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HP와 델로부터 PC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 받고 있는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같은 아시아계 기업 중에 가장 괴팍한 제품을 내놓는 기업을 하나만 말하라면 단연 에이수스(ASUS)를 꼽을 것이다. 지난 컴퓨텍스에서 전시했던 실험작 같은 제품을 보면서 에이수스는 분명히 많이 판매할 평범한 제품 속에 흥미를 끄는 유별난 제품을 섞어서 내놓는 독특한 PC 제조사라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텍스의 실험작들이 단순히 실험작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에이수스의 신제품과 함께 머지 않아 국내에서도 보게 될 듯하다. 지난 12월 6일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열린 에이수스 코리아의 하반기 블로그 포커스 그룹 세미나에서 제품 공개와 함께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전시된 제품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타이치(TAICHI). 타이치는 노트북 덮개 안쪽과 바깥쪽에 모두 화면을 넣은 특이한 형태의 노트북이다. 평상시에는 덮개를 열어 노트북처럼 쓸 수 있고, 덮개를 닫으면 윈도8 터치 노트북처럼 쓸 수도 있다. 또한 덮개를 연 상태에서 노트북의 작업 화면을 덮개 쪽에도 표시하거나 덮개와 안쪽 화면에서 각각 다른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지난 컴퓨텍스에서 조니 시 회장은 아빠가 노트북에서 작업할 때 아이가 노트북 앞에 앉아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든 제품이라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는데, 그런 목적으로 이 제품을 살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때문에 타이치에 대해선 DOA(Dead On Arrival) 제품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제품의 가격은 250만 원 안팎이 될 거라고 한다. 물론 만듦새 자체는 매우 뛰어난 제품이다.
더불어 비보 탭도 이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비보 탭은 아톰 기반의 윈도8 태블릿으로 도킹 키보드가 있어 노트북으로도 쓸 수 있다. 이날 전시한 제품은 터치 기능이 막혀 있어 제대로 작동해 볼 수는 없었지만, 일단 도킹에 꽂은 상태에서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고 태블릿 자체의 휴대성은 좋았다. 이 밖에 에이수스 S 시리즈와 신형 젠북 등도 모두 전시되었는데, 윈도8에 맞춰 터치 스크린을 탑재했거나 터치 스크린이 없는 제품은 모두 트랙 패드의 제스처 기능을 강화해 놓았다. 또한 제품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메탈 몰딩 기술을 채택했고 화면의 두께를 더 얇게 만들면서도 밝기와 선명도를 높인 트루비비드 기술을 화면에 적용했다.
그런데 이날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을 쭈욱 살펴보면서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제품 수에 비해 브랜드가 너무 복잡하다는 데 있다. 에이수스는 기본적으로 북, 탭, 패드와 같은 제품군으로 나누고 있는데, 분리가 되지 않는 제품은 노트북, 화면과 키보드 도크를 분리하는 제품을 탭과 패드로 나누고 있다. 문제는 세 제품군 중 겹치는 브랜드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북 제품군은 G, N, K, S 시리즈와 젠북, 트랜스포머북, 비보북이 있는 반면 탭 제품군은 비보탭, 비보탭 RT, 비보탭 스마트, 패드에는 트랜스포머 패드와 패드 프라임, 패드 인피니티 등으로 나눴지만, 보다시피 노트북에 비보 브랜드와 트랜스포머 브랜드가 섞여 있어서 제품군을 구별하기 어렵다. 물론 이중에 제대로 팔리지 않을 제품은 정리되겠지만, 슬며시 사라지는 브랜드는 오히려 제품군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서둘러 정리를 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브랜드가 좀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타이치처럼 에이수스의 창의성 있는 제품을 내놓는 용기만큼은 계속 응원한다. 대부분은 제품을 많이 팔려고만 했지, 눈길을 쓸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이러한 에이수스의 제품을 “변태 같다”고 놀려대지만, 그게 나쁜 의도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기 바란다. 지금은 실패가 예상되지만 기존의 틀을 깨는 변태 같은 제품이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PC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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