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9은 ‘롤리팝’이라는 별칭을 가진 안드로이드 5.0을 얹은 첫 단말 중 하나다. 하지만 구글은 개발자들이나 이용자들에게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의 주요 기능들을 미리 써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 L 프리뷰를 지난 6월에 공개한 적이 있어 운영체제만으로는 아주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L 프리뷰로 안드로이드 5.0의 굵직한 특징은 이미 경험했을지 몰라도 양산 제품에 적용된 완성 버전의 차이는 의외로 적다고 보긴 힘들다. 실제 넥서스9에 올려진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을 통해 종전 안드로이드 L 프리뷰와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짚어본다. (참고로 아직 넥서스 9과 넥서스 플레이어 이외의 다른 넥서스 제품을 위한 안드로이드 5.0 팩토리 이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1. 달라진 한글 글꼴
지난 7월, 구글이 한중일 통합 서체를 발표했다. 노토산스 CJK 또는 본고딕(Source Han Sans)이라고 부르는 이 글꼴은 한중일 공통 오픈소스 글꼴로 한국어, 중국어 번체와 간체, 일본어와 라틴어, 그리스어, 키릴 자모 등을 표시한다. 이 글꼴이 7월에 공개되었던 터라 6월에 첫 선을 보였던 안드로이드 L 프리뷰에는 적용되지 못했고 종전대로 나눔 고딕을 썼다. 안드로이드 5.0 롤리팝 정식 버전은 나눔 고딕 대신 본고딕을 적용했다.
본고딕이 적용된 안드로이드 5.0은 글자가 좀더 또렷하고 확실하게 보인다. 아이콘 이름이나 설정 같은 시스템 글자는 물론 웹브라우저를 통한 인터넷 글자들도 선명하고 깨짐이 없다. 나눔 고딕이 다소 가늘었던 데다 모바일 장치 환경을 고려한 글자가 아닌 데반해, 본고딕 자체가 모바일 환경에서 작은 글씨를 잘 볼 수 있는 특징을 잘 살린 느낌이다. 이 글씨라면 시스템 글꼴로 가치가 있다.
2. 홈 화면과 메뉴 UI의 구조 변경
안드로이드 L과 안드로이드 5.0의 기본 골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막상 써보면 두 버전의 GUI에서 다른 부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홈 화면과 앱 화면을 하나로 통합한 듯한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L 프리뷰까지 안드로이드의 홈화면과 앱 화면은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었지만, 안드로이드 5.0은 홈 화면 위에 앱 화면을 불러오는 느낌으로 변형했다.
안드로이드 L 프리뷰에서 앱 서랍 버튼을 누르면 앱 화면이 새롭게 열리며 페이지와 메뉴가 뜬다. 안드로이드 5.0은 앱 서랍 버튼을 누르면 화면 전환 없이 마치 폴더를 열 듯 앱이 있는 화면을 통째로 띄우고 모든 메뉴를 제거했다. 닫을 때도 폴더를 닫는 듯한 애니메이션으로 앱 버튼으로 돌아가는 모양새여서 두 구조가 분리된 듯한 느낌을 상당 부분 지워냈다. 물론 앱 화면이 바뀌었더라도 많은 앱을 페이지 단위로 구분하는 기능까지 없앤 것은 아니다.
3. 쉬워진 계정 전환
이전부터 태블릿에 적용된 안드로이드는 여러 이용자가 계정을 등록하고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단지 이 모드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쉽게 계정을 전환하는 것과 손님 모드를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다. 안드로이드 5.0은 이 부분은 상당히 유연해졌다. 이용자가 필요하다면 어디에서나 이용자 전환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손님 권한으로 손쉽게 태블릿의 주요 기능들을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 5.0은 잠금 화면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어느 상황에서나 여러 계정을 전환할 수 있도록 바꿨다. 알림 막대의 계정 아이콘을 누르면 이용자를 선택하고 추가할 수 있는 버튼을 언제든 호출할 수 있다. 또한 계정간 전환 속도도 빨라졌는데, 이는 넥서스9의 기계적 특성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안드로이드 L 프리뷰는 계정 아이콘을 누르면 계정 정보를 표시할 뿐 이러한 메뉴를 보여주지 않았다.
4. 알림 막대에 두 손가락 제스처 추가
안드로이드 L 프리뷰에서 이미 알림 막대 기능은 이전과 부분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설명한 바 있다. 시스템 설정 바로가기와 알림을 분리하는 이중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 설정 메뉴를 불러오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있었다는 점이다. 먼저 알림을 내린 상황에서 한번 더 끌어 내려야 시스템 설정 메뉴를 부를 수 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 5.0은 이 문제를 개선했다. 일단 한 손가락으로 알림 막대를 끌어내리면 알림만 내려온다. 물론 한번더 끌어내리면 시스템 메뉴를 불러오는 것도 똑같다. 다만 시스템 메뉴를 더 빨리 끌어내길 원한다면 두 손가락으로 알림 막대를 끌어내리면 된다. 원래 두 손가락 모드는 젤리빈 때 처음 선보였던 것으로 안드로이드 L 프리뷰에는 이 기능이 빠져있었다.
5. 알림 우선 모드 도입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에서 음량 조절 버튼을 열어보면 새로운 메뉴를 볼 수 있다. 수신 안함, 최우선만 수신, 모든 수신 메뉴다. 이 메뉴는 안드로이드 L 프리뷰에선 발견할 수 없는 메뉴들이다. 이 메뉴는 상황에 따라 소리를 켜고 끈다. 수신 안함은 모든 알림을 끈다. 최우선만 수신 모드는 일정이나 메시지 같은 중요한 알림만 받도록 설정할 수 있다. 모든 수신은 어떤 알림이라도 모두 받는 메뉴다. 많이 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메뉴는 반갑다.
6. 기타 특징들
안드로이드 L 프리뷰에는 없었던 알림 일괄 정리 버튼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알림 화면의 상단이 아니라 아래 쪽에 있어 다소 어색하다.
안드로이드 L과 달리 정식 버전의 한글 키보드도 머티리얼 디자인이 적용된 새 키보드가 추가됐다. 그런데 한글 키보드에서 다른 언어의 키보드로 전환을 할 때 같은 키보드 내에서 자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키보드로 대체되는 형태다. 구글이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며 불편을 덜 느끼도록 만들려 했으나, 키보드 전환에 시간이 걸려 작업 효율이 썩 좋진 않아 불편하다. 키보드 문제는 해결이 필요하다.
넥서스9 출시를 전후해 머티리얼 디자인으로 갈아 입은 G메일과 캘린더 앱에 대한 소식이 나왔다. 아직 모든 안드로이드 제품군에 새로운 G메일과 캘린더 앱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5.0을 실은 넥서스9에는 적용되어 있다. 캘린더와 G메일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머티리얼 디자인을 적용된 기본 앱들은 운영체제의 느낌과 제법 통일감을 이루고 있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넥서스9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버전은 안드로이드 L이 아니라 5.0이다. 이 항목을 계속 누르면 동그란 아이콘이 하나 뜬다. 이것을 계속 터치하면 원이 커지며 롤리팝(Lollipop)이라는 별칭이 뜨며 막대 사탕으로 변한다. 롤리팝을 계속 터치하면 사탕 색깔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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