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밑도는 능력에 실망한 나머지 많은 이들이 스마트TV에 등을 돌렸음에도 아직 업계 관계자들은 그것을 중대한 위협으로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풀HD 화질에서 3DTV를 거쳐 스마트TV을 지나 다시 4K 화질이라는 TV 시장의 주요 키워드가 바뀌는 동안 한순간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스마트TV는 벌써 잊혀져야 할 존재처럼 느껴지는 데도 말이다. 이대로 스마트TV라는 것이 세상에서 사라진다해도 그것은 전혀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말에 슬퍼해야 할 때인데도 무감각하다.
그런데도 ‘스마트TV’라고 부르는 것들이 때가 되면 꾸역꾸역 나온다. 물론 뭔가는 달라진 상태다. 성능을 더 올렸거나 기능을 더 담았거나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더 예쁘게 했거나 어쨌든 어딘가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속성은 언제나 그대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불편함을 덜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편하게 설계했다지만, 그렇게 빚어낸 또 다른 제품도 새로운 관점의 제품이 아닌 것은 매 한가지다.
스마트TV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 중에 LG도 있다. 껍데기만 샀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어도 LG는 HP에서 죽어가던 webOS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훈련시킨 뒤 지난 해 웹OS TV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웹OS TV는 종전의 스마트TV와 분명히 달라졌다. 예뻐졌고, 빨라졌고 다루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메뉴를 다루는 구조를 바꾼 것 외에 새로운 해석은 없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제 저녁 LG 서초 R&D 센터에서 웹OS 2.0 스마트TV를 한동안 만지작 댔다. 상품 기획자의 설명을 들으며 궁금한 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몇 장 찍고 자리에 앉았다. 그 제품에 대해 궁금한 점도 묻고 몇 가지 의견도 붙이긴 했지만, 이것을 새로운 스마트TV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달라진 점은 있다. 여전히 예쁘지만 더 빨라졌고, 살짝 바꾼 메뉴로 좀더 다루기 쉬워졌다. 하지만 역시 그것이 전부다. 웹OS 2.0으로 운영체제가 진화한 의미를 빼면 웹OS 2.0 TV도 스마트TV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해석은 여전히 찾을 수 없다.
어쩌면 스마트TV를 너무 엄격하게 바라보는 탓에 웹OS 2.0 TV가 갖고 있는 좋은 점마저 이야기 하기를 꺼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웹OS나 다른 운영체제를 얹은 스마트TV들은 경쟁 업체의 TV끼리 비교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던 TV의 이용 경험에서 차별점을 찾으려 애써야 함에도 지난 몇 년 동안 그것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 TV는 온가족이 함께 봐야 하는 장치인가, TV는 방송 중심의 시청 경험을 유지해야 하는가, TV는 사람이 없는 동안 항상 꺼두어야 하는가 같은 기존 TV의 이용자 경험과 반대되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도 없다.
그러는 사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익숙해진 수많은 TV 시청자들은 TV에서 이탈하고, TV의 시청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방송가와 TV 제조사가 고화질 UHD TV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하나 시청 습관이 바뀐 고객들에게 TV는 장식용에 불과한 제품일 뿐, 반드시 장만해야 할 제품 목록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웹OS 2.0 TV와 같은 제품이 이미 시청자들이 모바일로 보는 일부 서비스 경험을 TV로 가져오겠다고 해도 그것을 환영할 이는 드물다. 그런 것을 스마트TV라고 계속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PC를 집어 넣는 것도 스마트TV가 아니다. TV가 장식장이 아닌 제 역할을 찾아내 다른 존재감을 일깨우는 것이 필요하지만 웹OS 2.0 TV에선 그런 게 없었다. 웹 OS TV에 대한 잔소리에 이어 웹OS 2.0에 대한 잔소리 2.0을 쏟아내 유감이지만, 내년에는 잔소리 3.0 대신 칭찬 1.0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