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노키아가 미고(Meego) 운영체제의 협업에 실패한 뒤 거의 모든 미고의 자산은 타이젠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가장 큰 자산 중 일부가 타이젠으로 흡수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운영체제 개발을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세일피쉬(Sailfish)다. 세일피시 운영체제는 미고에 뿌리를 두어 출발한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로 라이센스 정책을 통해 누구라도 이 운영체제를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지만 기존 상용 제품들에 얹어본 것 이외의 전용 제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일피쉬를 개발하고 있는 핀란드 업체 욜라(Jolla)는 이번 MWC에서 세일피쉬를 적용한 자체 스마트폰인 욜라폰을 홀1에서 공개 중이다. 욜라폰은 크게 주목받는 제품은 아니지만, 세상을 지배하지 않은 운영체제, 또는 제품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모자람은 없다. 완전히 종전과 다른 운영체제와 UI는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주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욜라 스마트폰의 만듦새는 그리 화려해 보이진 않는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직각이 두드러졌고 뒤에서 봐도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옆면을 살짝 들어간 효과를 준 부분이 다르긴 하나 재질이나 문양에 많은 신경을 쓴 인상은 아니다. 그래도 만듦새는 단단해보인다. 화면 보호용으로 고릴라 글래스2를 썼다. 본체가 약간 두껍긴 해도 qHD 해상도(960×540)의 4.5인치 화면 크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아주 크진 않아 손으로 쥘 때도 불편한 구석은 없다. 배터리 덮개는 분리형이라 다른 것으로 바꿔쓸 수 있다. 퀄컴 1.4GHz 듀얼 코어 AP와 10시간 통화 가능한 배터리(3G 기준),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1GB 램과 16GB 저장 공간 등의 제원을 갖고 있다.
제원만 보면 고급형이 아닌 중급형 이상 모델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원을 모르고 보면 욜라 스마트폰은 더 재미있는 제품일지도 모른다. 일단 욜라폰의 UI는 안드로이드나 iOS와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하지만 블랙베리 플레이북에 더 가까운 UI를 가지고 있다는 지인의 지적도 맞다. 어쨌거나 욜라폰은 가로 UI가 없다. 모든 페이지를 세로로 구성했으며 엄지 손가락을 위아래로 문지르는 것만으로 잠금 화면을 풀거나 앱을 실행하는 화면으로 넘어간다. 잠금 화면은 화면을 쓸어올리느냐, 아니면 테두리부터 쓸어올리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메뉴와 정보가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엄지 하나로 모든 메뉴를 움직일 수 있는 조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잠금 화면서 작업 전환, 앱서랍 등 각 페이지의 이동이 쉽고 반응 속도가 빠른 것은 마음에 든다.
욜라 폰에 올려진 세일피쉬가 미고의 영향을 받은 때문인지 대부분의 아이콘이 미고를 기억나게 하는 색조와 모양새다. 물론 모든 아이콘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과거의 기억이 살짝 떠올랐다가 가라 앉게 만든다. 기본 프로그램과 추가 설치된 프로그램이 섞여 있는 앱서랍을 보니 낯익은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안드로이드나 iOS 장치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흔한 서비스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모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긴 하나 그리 불편하게 보이진 않는다. 검색 엔진과 앱스토어도 이미 대체제 형태로 들어 있고 특정 앱에 종속되어 있지만 않다면 기본 통화나 인터넷을 쓰는 데 별 불편은 없어 보인다.
욜라 폰은 399달러다. 원화로 60만 원쯤 하니 결코 싼 가격이라 할 수는 없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출시 대상도 아니고 한글도 지원하지 않는 만큼 우리 입장에서 그리 관심 끌만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 자체에 대한 평가를 깎아 내리고 싶지 않다.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내놓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파트너라는 이유로 눈치를 보는 국내 제조사에 비하면 용기있게 내놓은 이 제품이 훨씬 반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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