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틱(M-Tic), 사용성에 집중해야 할 스마트폰 지갑

3주 전쯤 KG 모빌리언스에서 서비스 중인 ‘엠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엠틱은 전자 지갑의 개념을 담아 만든 서비스지만, 그렇다고 NFC를 이용해 가맹점이나 금융 기관에서 결제하는 온전한 전자 지갑이라 하기에도 조금은 애매한 서비스다. 어쩌면 온전한 전자 지갑을 쓸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어 엠틱 같은 절충형 서비스가 나왔다고 보는 게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엠틱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를 한다는 점에서 전자 지갑과 비슷해 보인다. 스마트폰에 일정액을 충전해 놓거나 또는 (절대로 권하고 싶진 않지만)엠틱과 연결된 은행 계좌를 통해 직불 결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엠틱은 NFC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마다 부여되는 바코드로 결제한다. NFC 결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가맹점마다 보급되어 있지 않다보니 가장 많이 보급된 결제 장비인 바코드 리더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NFC로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든 것이다.

바코드를 이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지 가까운 편의점에서 엠틱을 이용해 물건을 결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엠틱 앱을 실행하고 비밀 번호를 입력한 뒤 뜨는 바코드만 리더로 읽으면 그만이었다. 엠틱에 선불 충전하거나 충전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정해 놓은 한도 안에서 모바일 소액 결제를 할 수 있으므로 다음 달 휴대폰 요금으로 정산할 수 있는 점은 편해 보였는데, 당장 현찰이 없을 때 현금 인출 없이 간소한 금액의 결제를 할 수 있는 점에서 비상용으로 쓸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의점이나 서점 같은 곳에서 소액 결제를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듯 싶지만, 이를 자주 쓸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아니다. 엠틱처럼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하는 모바일 지갑은 그 사용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하드웨어 자체가 작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야 해서다. 일단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 역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므로 배터리가 없는 상태에서 이 지갑은 쓸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더불어 앱을 실행하고 비밀 번호를 넣어 결제를 위한 바코드를 열기까지 단계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은 엠틱 뿐만 아니라 앱 형태로 공급되고 있는 여러 포인트 카드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지만, 이를 해결하는 위젯을 내놓은 곳은 SK 플래닛의 스마트월렛 정도다.

이처럼 이용자가 앱을 실행하기 편한 자리에 배치하지 않으면 결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위젯을 넣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굳이 앱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홈 화면에 배치한 위젯에서 비밀 번호 입력 후 곧바로 바코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단계를 줄일 수 있어서다. 가끔 비상용으로 쓰든, 이것을 주 결제 도구로 쓰든 그것은 이용자가 결정할 문제지만, 이용 편의성을 갖추는 문제는 엠틱에서 해소해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스마트폰의 할인이나 적립 카드와 동시에 쓸 때 두 개의 앱을 교차 실행하며 결제해야 하는 문제 역시 이용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것이어서 해결해야 한다.

그나마 엠틱을 쓸 수 있는 가맹점이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아주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CU나 미니 스탑 같은 편의점과 CGV, 롯데 시네마, 교보 문고, 반디앤루니스 같은 생활문화 시설에서 결제 용도로 쓸 수 있고, 세종 대학교 내의 모바일 지불 지역에서는 엠틱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또한 90여개의 제주도 유명 관광지에서 엠틱으로 결제하면 최소 9%에서 렌트카는 최대 80% 할인된다. 이 밖에도 인터파크 같은 온라인 서비스의 결제를 모바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고 피자헛, 도미노 피자는 휴대폰 결제를, 그리고 모바일 상품권을 쓰면 GS25, 세븐 일레븐에서도 쓸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맹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런 곳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결제 수단을 통합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지 엠틱을 경험해보니 좀더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더 집중하는 편이 더 바람직할 듯 싶다. 바코드를 이용한 소액 결제는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반면 나머지는 오히려 기존의 익숙해진 경험을 버리고 새로 엠틱의 결제를 이용해야 할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아서다. 엠틱이 앞으로 어떤 경험을 살려 나갈지 알 수 없다. 단지 두 시장 모두 챙기려는 것은 왠지 지나친 욕심 같아 보일 뿐이다. 이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것에 좀더 집중한다면 엠틱을 좀더 이해하기 쉽게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임 #


직불 결제를 권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쓰레기를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