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모(adamo). ‘사랑에 빠지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이 어원을 가져다 쓴 노트북이 델 아다모 13이다. 허나 이룰 수 없는 짝사랑만 남긴 채 떠나갔다. 빠져 들 수밖에 없는 치명적 매력을 지녔으나 내것으로 만들기 안타까운 현실을 동시에 지닌 비운의 노트북. 아다모 13은 되돌아 볼만한 프리미엄 노트북이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모를 6가지 특징
아다모 13은 분명 형태와 재질, 마감 완성도 등 하나하나 뜯어 볼수록 쉽게 표현하기 힘들다. 단순히 얇고 가벼움이 주는 매력만이 진한 게 아니라, 구석진 곳에서도 음미할 것이 있는 노트북이다. 비록 검정이라는 코드로 통일했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형태의 검정이 존재한다는 것만 봐도 깜짝 놀랄만하다. 6가지만 뽑아 본다.
1. 상판 | 상판을 보자. 눈에 보이는 색은 한 가지지만, 느낌은 세 가지다. 재질 때문이다. 하나가 아닌 세 가지 재질을 얹었다. 머릿결처럼 가느다란 선이 살아있는 알루미늄과 반들반들한 고광택 플라스틱 사이에 손가락 두께의 띠로 경계를 그어 놓았다. 큼지막한 로고 대신 DELL 그리고 adamo라는 이 제품의 정체성은 이 가느다란 띠에 음각으로 새겨 놓았다. 둥글고 커다란 델 로고를 보지 않는 것도 이례적이다.
2. 바닥 | 물론 커다란 델 로고는 있다. 하지만 위가 아니다. 바닥이다. 신기하게도 서비스 태크가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 양각으로 된 델의 로고를 새긴 판이 붙어 있다. ‘adamo | thirteen’이라는 제품 이름을 친절히 알려주는 이 판은 그러나 델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의 돈독한 관계도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닥면에는 그 흔한 나사 하나 보이지 않는다.
3. 바닥부분의 테두리 | 덮개를 열기 전 바닥쪽 테두리를 보자. 각이 꺾이는 지점을 45도로 정교하게 깎았다. 그냥 직각으로 해도 될 것을 공을 들여 깎아 놓은 것이다. 멋을 부리려는 욕심도 보이고, 손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도 섞여 있다. 또한 그 가느다란 면에 서비스 태그를 새겨 놓음으로써 불필요한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색다른 시도도 숨어 있다.
4. 경첩 | 이번엔 경첩부를 볼까? 보통 경첩부의 나사는 숨기기 마련이지만, 아다모는 그냥 드러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6각 렌치로만 풀 수 있는 작은 나사는 그것이 장식인지 실제 나사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니까. 또한 화면의 크기에 맞추기 위해 경첩부를 노트북의 뒤쪽 끝이 아니라 1cm 앞쪽에 둔 것도 숨겨진 포인트다.
5. 키보드와 터치 패드 | 이 같은 키보드를 얼마 만에 보는 지 모르겠다. 넓고 치기 편한, 모양이 잘빠진 키보드라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키 모양은 정사각형 아니면 직사각형으로 보일 뿐이지만, 옆에서 보면 다르다. 키마다 가운데가 오목하게 휘어 있다. 모든 키가 예외 없이 그렇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각 키의 글자는 전사지를 붙인 게 아니다. 글자는 반투명 처리를 해 각 키마다 별개로 만들어진 것이고 키 아래에 있는 조명을 통해 글자가 빛난다. 조금 어두운 곳에서 키보드 조명을 커면 황홀하다. 터치패드를 문지르는 질감은 크게 다를 게 없으나 둥근 원이 연속으로 그려진 표면 처리는 인상적이다.
6. 틈이 없다 | 아다모 13은 군더더기가 없다. 화면도, 옆테두리도. 바닥도 군더더기 없다. 치울 것은 치우고 틈을 잘 메운 때문이다. 단자와 각종 슬롯은 뒤쪽으로 옮기고, 화면 테두리나 본체에 있을 만한 틈은 찾지 못하게끔 정교하고 정확하게 맞췄다.
델의 새 코드를 담았지만…
비록 프리미엄 노트북이라고 해도 아다모 13은 지금의 울트라씬이라 부르기 이전에 나왔던 초슬림 노트북으로써 존재감은 약할 수밖에 없다. 왜냐고 물을 필요도 없이 대중화를 겨냥한 모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것을 델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다모 13은 값싼 제조 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델의 전통적 생산 공식대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다. 대중적이라는 이미지가 없는 제품이라는 이야기는 곧 값싸게 많이 팔고자 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는 델이 가진 이미지와 정반대다. 대규모 소비를 위한 값싼 제품을 제조/판매해 오던 델의 코드를 뺀 것이다.
델은 아다모 13을 통해 지난 수 년 동안 보여왔던 델이 아닌 새로운 코드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언제나 싸게 사는 제품이 아니라 훌륭한 디자인에 뛰어난 가치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지와 점점 추락하는 판매 부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의지도 담았다. 디자인은 물론 저전력 코어2듀오(1.4GHz/1.2GHz)와 4GB DDR3램, 256GB SSD, 802.11n 무선 랜 등 최고의 기술을 다 집약해 손가락만한 1.65cm의 두께와 1.81kg의 무게를 가진 범상치 않은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아다모 13은 델답지 않은 것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히 않았다. 델의 코드였던 대중성이 없는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환호는 없었다. 디자인이 별볼일 없다는 지적을 벗는 데 성공했지만, 무려 2천300달러(국내에서 300만 원)가 넘는 그 이상의 대가를 요구한 탓에 싸늘한 시선도 함께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디자인을 앞세워 높은 값을 부르는 여느 업체와 델이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업체라는 평범한 인식만 남겼을 뿐이다.
결국 아다모 13은 델의 디자인 능력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는 가졌으나 그들이 성장의 발판이 되었던 대중성을 버리는 우를 범했던 실험작이었던 셈이다.
아다모 13, 아다모 9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아다모 13은 갔다. 무대의 등장은 화려했으나 소리소문없이 퇴장해 버렸다. 하지만 아다모 13의 퇴장이 영원한 퇴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델은 아다모 13을 내놓기 이전부터 아다모 9을 준비해왔다. 9.99mm의 초슬림 노트북. 아다모 13의 절반 두께 밖에 안하는 초슬림 노트북을 머지않아 공개할 것이다. 이미 티저 사이트를 통해 그 존재는 이미 드러난 상황. 하지만 그들이 대중성이라는 본래의 코드를 다시 넣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절정의 초박형 기술만 갖춘 상징성에 집중한다면 델은 결코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아다모 13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가?
잘 읽고 갑니다 !! ^^
고맙습니다. ^^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제가 출장 중이라 효리사랑님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델은 미니9에서 끝난 것인가요.. 음..
설마요~ ^^; (그런데 왠지 그 의견에 동의하고픈… 1인 -.ㅡㅋ)
디자인이 죽이네요… 마지막 사진 특히 죽입니다…. 걍 간지…. 틈이 없이 이쁘게…
근데 맥북이라던지 그런거에 적응되서 그런지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
간지는 제대로인데, 그 간지와 가치를 함께 받아들이긴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나저나 너무 맥북에 빠져 계신 건? ^^;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배리본즈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출장 중이라 답글이 늦었습니다. 죄송해용~ ^^
초기 제품을 아들과 본적이 잇는데
외관은 미려하여 구매 욕심이 생기든데 …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크… 영웅전쟁님이 구매하셨다면 델의 영웅이 되셨을지도 몰라요.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디자인은 참 예쁜데 가격이 너무 비싼게 흠이었네요…
잘 했었으면 대박도 쳤을 것 같은데 ^^
델이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 많이 팔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르죠. 단종 후 리퍼 가격처럼 팔았다면 정말 대박쳤을 듯.. ^^
음 확실히 예쁘고 내 스탈이었는데 문제는 가격이었지요….처음 보고 바로 사야지 했는데 마지막으로 가격을 보고 후덜덜한 기억이….
역시나 구매 중단의 마지막 이유는 가격이군요. ^^
와.. 델 답지 않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네요.
근데 전 델 쓰다 아주 진저리를 낸적 있어서 성능도 좋은지는 우려가 됩니다. ^^
PC를 오래 쓴 분들은 델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하나씩 갖고 있는 듯 한데, 다른 업체보다 앙금이 오래가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 성능은 괜찮지만, 월등하지는 않답니다~ ^^
남자친구가 델 제품을 사용하고있는데..모양이 매우 다르네요~ㅎㅎ
델도 정말 많은 제품을 내놓는 업체라 아마도 처음보는 제품도 많을 거에요. ^^
포스트에 별달리 쓸말은 없네요 노트북을 손에 넣고 이렇게 사진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긴 건 이 녀석이 처음입니다. 정말 맘에 드는 모델을 만난 것 처럼요. (아 지난번 포스팅에서 ‘녀석’이라고 표현안하기로 했죠. 안어울린다고 ㅎㅎ) 디자인이야 다 개인차이일테니 그냥 보시고 아다모(adamo)양 느낌 한마디씩 남겨주세요. 저는 그저 참지못하고 카메라를 들고 이녀석과 함께 집앞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거기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이 아가씨… 욕심..
맥북에어보다 얇다고 해서 깜짝 놀래키고 감탄할만한 그 디자인에 두번 놀라게 했던 델(Dell) 의 초슬림 노트북 아다모 (Adamo) 필자도 이녀석을 사진으로 처음 봤을때 설레임이 기억되는군요. 그만큼 맘에 쏙드는 느낌이었는데요, 역시 또 가공할만한 출시가격 (300만원이 넘었던) 때문에 그저 그림의 떡으로만 생각되던 녀석이었습니다. 델의 500달러 파격 가격인하가 단행되어서 또다시 ‘나 좀 이제 데려가지?’ 하며 유혹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