른 것이기도 하고, 새 공기계이니 만큼 별탈 없이 개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10분 여를 기다려 상담원과 마주 앉았다. 그 날 따라 왜 그리 사람이 많았던지. 마주 앉은 상담원의 표정을 보니 판에 박힌, 친절한 척하는 느낌만 강했다. 아무튼 신규 개통이 목적이라 새로 개통하러 왔다면서 공기계를 들이밀었다. 표정이 살짝 바뀌며 내게 물었다. “어디서 구하신 거죠?”. 어라? 새 휴대폰 가져가면 바로 개통하는 게 아니었던가. 일단 의문을 잠시 접고 휴대폰을 구매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필요한 서류를 주고 기다렸다. 그 뒤로 10분 정도 흘렀나. 상담원이 분주히 움직이다가 어디서 구했냐고 내게 또 물었다. 이제는 짜증이 났다. 그 짜증에는 왜 묻는지에 대한 궁금함도 섞여 있었다.
겨우 마주 앉은 상담원에게 도대체 무슨 문제냐 했더니, 미리 가개통된 휴대폰 목록에 내가 준 휴대폰이 등록되어 있지를 않아서란다. 가개통, 가개통이라… 어쩌면 상담원이 내게 이야기를 잘못했을 수도 있다. 매장에서 가개통한 휴대폰 이력을 추적했다는 부연 설명만 안했더라면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그 상담원이 내 휴대폰의 이력을 물어본 것은 매장에서 사왔느냐 아니냐였던 것이고, 그 매장의 상호를 알고 싶었던 것이었다. 가개통 목록에 있었을 어느 매장 상호 말이다.
처음부터 매장에서 산 게 아니라는 말에도 가개통 목록에서 휴대폰을 찾는 센스. 상담원의 실수일까, 이통사의 가입 프로세스일까? 얼마 전 가입한 S사는 안 그렇던데… 아무튼 새 휴대폰으로 신규 등록이 얼마나 어려운 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장면 3.
사실 새 공기계를 지점에서 가져가 직접 등록하려 한 것은 개인정보 관리 문제도 또다른 이유였다. 아무래도 가입 서류와 신청서가 여러 손을 거치면 나도 모르는 곳에 쓰일 것 같은 불안감은 여전했으니까.
이 업체는 개인정보 위탁과 제공에 따로 동의를 받는다. 위탁은 이통사와 업무 제휴를 맺은 업체에게 내 개인정보를 맡기는 것일테고, 제공은 그들의 업무가 아닌 제휴에 의해 상관 없이 준다는 뜻일 게다. 일단 상담원은 개인정보 수집, 이용, 위탁에 관한 동의에 반드시 체크 표시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지점에서 받은 신청서에 있는 약관을 유심히 읽어 어디서 내 정보를 어디에 쓸까 살펴봤다. 그런데 별 희한한 곳까지 다 위탁을 하더라. 특히 제휴신용카드 모집, 신상품 소개 하는 데 내 정보를 쓰라고 위탁 동의하라니… 업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 더구나 택배 회사에 왜 내 정보를 위탁할까? 거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명시되지 않은 업체를 빼고 모두 26곳의 업체에 내 정보를 위탁한단다. 그 약관에 써 있는 업체수만 세어 본 것이다. 정말 26개 업체에 다 위탁할 필요가 있는 걸까? 몇몇은 그와 상관 없어 보이는 데. 그 이동통신업체와 관련이 없는 일에는 쓰지 못하겠지만, 만약에 다른 곳에 쓰이기라도 한다면… 어떤 피해를 입게 될지 상상이 안된다. 참고로 경쟁 업체가 10곳 안팎에 위탁하는 것과 너무 차이난다.
어쨌든 부당하다 생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덧붙임 #
그런데 그 상담원, 내게 원하는 번호를 고르라고 해서 3344라는 뒷자리만 적어서 말해줬더니 골드번호라고 안된다는 말만 하고 아예 찾아보지도 않더라. 좀 찾는 시늉이라도 하지. S사는 기어이 찾아주더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그런식으로 업체에서 건당 얼마로 개인정보를 넘겨서 이윤을 챙기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S사는 요금제가 마음에 드는게 없고 L사는 요금제는 괜찮은데 지하라던가는 잘 안터지고
K사는 안써봐서 모르겠네요 ㅎ
요금제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나요? 다 비싼데… ^^
최근 3G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는 SHOW(KTF).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항상 고객을 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많은 요금을 갈취하고 있으며 부당한 요금까지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 그중 한가지를 집어보…
SKT, KTF 2G 사용자에게는 인터넷무제한이라는 요금제(DATA FREE)가 있다. 월 24,000~26,000원 정도의 금액으로 핸드폰을 모뎀으로 이용하여 인터넷 직접 접속을 제외한 모든 통신료가 무료인 요금제이다. 그러…
[광고 대본] 나레이션 : 7살의 쇼 아빠 : 아들 커서 뭐가되고 싶어? -> 외국에서 힘들에 일을 하는 아버지가 아들 생각이 나서 전화해서 아들에게 물어봄. 장래희망이 뭐니? 아들 : 대통령 -> 7살의 기준…
글 못쓰는 공대생이 한마디 해보렵니다. 몇 일전 필자는 인터넷 뉴스를 보던중 LG싸이언:애니콜벽 너무 높아” 라는 뉴스를 보았다. (기사 제목에 링크 달아놨습니다. 뉴스 전문 읽어보세요^^;;) 내용은 휴대폰 …
정부의 잘못도 크다고 봅니다.
이통사/카드/은행/인터넷 사이트 등등 가입시 필히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를 체크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체크를 거절하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정부는 뭐라고 할까요? 체크 안해도 가입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자 등을 통해 취재를 해보면 해당 업체도 체크 안해도 가입 가능하다고 담당직원이 뭘 잘못 알았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만 해댑니다.
이런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대응이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 개인정보 도용엔 너무나 관대한가 봅니다.
그러게요. 점점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곳은 늘어가는 데 법은 이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고, 기업은 개선할 노력을 안보이니… 결국 쓰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