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에 붙여 쓰는 저장 장치, 흔히 NAS라고 부르는 여러 제품들도 발전을 거듭하면서 몇몇 닮은 꼴 기능을 볼 수 있다.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장치로부터 접근이 쉽고, 모바일 앱으로 외부에서도 접속할 수 있는 데다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브라우저 기반의 제어판을 싣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각 이용 환경의 편의성은 다르지만, 이제 외부에서 모바일 앱으로 접속하는 편한 가정용 NAS 정도로 차별화를 말하긴 힘들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시놀로지 DS415Play는 위에서 언급한 특징을 가진 그저그런 NAS라는 평가를 받을 불리함을 안고 있던 셈이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이 제품을 시험한 지금 그런 말을 꺼낼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시놀로지가 기능만으로 NAS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업체 중에 하나라는 사실은 DS415Play를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라서다.
물론 시놀로지 DS415Play는 겉보기에 그냥 시커멓고 심심한 재미없는 모양새다. 아마 만듦새를 생각한다면 이런 모양새의 제품을 집 한구석에 두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게다. 그러나 나사 하나 없이 4개의 하드디스크를 착탈하고 앞뒤로 넉넉하게 넣은 USB(2.0 3개, 3.0 2개)로 여러 장치를 붙여 확장하기 쉬운 구조적인 특징을 살핀 이후에는 이내 생각을 바꾸게 된다. 성능이나 확장성 등 이것저것 필요한 구성을 고민하는 이용자들에게 아주 간단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한 뒤쪽 2개의 팬은 저소음 모드에서 가볍게 숨을 내뱉는 수준에 불과해 신경쓰이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색깔. 만듦새만 아니라 어두운 색깔 탓에 전형적인 PC 제품에 가까워 보인다. 집이나 작은 사무실 같은 좁은 공간을 감안해 검은색 대신 흰색이나 다른 색깔에 도전했다면 조금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게 만들었을 게다.
랜 케이블을 꽂는 가장 기본적인 연결만 한 채 전원을 켠 다음 해야 하는 일은 다른 NAS와 다르지 않다. 다른 PC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DS415play를 찾는 주소를 넣고 기본 설정을 끝내는 것이다. 내부에 넣는 하드디스크의 파일 형식은 EXT4로 변환하므로 종전에 쓰던, 데이터가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넣을 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관리자 계정 같은 기본 설정을 끝낸 뒤 화면에 뜬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왠지 익숙하다. 작업 표시줄의 위치가 위에 있다는 게 다를 뿐, 이것은 마치 윈도나 크롬 OS를 보는 것과 다름 없다. 바탕화면에 있는 아이콘을 눌렀을 때 각종 설정이나 설명서를 띄우는 창도 그렇고 왼쪽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설치된 프로그램 아이콘이 뜬다. 시스템 상태를 곧바로 보여주는 위젯도 이용자가 열고 닫을 수 있다.
브라우저에서 실행하는 것만 빼면 모든 환경이 PC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것이 디스크스테이션 매니저(DiskStation manager, 이하 DSM)다. 시놀로지가 자체적으로 만든 NAS용 운영체제다. 최근 DSM 5.1 베타를 내놓고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메뉴 구조로 된 NAS 관리자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굼뜰 것이라 짐작했는데 의외로 재빠르다. 1.6GHz 듀얼 코어 아톰 프로세서와 1GB 램의 힘일지도 모르나 메뉴나 프로그램을 열고 닫을 때의 막힘 없는 속도감 만큼은 정말 시원하다. 다만 브라우저를 통해 다루다보니 마우스의 돌아가기 버튼을 눌러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종종 생겨 난감할 때가 있다.
어쨌든 DS415Play는 네트워크에 붙여 쓰는 저장장치라는 기본 속성에 변함이 없다. 그만큼 다양한 장치의 연결성부터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 점에선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SMB를 포함해 다채로운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담고 있어 공유된 폴더들은 내외부 네트워크에서 손쉽게 어렵지 않게 열린다. 관리자가 아닌 이용자들에게 각 폴더마다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개별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데다 읽기나 쓰기 같은 기능까지도 세세히 다룰 수 있다. 단지 공유 폴더를 외부에서 만들지 못하는 점은 조금 까다롭게 보일 수 있다. 홀로 쓰는 이용자라도 반드시 DSM의 파일 관리자를 통해서 루트에 공유 폴더를 생성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번거롭지만, 이미 공유된 폴더 안에서 복사나 이동은 그런대로 자유롭다.
그런데 DS415play에 대한 이야기에서 네트워크 저장소라는 속성은 아주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듀얼 코어 아톰까지 얹은 DS415play를 고작 네트워크 저장 용도로 쓰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가 바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어서다. 사실 DS415play의 DSM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패키지 센터 안에 그득하게 채운 응용 프로그램을 봤을 때다. NAS의 기능을 관리하는 한편으로 패키지 센터를 통해 네트워크와 저장소를 이용하는 다채로운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내려받을 수도 있던 것이다. 여기에 올려진 프로그램 중에서 무엇을 설치하느냐에 따라 DS415play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패키지 센터에서 멀티미디어 관련 도구를 설치하면 미디어 서버로, 각종 DB를 포함해 메일이나 프록시, 웹, 개발자 도구 등 온갖 인터넷 서버 프로그램도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도 있다. DS415play는 말만 네트워크 저장소지 자그마한 서버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커뮤니티 소스를 더하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을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DSM 자체의 소프트웨어 확장성을 따라 잡을 NAS 제품을 보긴 힘들다.
하지만 여러 방면에 쓰일 수 있는 범용성이 뛰어나도 그저 한 가지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데이터를 담아두려는 보편적 경험을 얼마나 소비시킬 수 있을지 더 궁금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DS415play에 DSM 5.1 베타를 올린 뒤 비디오 스테이션과 오디오 스테이션, 미디어 서버, 노트 스테이션, 다운로드 스테이션 등 일반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깔아두고 데이터를 넣은 다음 시간을 두고 살폈다. 이 중에 음악은 합격점. 오디오 스테이션은 곡 정보만 잘 정리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어 보이는 데다 폴더별 접근이 쉬웠고 모바일로 접속해서도 원하는 음악을 듣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다. 반면 DSM 5.1에서 상당히 공들인 비디오 스테이션은 영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재주를 가졌음에도 영상이 들어 있는 폴더를 색인하지 못할 때가 있고, SMI 자막을 알아채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색인이 된 이후에는 폴더에 접근하는 데 문제는 없으나. 색인이 되지 않은 폴더는 영상 컨텐츠 정보를 편집할 수 없다. 아마 영상 관련 문제는 시놀로지에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부분일 수 있고 베타라는 딱지를 그대로 붙인 미완의 프로그램이라 그럴 수도 있다.
영상 관리에서 일부 문제를 노출했지만, DS415play와 DSM 5.1 조합은 네트워크 저장소라도 다양성을 위한 고성능과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DS415play를 쓰기 전까지 듀얼 코어 아톰 같은 고성능(?)이 필요하겠나 싶은 생각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신속히 처리하고 관리하는 환경을 경험한 지금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쪽에 그 무게를 싣고 있다. 오히려 그 성능을 경험한 이후 DS415play를 더 잘 쓸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단지 DSM의 제어판이 다소 복잡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점, 너무 전문적인 분위기의 관리 기능은 조금 거슬리긴 한다. 그렇더라도 외부 침입에 대한 보안을 점검하는 능력에 클라우드의 데이터를 알아서 끌어모으고 모바일 장치에서 작성한 노트를 멀리 떨어진 이 장치에 저장해두고 편집하는 생산성까지 아우르는 것을 보면 단순히 NAS라 부르기 힘들 만큼 멀리간 제품인 것은 틀림 없다. 어쩌면 DS415play는 네트워크 저장소보다 네트워크 컴퓨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솔직히 그렇게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네트워크 저장장치다.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