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손 안에 잡힌 인터넷, 와이브로 ‘에그’ 둘러보기

운영체제도 필요 없고, 노트북도 없이 와이브로에 접속한다?

얼마 전에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지금은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출시된 ‘에그'(KWI-B2200) 때문이지요. 에그는 인터브로가 만든 와이브로 무선 공유기입니다. 운영체제나 장치에 상관없이 전원을 켜기만 하면 알아서 와이브로 망을찾아 접속한 뒤 무선 랜이 있는 여러 장치를 동시에 인터넷이 되도록 해주는 장치입니다. 노트북, 맥북, MID, 스마트폰, PDA, 아이폰, 아이팟 터치, PMP… 무선 랜이 있는 장치면 3대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출시 전부터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그 문제의 에그를 어제 한 대 구했습니다. 며칠 전 에그를 써보겠냐는 제안을 받아 수락한 뒤 어제 개통되었다고 해 저녁 늦게 압구정 에그 존(egg zone)에서 찾아 왔습니다.
(에그 존은 인터브로가 운영하는 멀티샵입니다.)

에그는 사실 ‘알’처럼 생기진 않았습니다. 납작한 형태로 보면 오히려 조약돌처럼 길죽하고 얇게 생겼지요. 손에 들고 다닐 일은 없을 테지만, 길죽한 때문인지 손으로 감싸 쥐기에는 편하네요. 배터리의 무게가 있는 터라 겉보기보다 가볍지는 않습니다. 꽤 단순한 모양새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전원 버튼도 바닥쪽에 숨겼고, 앞쪽 지시등을 통해 상태를 확인합니다. 뒤쪽 작은 덮개를 올리면 UICC와 전원 단자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전원은 휴대폰 전원을 씁니다만, 5V 미만 휴대폰 어댑터로는 충전이 안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일단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원 버튼을 누르니 알아서 와이브로 망을 찾습니다. 와이브로 망을 찾아 무선 랜까지 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미만. 이후에는 여러 장치의 무선 랜을 켜고 이 단말기에 접속하면 됩니다. 단말 접속이 없으면 저절로 절전 모드로 들어가는 듯 하더군요.

처음에는 보안 설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 에그에 접속해 인터넷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에그를 쓰는 이들은 되도록 보안 설정을 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보안 설정은 웹브라우저에서 합니다. 어떤 PC든 상관 없이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보안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안 설정은 좀더 쉬운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특히 WEP 설정을 할 때 키 값을 적어 두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출력해 주는 게 좋을 듯 하더군요.

설정을 끝내고 넷북과 엑스페리아 X1, 아이팟 터치 등으로 접속했습니다. 동시에 세 대까지 문제 없더군요. 와이브로 웨이브 2 지역이라 속도가 나쁜 편은 아닌데, 웹 브라우징을 해보니 느린 기색은 없었습니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인터넷품질측정 시스템을 이용해 속도를 측정해보니 다운로드 3~4Mbps, 업로드 2Mbps 수준이더군요. 핑은… -.ㅡㅋ.. 아무튼 속도는 이 지역에서 나오던 대로 나온 것 같습니다.

인터넷은 그렇다치고 어제 에그 설정을 끝낸 뒤 아이폰과 엑스페리아에서 스카이프를 띄워 음성 통화를 해봤는데, 이것 역시 잘 되더군요. KT가 막아 놓았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 아직 막지는 않은 듯 싶습니다. 이제 길거리를 다니면서 테스트를 해보는 일만 남았네요. 그 이야기는 며칠 뒤에 들려드리죠. 참고로 에그와 장치가 무선 랜으로 통신할 수 있는 거리는 실내에서는 10m, 실외에서는 30m 이내입니다.

에그.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 장치였는데, 실제로 써보니 더 소름 끼칩니다. 고정된 무선 랜에서만 작동하던 반쪽 짜리 무선 장치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기기니까요. 물론 에그의 배터리 타임에는 제약이 있지만, 무선 장치들이 활용도를 높여주는 데 있어 이만한 장치는 없을 겁니다.

그동안 부침이 있었던 와이브로지만 어쩌면 이 작은 ‘디지털 에그’가 와이브로의 진정한 킬러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와이브로, 어쩌면 이 작은 ‘알’이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

덧붙임 #

이 제품의 모델명은 KWI-B2200. 에그라는 이름은 이 제품의 개발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모델 번호를 부르는 것보다는 이 이름이 편한 터라 앞으로도 계속 에그로 통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