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프로3가 꽤 근사하게 보였던 건 문제있는 전작들의 반작용이 너무 심하게 나타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몇 주 전 바이오프로 13을 창고에 처박아둔 채 서피스 프로3를 과감하게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서피스 프로3는 확실히 근사한 제품이다. 물론 끝내주게 실망스럽던 전작들에 대한 반감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프리퀄의 악평을 뒤엎어도 될 만큼 괜찮게 만든 하이브리드 태블릿이다.
나는 고성능 태블릿 PC 제품군으로 서피스 프로 라인의 구축은 MS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 여기지만, 앞선 두 개의 전작은 고성능 서피스 프로에 담아냈어야 할 아주 중요한 핵심 가치를 빼놓은 제품으로 보고 있다. 태블릿과 동시에 데스크탑으로도 활용 가능한 제품의 가치다. 그것은 단순히 성능이나 휴대할 수 있는 만듦새로만 해결될 수 없는, 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의 이용자 경험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아서 비롯된 일이다.
서피스 프로3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전의 문제작에서 빠뜨린 그 한 가지를 담고 있어서다. 서피스 프로3는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10인치 이상 태블릿 PC 가운데 데스크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에 가깝다. 물론 두 가지를 병행해 쓰기에 완벽한 제품이라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태블릿과 노트북 작업을 동시에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가능성만큼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피스 프로3에 12인치라는, 태블릿치고는 큰 화면을 직접 보기 전까지 내심 걱정부터 든 것은 사실이다. 그 선택은 ‘얼마나 클까?’, ‘얼마나 무거울까?’ ‘많이 두꺼운 건 아닐까?’ 같은 원론적인 물음들이 머릿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게 한 근본적 이유다. 역시 직접 서피스 프로3를 잡아보니 애매한 쪽이 아니라 괜찮은 쪽으로 위로해도 될 만큼의 수준의 무게와 크기와 두께다. 가로로 길게, 세로로 세워서 번갈아 잡아보니 가로로 들 때 800g의 무게감을 없애기 힘든 반면 세로는 조금 큰 퍈형의 잡지를 잡는 듯한 느낌이었을 뿐이다. 막상 크고 넓은 화면에 투덜 거릴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무게에 대한 걱정만 살짝 들 뿐이다. 방열팬이 들어가는 코어 프로세서를 쓰는 제품치고 두께도 얇다.
큰 화면의 태블릿. 하지만 만듦새는 어색하지 않다. 신의 한 수는 다름 아닌 화면비. 다른 제품에서 쓰지 않던 3대 2의 화면비를 썼다. 가로 또는 세로로 긴 16대 9나 16대 10의 화면비를 가진 태블릿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다만 위아래보다 양옆의 테두리를 좀더 굵게 해 옆으로 눕혔을 때 화면이 가로로 약간 더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3대 2의 화면비는 태블릿으로써 균형을 잃을 위험성이 높은 형태를 피하고 있다. 아울러 가로는 물론 세로 픽셀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2160×1440의 해상도라 태블릿과 데스크톱의 작업 공간을 넓어 보인다. 포토샵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한 내게 있어서 충분한 작업 공간을 갖춘 서피스 프로3는 좋은 바탕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 정작 편의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기게 만든 것은 거치대다. 있어도 없는 듯했던 전작의 거치대와 비교하는 게 성가신 일일 정도다. 그저 뒤로 접는 각도의 차이가 아니라 그것을 조절하는 자유도의 차이를 말해야 하니까. 등받이 의자에 편안히 기댄 채 무릎에 올려 놓은 서피스 프로3를 보며 작업할 수도 있는 것도, 거치대를 최대한 눕혀 침대나 소파에 엎드린 채 볼 때 알맞은 높이로 조정되는 것도 달라진 거치대가 가져온 효과다. 화면의 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력을 갖춘 새로흔 경첩 구조는 흥미롭다. 이는 장치에 눈을 맞추는 게 아니라 눈에 장치를 맞추는 큰 차이를 낳는다.
거치대 효과는 타이핑 커버를 붙여 데스크톱으로 쓸 때에도 적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서피스 프로3 전용 타이핑 커버가 따로 사는 옵션 품목이라는 것. 하지만 이것 없이 다른 분리형 키보드를 쓰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타이핑 커버의 키감이나 화면 보호의 기능성이 좋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단지 타이핑 커버를 쓰지 않고는 서피스 프로3를 무릎에 올려놓고 쓸 수 없다. 타이핑 커버의 뒤쪽을 살짝 들어올려 본체와 자석으로 단단하게 붙인 효과가 의외로 크다. 먼저 노트북처럼 키를 두드리기 편한 기울기로 만들고, 본체와 키보드의 거리를 짧게 줄인 데다, 본체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꽉 잡아준다. 서피스 프로3는 노트북은 아니다. 하지만 노트북처럼 써야 할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이유를 거치대와 타이핑 커버가 만들어 냈다. 지금 이 글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서피스 프로3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쓰는 중이다. 모바일 PC의 본체 따로, 키보드를 따로 사는 것은 익숙하진 않은 일이지만, 어쨌거나 태블릿과 노트북으로 모두 쓸 수 있는 고성능 모바일 PC의 의도를 잘 반영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서피스 프로2를 세워서 잡는 방향에 은근히 주의해야 하는 예기치 않은 불편도 있다. e북이나 만화 같은 컨텐츠는 거의 눈치를 채기 어렵지만, 게임이나 사진 보정 같은 조금 무거운 작업을 할 때가 되어서야 이 제품에도 방열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린다. 그만큼 일상 작업에선 소음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항상 소음이나 발열과 관련해 어떤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어쨌거나 방열팬을 빠르게 돌려 열을 빨리 내보내야 하는 작업을 시작하면 오른쪽 위 모서리가 아래쪽으로 향하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프로세서가 만드는 열과 이를 뽑아내는 방열팬이 그쪽에 몰려 있어서다. 하지만 이 제품을 쓰다보면 무의식적으로 그 부분을 아래 방향에 두고 잡는다. 테두리에 있는 윈도 아이콘을 아래 방향으로 향하도록 놓는 습관 탓이다. 본체 왼쪽에 있는 이어폰과 음량 조절 버튼을 위쪽으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상한 보호 본능도 작용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냥 뒤집어 잡으면 되는데, 실제는 잘 안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태블릿과 노트북의 기능을 절충하다보니 많은 부분이 생략된 점은 그러려니 해야 할 듯하다. 물론 하나 뿐인 USB 단자는 확실히 아쉽다. 디스플레이 단자는 있지만 어댑터는 모두 따로 사야한다. 마이크로SD 카드는 어디까지나 보조용이므로 많은 컨텐츠를 즐기려면 처음부터 저장 공간이 넉넉한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 낫다. 엔트리그 방식의 디지털 펜은 기능성은 나쁘진 않다. 단지 손글씨를 쓰거나 가벼운 도안을 그리는 정도로는 쓸만해 보인다. 비교적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내가 지정한 범위보다 안쪽으로 선을 그리는 것 같아 탐탁치는 않다. 배터리 상태에서 대기 모드로 들어갔다가 돌아올 때 무선 랜과 블루투스가 사라지는 네트워크 모듈 버그는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전원을 완전히 껐다 켜야 하고 마우스 같은 장치는 새로 잡아줘야 하는 게 갑갑한 일이다.
MS가 서피스와 서피스 프로 태블릿을 선보인 것은 채 2년도 되지 않는다. 지난 해 6월 첫 출시한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이제 겨우 갓 1년이 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벌써 세 번째 시리즈가 곧 출시된다. 우리나라의 출시 시기도 상당히 앞당겼다. 그만큼 MS는 서둘러 달려야만 했을 게다. 앞서 두 제품이 드리운 실패의 먹구름을 서둘러 날려버려야 했을 테니까. 그런데 제대로 달렸다. 다행히 세 번째는 실패, 실망이라는 단어와 거리를 둘 만하다. 태블릿과 노트북의 두 가지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한 매력적인 제품이다. PC 판매량에서 앞선다고 MS를 깔보고 있는 PC업체들은 고민이 될 것 같다. 이제 서피스 프로3보다 못한 투인원 제품을 내놓고 자랑질은 하기 어렵게 됐으니까…
# 덧붙임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4년 8월 3일에 공개되었습니다.
헙… 무선랜 버그가 있나요? 그냥 읽기엔 심각해보이는데요 ^^
무조건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지만, 가끔 나타나도 문제는 문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