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P만한 휴대 장치에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애니콜 SWT-W100K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불행’보다 ‘불운’이라 할 수 있는 상황 탓이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메인 페이지가 버젓히 뜨는 휴대폰에 모든 이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지금, 이 장치가 화제가 된다면 뭔가 이상한 일로 비쳐질 것이다. 애초에 한창 분위기를 타고 있는 풀브라우징 휴대폰과 ‘맞짱’을 뜰 생각은 없었을 텐데, 그저 “운이 없었다”는 말로 위로하고 무관심 아이템 쪽으로 묻혀두기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까운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남긴다.
애니콜 SWT-W100K은 아는 사람만 쓴다는 와이브로 PMP다. 동영상과 DMB를 보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어서 감상하는 PMP에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를 붙여 인터넷 풀브라우징이라는 재주까지 더한 것이다. 들고다니면서 잡다한 것을 즐기는 장치에 와이브로를 붙인 것을 두고 ‘호랑이 등짝에 날개 단 격’이라고 미리 단정짓기는 무리겠지만, 은근히 기대를 갖게 하는 데 훌륭한 미끼가 되는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어쨌든 급한 성격 탓에 포장을 풀고 제품을 꺼내 KT 와이브로 UICC 카드를 꽂은 뒤 전원을 넣자마자 와이브로 버튼을 눌러서 인터넷 메뉴를 눌러 본다. 와이브로에 접속되는 시간을 기다린 뒤 브라우저를 띄운다. 브라우저는 로직 플랜트의 유자드 웹. 인터페이스는 일반적인 브라우저와 달라보이지 않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이미지를 불러오듯 표시하니 좀 낯설기는 하다. 아, 화면 크기는 12.2cm(4.8인치)에 800×480으로 표시해 가로가 긴 웹페이지를 축소해 넣어도 볼만하다.
오밀조밀한 스크린 키보드를 터치펜으로 눌러서 주소를 입력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녀보니 일반 페이지를 불러오는 속도나 조작은 큰 무리가 없다. 터치 펜으로 화면을 눌러 이리저리 움직일 때 부드러운 스크롤도 마음에 든다. 페이지가 너무 축소된 듯 싶으면 확대해 볼 수 있고, 링크를 눌렀을 때 뜨는 새 페이지 대신 브라우저 안에 다른 탭을 만들어 그곳에 띄운다. 탭은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유자드 웹이 사이트의 내용을 이미지로 바꾸어 불러오는 방식이다 보니 플래시 영상을 부드럽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유투브에 들어가면 대표 이미지를 볼 수는 있지만, 프레임이 끊겨서 제대로 즐기기 어렵고 소리도 들려주지 못한다.
사실 W100K에는 3개의 인터넷 브라우저가 들어 있다. 와이브로 메뉴에서 들어가는 유자드웹과 함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오페라가 들어 있다. 사실 3개나 들어 있는 게 좋을 것은 없다. 어느 것도 만족을 주지 못하기에 서로의 약점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넣은 셈이니까. 그래도 셋다 플래시에는 취약점을 드러낸다. 플래시만 안보면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브라우징은 그냥저냥 했다 쳐도 미투데이 같은 소셜 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남기는 재미는 쏠쏠하다. 화면에 뜬 키보드 자판이 너무 작아 빠른 입력이 어렵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입력하면 한 줄 글을 남기는 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재미는 여기까지. 브라우저를 통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다른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 없다. 원래 ‘와이브로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나온 SWT-W100K에 커뮤니케이션을 할만한 도구가 하나도 없다. 자연스레 “메신저라도 하나 넣어주지~”라는 불평을 입 밖으로 토해낸다. 메신저나 구글 톡스, 스카이프 등을 웹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관리할 수만 있었어도 좋았을 것을.
그래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인터넷을 빠르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은 W100K의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다. 물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와 와이브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부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뿐이지만 말이다. 아참, 한 번 충전하면 대략 3시간 정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브라우징을 안하더라도 즐길 재주는 많다. 간단하게 기능과 특징만 요약한다. 가장 마음에 든 재주는 DMB다. 한 화면에서 2채널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수신 성능도 괜찮다. 녹화도 잘 되고 시청 옵션이 잘 갖춰져 있다. 동영상은 640짜리도 잘 돌리고 비디오 코덱(H,264, XviD, DivX, WMV)은 괜찮아 보이는데, 오디오 코덱에 따라 재생이 안되는 게 몇 있다. WMV도 조금 불안하다. 함께 넣은 자막을 표시는 하는데, 자막을 표시하는 위치가 별로다.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 음악은 그럭저럭. 아, 내장 스피커의 소리가 제법 괜찮다. 의외성을 지닌 부분이랄까? 카메라는 앞뒤에 모두 있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쓴다. 간단한 수준의 동영상과 사진 편집도 장치 안에서 할 수 있다. 문서, 일정, 작업, 연락처, e-메일, 전자 사전 등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도 풍부하다. 액티브싱크로 아웃룩과 연동된다고 하지만, 비스타에서는 이 장치를 액티브 싱크용 장치로 알아채지는 못한다. 버전이 낮은 액티브싱크를 깔아야 하는가 보다.
블루투스를 써서 스테레오 헤드셋을 통해 소리를 출력하기도 한다. 끊김은 없다. 8GB 플래시 메모리가 있지만, 마이크로SD를 추가할 수 있다. 이 덩치에 용량도 얼마 안되는 마이크로SD라니 넌센스. 하지만 진짜 넌센스는 헤드폰 잭이다. 휴대폰 단자를 넣은 탓에 수화부분이 달린 거추장스러운 전용 이어폰을 써야 한다. 다음에는 개선해 주기를. 와이브로를 이용해 집에 있는 PC를 제어하는 메뉴가 있으나 실제 작동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윈도 CE 5.0을 운영체제로 쓰는 데다 사용자 설치 메뉴가 있는 것으로 보아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xscale용 프로그램을 넣어 설치하려 했더니 실행 불가 메시지가 뜬다. 어떤 프로세서를 쓰는지 궁금하다.
기능만 짧게 말했는 데 이러다 설명서 몇 권은 쓸 것 같다. 아참, 위젯을 선택할 수도 있다. 위젯이 고작 4개 밖에 없는 게 흠이고 업무용 위젯 뿐이라 찜찜하다. 그래도 예쁘게 꾸민 테마 화면을 띄워 놓으면 PMP 답지 않아 보인다. 기본 모델이 40만 원 중반,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것이 50만 원대 중반이다.
덧붙임 #
SWT-W100K 같은 제품이 인텔이 그토록 주장하는 MID입니다. MID는 인텔의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니라 SWT-W100K처럼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소형 단말기를 뜻하는 것이니까요. MID는 어떤 운영체제나 하드웨어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연결되는 그 연결성과 인터넷을 통해 즐기는 사용성이 핵심이니까요.
이런 전자제품들.. 협찬 받으시는건가요.. 아니면 직접 구매하시는거에요 ㅎㅎ;;
사거나 빌리거나 한답니다. 조건이 붙은 것은 좀 까다로워서 어지간한 게 아니면 잘 안하고요. ^^
제약이 너무 심해요. 별로에요…-.-;;
서비스 지역 외에 제약이 심한 건 별로 없는데… 기능이 조금씩 모자란 것 빼고는 쓸만해용~ ^^
제가 사는 지역(수원)은 와이브로 음영지역이라..패스~ -_-; 가 되겠군요..ㅋ..
제가 사는 지역도 음영 지역입니다만, 서울에서 지하철 타고 다닐 때는 꽤 요긴하더라고요. ^^
PMP 들의 운명이 참 기구하군요.
크기를 키우자니 MID/UMPC 에 밀릴듯 하고
크기를 작게하자니 풀브라우징 폰이 있고, MP4 플레이어가 있고..
V10을 통해 MP4 시장 레벨에서 경쟁을 하려고 하는 엠피오의 시도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PMP도 변신이 필요하겠죠. 재생 성능과 뽀대만 놓고 이야기할 때는 이제 지났으니까요. ^^
제가 2주전에 구입한 코원의 Q5W랑 비슷한 녀석이군요.
물론 풀브라우징이 가능한 휴대전화기에 밀릴 수 있겠지만 MID는 노트북과 휴대 전화 사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만큼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어지네요.
4인치도 안되는 스마트폰으로 풀브라우징 하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니까요.
코원이 Q5W는 5인치 크기라 인터넷 하는데 큰 불편은 없더군요..
다만 속도가 엄청 느리다는것 외에는.. ㅡ,.ㅡ
코원의 제품 성능을 믿는 편이라, Q5W의 와이브로 옵션이 더해지면 살 것 같네요. 물론 easyx님이 지적한 브라우징 속도도 개선된다면.. ^^
제가 보기에도 휴대 전화보다는 이런 제품으로 브라우징 하는 게 좀더 낫긴 합니다. 휴대 전화는 역시 전화를 하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같은 해상도라면 화면이 큰 쪽의 가독성이 더 좋거든요. 속도도 빠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