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열린 구글 IO보다 몇 달 앞서 개발자 프리뷰로 주요 특징을 미리 공개했던 안드로이드웨어는 더 이상 소식으로만 접할 이유가 없어졌다. 안드로이드웨어를 얹은 손목시계형 장치들이 구글 IO 직후 부터 판매를 시작한 때문이다. 첫 신호탄은 LG G 워치와 삼성 기어 라이브. 모토 360은 좀더 준비가 필요한 지 여름 끝자락에 판매를 시작할 알려지고 있고, 에이수스도 안드로이드 웨어를 얹은 손목시계형 장치를 내놓겠다는 뜬금없는 소식도 들려왔다. 어쨌거나 안드로이드웨어는 여러 제조사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이용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구글 IO보다 며칠 앞서 실제 제품으로 접했던 안드로이드웨어는 앞서 나온 다른 손목 시계형 장치들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에 들어온 알림을 받거나 목소리로 입력하는 일부 기능은 비슷하지만, 구글의 서비스에 특화된 기능이나 조작 방법 등은 역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부분이다. 이를 테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구글 나우의 카드를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에서 본다거나, 구글 킵에서 메모한 내용을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에서 확인하거나 반대로 입력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웨어에서 확인된 내용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확인한 것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안드로이드웨어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은 거의 하나처럼 움직인다.
그런데 안드로이드웨어와 안드로이드 스마트 장치를 함께 쓰는 데 있어 꼭 옳은 방향으로만 기능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일부 조작에서 불편함도 있지만, 가장 큰 고민은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데 있다. 두 장치가 아주 밀접하게 연동해 작동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주도권을 갖는 장치를 양쪽에 동등하게 부여하거나 각자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웨어 장치를 제어하도록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말은 안드로이드웨어가 홀로 그 어떤 일을 수행하는 것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 장치의 보조 장치로써 역할을 하도록 제한을 두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웨어 장치는 여느 앱세서리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그 장치를 연동하는 앱을 설치해야만 한다. 이 앱은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의 기본적인 기능이나 동작 설정 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안드로이드웨어의 설정은 이보다 단조롭다. 세세한 장치 설정을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에서는 할 수 없다. 더구나 안드로이드웨어에서 앱의 작동 여부를 설정하는 것 역시 제약이 따른다. 이를 테면 스마트폰에서 구글 나우 카드를 활성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에서 이를 활성화할 수 없다. 그것을 설정하려면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한 뒤 관련 카드를 부를 수 있는 지시를 해야 하는데 음성 명령을 쓰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 기능으로 카드를 불러오는 것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에서 실행하는 앱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는 복잡하다는 게 더 당황스러운 부분이다. 안드로이드웨어의 첫화면은 시계이고 실행 중인 카드나 앱은 그 화면에서 위로 올리면 나타나지만, 이 앱을 밀어서 닫아버리면 첫 화면에서 앱을 찾을 수 없다. 그 이후에는 첫 화면을 터치한 뒤 넘어가는 검색에서 화면을 위로 올려 맨 아래에 있는 앱 서랍을 열어야 하는데, 이 구글 음성 명령의 안내문과 섞여서 표시되는 메뉴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마 구글은 음성으로 앱을 찾거나 실행하는 좀더 간소한 환경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굳이 음성을 쓰지 않아도 되거나 목소리로 명령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결코 편하다 말하긴 어렵다.
안드로이드웨어가 아주 어려운 장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쉬운 장치는 아니다. 구글은 이 장치가 스마트폰과 달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다른 경험을 쌓으라는 의도를 일부러 감추지 않은 듯 보인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갖추고 있음에도 그것의 조작 방법이나 기능성, 앱의 실행 환경 등은 확실히 스마트폰에 비해 많이 간소화하거나 전면에 내세우진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글의 의도와 달리 실제 안드로이드웨어가 지나치게 스마트폰과 연동된 형태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이용자가 안드로이드웨어 장치만을 이용하려 할 때의 편의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은 안드로이드웨어를 쓰는 이용자들이 감안해야 할 부분일 듯하다. 아주 중요한 작업을 해야 할 때 안드로이드웨어 장치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스마트폰을 여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어서다. 물론 안드로이드웨어에서 쓸 수 있는 앱들이 늘어난다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면 복잡한 장치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못했다. 안드로이드웨어도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용자가 쉽게 다루는 측면에서 평가할 때 무조건 다른 손목시계형 장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을 내놓는 것은 위험할 듯하다.
기대도 크지만, 제가 직접 구매할 것 같진 않네요.. ^_^;;
앞으로 엄청 쏟아져 나올 텐데요. 아마 마음에 드는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