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칼럼 ‘이공계 살리기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
위에 링크를 건 조선 사설 하나가 블로거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모양이다.
추측하건데 송희영 논설실장은 이 글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기조를 바꾸자는 뜻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내용만 보면 미래에 갈곳 없는 이공계 인재들을 양산하지 말고, 경제와 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 경쟁력을 갖추자는 요지 쯤으로 볼 수도 있다. 글 자체의 논점을 이렇게만 본다면 별 문제는 없는 글이다.(여기까지만 옹호한다.)
그런데 그 글이 일자리 창출의 방향을 바꾸자고 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너무나도 요상하다. 인도, 중국의 값싼 제조 환경에 밀려 국내에서는 제조업의 일자리를 만들어봐야 더 이상 효과 없으니 이공계 살리기를 그만하자는 것이다.
뜬금없이 이공계 살리기를 그만두자니…?
‘이공계 지원=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으로 이어지는 참으로 듣도보도 못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이공계 산업에만 붙잡혀 있을 만큼 한가하지는 않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는 부분은 이공계 지원이 나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라는 말과 하나 다를 게 없다. 언제부터 이공계 출신들이 가야할 곳이 제조 현장, 즉 공장으로 정해져 있었고 그들이 나라를 발전을 저해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었단 말인가?
정말 한심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DP님의 말처럼 이공계 출신들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명 공돌이) 쯤으로 얕보는 한심한 작태를 그대로 표출한, 이 시대 한국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만약 정부의 이공계 지원이 제조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거나, “정부가 대학과 산하 연구소에 연구비를 나눠먹기식으로 살포한다”는 것 같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한국 경제 운운하지 말고 그 사실 자체를 비판했어야 했다.
경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이끌었으니 여기서도 그것에 초점을 맞춰 보자. 글에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는 제조업에서 브릭스를 능가하지도 못하고 이제는 더 이상 그들과 겨룰 수 없을 정도로 뒤처져 있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은 아니다. 제조는 다른 곳에서 하더라도 기술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제조는 값싸게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지만 기술은 값비싸게 팔아먹기 위해 가치를 높인다. 이공계 지원을 통해 이뤄내야 할 것은 공장의 일자리가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확고부동 우리 것이 되도록 만들어 내는 일이다. 글에서 말하는 132개 상장 수출 업체의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는다고 푸념할 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책상 하나 더 지원해주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IT 전시회에서 삼성이나 LG가 내놓는 신형 휴대폰보다 쪽방에서 만든 기발한 신기술이 전시되고 그것을 만든 이가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와야 하는 것이다. 영화 한 편이 성공해 얻는 수익이 자동차 몇천대와 맞먹는다는 그런 비교처럼 우리가 만든 기술들도 비슷한 비교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지원이고, 경제를 좀먹는 것이라면 이 나라는 뭘 해도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제조 경쟁력이 뒤떨어져서 공장을 옮기는 건 이미 시대에 뒤쳐진 생각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생산성을 높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 도요타는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가 있는 브릭스로 탈출했다가 결국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도요타가 정신나가서 싸디 싼 브릭스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을까? 그들은 값비싼 생산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생산성 향상을 꾀했고, 지금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이 있었다고 한다. 차 한 대의 제조 원가가 약간 높아도 뛰어난 기술력과 더 높아진 생산성을 통해서 만회할 수 있었기에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우리 기업은 돌아와도 소용 없다고 말한다. 도요타처럼 원가 경쟁력을 뛰어 넘는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해서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제조 분야의 경쟁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나 인도로부터 제품 경쟁력 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까지 따라잡히게 되면 그들은 이제 한국 기업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값싼 노동력을 찾아 방랑하는 유랑 기업에 불과하지 않게 될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남은 건 독보적인 기술을 손에 쥐는 것 뿐인데…
이런 데도 이공계 살리기를 부당하다고 말할텐가?
↑작은인장·오우옥(피요테) 누군가 ‘언론(言論)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구호를 외치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번듯한 언론관련 학과의 수석 입학생이나 수석 졸업생이 법과대학으로 이..
저는 블로거 여러분들이 너무 송희영 논설위원의 ‘의도’에만 관심을 두는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논거가 좀 이상하더라도, ‘이공계 살리기’라는 이유로 양적인 확대에만 집중하는 정책을 비판하는 논설위원의 관점은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금융, 서비스업 육성에 힘을 써야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고요. 그리고 전 왜 이공계학과 대학 졸업생(‘이공계 출신’은 이들을 두고 말씀하시는 거겠죠) 들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같이 보는게 ‘이공계 출신’을 얕보는 게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잘못 아는 것이지 얕보는게 아닙니다.
밤이 늦었는데 글을 읽고 논평해 주신데 먼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 논설 위원의 관점은 양적의 확대에 집중하는 정책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아래 mcdasa님 말씀처럼 ‘이공계=제조업’이라는 잘못된 관점에서 출발한 글이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2. 금융과 서비스업 육성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공계 살리기를 그만두고 그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는 좀 이상합니다.
3.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논설 위원이 제조업의 줄어드는 일자리와 이공계 출신의 일자리를 연계해 설명하게 된 인식 자체를 비판한 것입니다.
밤이 늦어 짧게 답변 드렸습니다.
‘이공계 == 제조업’ 이란 약간은 어이없는 전제는 논설위원의 관점마저 흐트러지게 하죠.
이공계를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좋은 의견이 될 수도 있지 않았나 합니다.
새벽에 일을 하다가 잠시 인터넷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한 칼럼을 읽게되었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실장이라는 분이 그의 이름을 건 칼럼을 통해 “이공계 살리기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 기자나 논설위원들 블로거들 눈치좀 살펴가며 논리적인 글쓰기를 해야 하겠군요. ㅎㅎㅎ
신문사들은 얼마전까지만해도 포탈만 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모양인데, 오히려 블로그가 더 무서울듯.
블로거 눈치는 안봐도 좋으니 대충 들어맞는 이야기나 썼으면 좋겠다 싶네요.
아.. Draco님도 무서운 분중에 하나입니다. ^^
올블타고 왔습니다.
이 송희영이란 사람, 아주 물건입니다. 예전에도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4/20/2007042000677.html
어서오세요. ^^
링크를 걸어주신 것과 이번에 문제가 된 글을 읽어보니 모두 일자리 걱정을 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그 논리가 좀 이상하더군요. 이에 대해서는 추후 보충하겠습니다.
칫솔님의 해당 포스트가 7/16일 버즈블로그 메인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
이공계 살리기가 질적인 향상없이 양적인 향상만 나타나는건 분명 문제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기초학문의 부실에서 나타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많이 먹였으니 살은 찌겠죠. 그러나 근육은 없는 상태. 우리나라 이공계의 현실은 분명히 비만상태죠.
어짜피 이공계 살리기는 계속될것이고 계속되어야 합니다. 허나 지금처럼 살만 찌우는 형태는 안될것입니다. 일자리창출에 관한 칼럼이었다면 그다지 문제는 없을수도 있겠지만, 글쓴이의 이공계에 대한 무지에서, 이런 형편없는 칼럼이 나온것일겁니다.
살은 쪘으나 근육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 정말 좋은 표현이십니다.
이공계 지원은 계속되어야 하나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으로 바꾸라는 김병희님의 지적처럼 글을 썼다면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만 썼으면 문제가 아닌데 엉뚱하게 이공계 살리기를 하지 말자,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서 문제가 됐습니다.
뭐 전에도 엔지니어 전직을 금지시키자는 해괴한 발언을 하신 대인배이니 저처럼 어떤 댓글이 달릴지 몰라서 블로깅할 때도 손 떨리는(;;) 소인배가 뭐라 하든 상관치 않으실 분이겠지요.
말씀하신대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를 개발하고 (저는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도요타 방식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뤄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공계가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분이 이공계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게 우습죠..
저도 손 많이 떨었습니다. ㅎㅎ
전에 엔지니어 전직 금지 발언을 하셨다라고 하니 더 씁쓸해집니다. 엔지니어가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려야 마땅하거늘 그것을 막으려하다니요. 여기가 독자국가였나 봅니다.(진짜?)
돌아오는 일본 기업과 떠나는 한국 기업, 대비되는 이 모습에서 느껴야 할 것은 ‘일자리 줄어든다’는 게 아니라 왜 그들은 돌아오고 우리는 떠나는가가 아닐까 합니다. 돌아올 이유, 떠나지 않을 이유, 이것을 안다면 좀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공계 살리기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주워들은 풍월로는 경제란 분야는 꼭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아도 한편의 희생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두를 똑같이 행복하..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실장의 최근 칼럼이, 이공계 출신이(그 중에서도 IT 관련)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블로고스피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작정하고 욕먹을 각오로 쓴 ..
개인적으로 조선일보가 극우성향이긴 해도 나름 생각은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든 조선일보와 한겨례신문의 기사를 동시에 읽으면서 시각적인 차이에 대한 사실의 해석이 얼마..
쓰여진 글과는 달리 의도하는 바가 다를 경우의 글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조선일보의 사설 또는 칼럼들은 항상 정치적인 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종 황당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어서 조금은 황당한 사설로 기쁨을 주려 했던 것인가요? 그런 의도라면 성공한 듯.. ^^;
허허허허허허허허허
조선일보에 실리는 것은 일단 자동필터링을 끼고 살펴야합니다. 언론이되 언론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 신문이거든요… 심지어 ‘외부’인들이 써주는 조선일보의 사설들도 말입니다…
ㅎㅎㅎ 시마시마님. 어디 괜찮은 필터 하나 소개해 주세요. 앞으로는 그것끼고 보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답글을 달려 하다가 글을 하나 쓰고 트랙백으로 올렸습니다. ^^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안불렀슈님. 블로그에 있는 글은 잘 읽었습니다. ^^; (트랙백은 안걸린 듯 합니다.)
먼저 요약해 보겠습니다. ‘제품 제조를 위한 공학의 존재, 공학의 발전을 위한 이학이 존재하는데 이제까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상위에 있는 제조업의 불안한 현실이 이공계의 미래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므로 이공계 지원에 대해 제고하고 다른 전문 분야를 육성하자’는 의미로 쓰신 글이 아니었나 합니다.(혹시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이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공계라는 튼튼한 주춧돌과 기둥을 세웠다면, 가끔 제조업이라는 기와장이 날아갔을 때 새 기와를 얹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제조업이라는 기와장이 좀 날아갔다고 해서 주춧돌과 기둥이 쉽게 흔들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기초적 기술 기반이 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시는지요?
글에서 안불렀슈님이 의미하시는 ‘제품’이 완제품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완제품 제조업이 한번의 바람에 휩쓸려 쉽게 날아갈 기와라면 기초 부품 산업은 어지간하면 날아가지 않을 기와장이라고 봅니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은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기와장 같은 기초 부품 산업의 육성과 이를 지탱해줄 수 있는 튼튼한 기술 개발을 위해 이공계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즐거운 휴일 되시기를~
논평 고맙습니다. ^^
[송희영 칼럼] 이공계 살리기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 는 칼럼을 읽고 한참 생각해 보았다. 요즘도 여기저기서 이공계에는 취직부터 어렵다고 발한다. 또한 이공계를 졸업하고도 의대나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