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인터파크가 꿈꾸는 e북 생태계의 출발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스킷‘은 과자가 아닌 인터파크가 곧 출시할 e북의 이름입니다. 아마 별 문제가 없다면 이번 주에 출시가 될 텐데, 이에 앞서 지난 주 금요일 저녁 강남 인터파크에서 작은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인터파크에서 내놓을 e북을 설명하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었는데, 이날 간담회를 단적으로 요약하면 인터파크가 비스킷이라는 e북 단말기에 치중했다기보다, e북 생태계 안에서 인터파크의 역할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핵심이었던 듯 싶습니다.


사실 앞서 e북과 관련해 쓴 몇 개의 글에서 밝혔다시피, 개인적으로 e-잉크를 쓰는 e-북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컨텐츠의 관점, UX의 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비스킷도 단말기 측면에서 그런 문제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터파크의 생태계적 관점에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한 장의 이미지로 인터파크 e북 사업을 설명한다.

인터파크는 지금까지 도서를 비롯한 여러 상품을 유통해온 온라인 기반의 유통업체입니다. 인터파크의 e북 사업 역시 이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도서 부문만 떼 놓고 보면 온라인에서 책이 유통되는 인터넷 서점이지 결코 기획사나 출판사가 아닙니다. 인터파크는 그들이 상품을 거래하게끔 장을 만드는 유통자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e북 단말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전자 출판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얼마나 손쉽고 편하게 연결하느냐를 두고 고민 끝에, 컨텐츠의 생산적 측면, 유통적 측면, 소비자적 측면에서 유연한 플랫폼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인터파크가 출판사/기획사에게 한컴에서 만든 ePUB 제작툴인 ‘비스킷 메이커’를 비공개 공급 중이거나 3중의 컨텐츠 저작권 관리(DRM) 체계를 넣은 것이나, 컨텐츠 유통을 위해 ‘비스킷 넷’이라는 이통 사업자로 등록한 것 등이 이를 위한 일이겠죠. 또한  아이폰이나 태블릿 PC 등에서 더 많은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단말기 확대 작업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스킷 메이커를 이용한 컨텐츠 제작
인터파크라는 유통 사업자 중심에서 이같은 인터파크의 전략은 타당해 보이지만, 문제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별개일 것이라는 점이죠. 일단 인터파크의 e북 단말기인 비스킷만 놓고 봤을 때 이용자들의 평가는 관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겁니다. 책을 디지털화한 장치로 보는 관점과 디지털 장치에서 책을 수용한다는 관점이 있기 때문이죠. 비스킷은 전자의 관점에서는 꽤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후자에서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쇄하지 않은 책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점에서 보면 e-잉크 장치인 비스킷은 꽤 큰 장점을 지닙니다. 눈은 편하고, 가벼운데다 많은 양의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장치의 관점에서 보면 반응이 느리고, UX는 답답하고 터치가 안되는 터라 상반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사실은 남녀의 반응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남성이 하드웨어의 반응에 민감한 반면, 여성이 깔끔한 하드웨어에서 컨텐츠를 보는 편안함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었죠. 이 간담회 하루 전 비스킷을 몇 명의 남녀에게 보여줬더니 남성들은 대부분 불편을 쏟아냈지만,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보였습니다. 물론 비교 샘플이 너무 적은 터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성별에 따라 e잉크를 쓴 e북에 대한 호감도는 달랐습니다. 실제로 간담회가 끝나고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니 “책을 읽는 20~30대 직장 여성이 공략층”이라고 밝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스킷이 출시되어야 좀더 정확하게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하드웨어를 대하는 남녀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인터파크도 이러한 것을 예상하고 있고, 이런 이유 때문에 미리 아이폰이나 태블릿 PC로 컨텐츠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겠죠. 곧 아이폰용 비스킷 앱이 나오면 이를 통해 아이폰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고, 하반기 비스킷이 결합된 태블릿 PC가 나오면 전자책을 읽는 하드웨어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스킷은 인터파크 전자책의 시발점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이날 설명을 들어서 알게 됐지만, 비스킷만 보는 이들의 평가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비스킷에 대한 분석과 평가도 필요한 부분이니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정리하겠습니다.


덧붙임 #


1. 비스킷은 무선 랜이 없지만, 3G 통신 모듈을 내장에 어디에서나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통신료는 무료입니다.


2. 책은 문화 상품권으로도 구매 가능합니다. 인쇄된 책보다 싸기 때문에 문화 상품권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책이 좀더 많을 듯 합니다.

3.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Q&A는 이곳에서 확인하시길. 비스킷 Q&A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2 Comments

  1. 2010년 3월 30일
    Reply

    크… 무척 탐나는 제품입니다. 아이리버에서 내놓은 ebook 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거 같습니다. ^^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아이리버 스토리보다는 좀더 편하긴 합니다. ^^

  2. 2010년 3월 30일
    Reply

    모양도 그렇고… 호감이 가는 제품이네요.^^
    이북생태계의 출발점이란 표현이 맘에 와닿네요^^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모양은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한번 보면 푹 빠지실 듯. ^^

  3. 우스갯소리겠지만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디바이스를 유통하는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까요? 특정한 산업이 뜨게 되면 주변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데요. 전세계 아이폰 액세서리 시장이 지난해 약 2조원에 이르고 올해까지 100만대가 국내에서 팔릴 경우 국내에서만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습니다.실제로 2008년 이안 프리드 아마존 부사장이 발표한 아마존 킨들 에코시스템이란 자…

  4. 2010년 3월 30일
    Reply

    요즘 아이리버 스토리에 눈길이 갔는데
    이것도 괜찮네요. AS도 LG에서 한다고하고,
    3G에서 다운받는것도 무료고^^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전반적으로 환경은 제법 잘 갖춘 듯 합니다. 속도만 개선이 된다면야 더 좋을 텐데 말이죠. ^^

  5. 2010년 3월 30일
    Reply

    헐…비스킷보다 HTC랑 한 입 먹은 사과로고만 보이네요…ㅠ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ㅋㅋㅋ 비스킷 담당자들은 싫어하실 것 같은데요? ^^

  6. 2010년 3월 31일
    Reply

    구차니에서 날탱구리로 변경되었습니다.

    음.. 개인적으로는, DRM에서 눈이 확 찌푸려지네요 ㅠ.ㅠ
    ebook의 효용을 위해서는 제한이 없는 혹은 내가 산 파일은 내 마음대로 이동시킬수 있는
    multi-platform ebook이 될수 있으면 좋겠더라구요. 대부분의 ebook은 activeX 기반이니 말이죠..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허걱.. 왜 바꾸셨나요. 전에 것이 더 친근하.. ㅋㅋㅋ
      말씀하신 부분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좀더 시간이 지나야 할 듯 싶습니다.

  7. 2010년 3월 31일
    Reply

    지난 3월 26일. 인터파크 본사 회의실에서 일련의 블로거들과 인터파크가 막 세상에 내놓은 e북 플랫폼, 비스킷(Biscuit)과의 만남이 있었다. SAMSUNG | NX10 | Normal program | 1/24sec | F/4.3 | 29.0mm | ISO-400 왜 e북 리더가 아니라 플랫폼이냐고? 물론 인터파크가 비스킷을 단순한 e북 리더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e북 토탈 플랫폼을 구축한 인터파크… 자, 다시..

  8. 2010년 4월 1일
    Reply

    아이패드에 대한 이웃 이야기 애플에서 아이패드를 내놓았을 때에는 그저 태블릿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블로거 스피어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단순히 태블릿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E-Book 시장, 더 정확히는 출판 사업 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글 중에 아이패드가 나오면 아이들에게 책을 사 주느니 차라리 아이패드를 사 주겠다는 말씀도 있었는데, 그 말에 매우 동감(同感)했습..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본문 좀 읽어보시는 게 어떨런지요?

  9. 2010년 4월 1일
    Reply

    기본적으로 독서를 좋아해야 하는데 ㅋㅋㅋㅋㅋ
    후우…. 저에게는 참…. 먼나라 기기네요! 퍽퍽;;;

    • 칫솔
      2010년 4월 2일
      Reply

      악랄가츠님 책도 이제 e북으로 내놓을 때인데 책을 싫어하다뇻! e북 업계의 웬수가 되고 싶으신가요? ^^

    • 칫솔
      2010년 4월 3일
      Reply

      백수로 지내다보니 남는 게 시간 뿐이라서 잠시 다녀왔습니다. ^^

  10. 2010년 4월 5일
    Reply

    비스킷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를까? 내 경우 ‘과자’의 영어단어라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로 인해 연상되는 것이 달콤함과 고소함이다.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커피에 곁들여서 마시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이번에 소개하는 비스킷 역시 어찌보면 이런 달콤함과 여유가 있는 과자같은 아이템이다.인터파크는 이번에 비스킷이라는 전자책 리더를 내놓았다. 마치 아이팟 터치 2세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전자잉크(e-Ink)를 활용한 UX를 제공하…

  11. 아마존의 킨들은 여러가지로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죠. 그동안 이북(eBook) 이라는 세계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책 유통업체들을 정신 바짝 차리게 했음은 물론 국내 출판사나 실제 책을 쓰는 작가들의 시각까지도 많이 바꿔놓는 시발점이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해외에서는 eBook 에 충실한 킨들과 이북을 포함한 멋진 멀티미디어 기기인 애플 iPad의 경쟁이 또한차례 흥미로운 싸움이 되는듯 합니다만 최근 애플이 아마존의 킨들 앱을 아이폰에서..

  12. 2010년 4월 13일
    Reply

    <비스킷, 인터파크가 꿈꾸는 e북 생태계의 출발점> 인터파크에서 내놓은 e-book, 비스킷을 소개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