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레노버 K900이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다뤄봤다. 아직 이 제품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고, 출시될 계획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단지 이 제품을 둘러본 이유는 하드웨어의 특징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제품이 어떤 이용자 경험을 줄 것인지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이 글에는 레노버 K900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제품에 들어 있는 인텔 프로세서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다.
사실 인텔 프로세서를 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면 딱히 떠올릴만한 긍정적 이미지가 없다. 오히려 지금은 부정적인 메시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안드로이드가 여러 플랫폼과 이용 환경을 아우르는 범용 운영체제로 거듭나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ARM 기반 시장에서 성장해온 터라 대부분의 기반이 AR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ARM 기반의 안드로이드 장치와 달리 인텔 x86 기반 제품은 이제부터 검증을 해야 하고 그 의구심을 조금씩 지워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비록 안드로이드라는 같은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플랫폼의 제품을 쓸 때 이것이 과연 아무런 문제 없이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안드로이드 초기 시장이라면 하드웨어가 잘 돌아가고 어느 정도 성능을 가졌느냐를 검증하는 것에 그칠 수 있지만, 다양한 이용자 경험이 만들어지는 지금은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방해하지 않고 얼마나 유지시킬 것인지, 혹은 더 향상시켜 줄 것인지 범위가 넓어졌다.
그 넓어진 범위 안에는 안드로이드 앱의 호환성도 포함되어 있다. 종전에 만들어진, 또는 지금 가장 소비가 많은 앱들이 인텔 칩셋 위에서 잘 돌아갈지 먼저 확인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구글 기본 앱을 제외하고 구글 플레이에 수많은 앱이 있더라도 이 플랫폼에서 쓸 수 없다면 의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물론 구글과 인텔이 안드로이드를 위한 x86 에뮬레이터와 개발 도구를 내놓으며 지원을 강화했지만, 실제 결과가 어떨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구글 플레이를 통해 런처를 비롯해 파일 관리자, 미디어 플레이어, 각종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여러 최신 게임을 깔아본 결과 최근에 나온 앱들의 검색과 설치, 실행까지 큰 불편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은 큰 무리 없이 실행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물론 모든 앱이 100%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나 최근에 쓰는 앱은 거의 대부분 나타난다. 고런처나 버즈 런처도 잘 작동했고, 플릭 홈런, 터보 같은 게임, ES 파일 매니저나 다이스 플레이어 등도 일장 실행은 했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실행은 되지만 그렇다고 충돌이나 튕김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다. 예를 들어 다이스플레이어는 x86을 지원하지만 ARM만 지원하는 고품질 오디오 플러그인은 읽을 수 없었고, EA의 리얼 레이싱은 게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나 홈 화면으로 튕겨나간다. 또한 ES 파일 매니저에서 스트리밍으로 MP3를 재생하면 검은 화면이 나온다. 아직은 군데군데 불안한 모습이 남아있다.
레노버 K900에 들어 있는 인텔 아톰 Z2580의 성능은 크게 뒤쳐지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2GHz 듀얼 코어 제품이지만, 벤치마크를 하기 전까지의 실행 속도는 약간 늦는 듯 보이지만 크게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실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해보면 ARM 계열의 고성능 AP보다는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Z2580을 듀얼 코어가 아닌 쿼드 코어로 인식하는데, 하이퍼스레드 기능을 물리적 코어로 오해하는 듯하다. 그래픽은 SGX544MP2라 그래픽 성능은 좀 거슬리고 게임을 할 때 고성능 모드로 작동하다보니 발열은 꽤 많이 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텔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는 장치의 이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기능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무선 디스플레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인텔 자체의 와이다이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고 모바일 장치에서 보편적으로 담기 시작한 미라캐스트는 아니어서 호환 어댑터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퀄컴이 4K와 관련된 기능을 강화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단 인텔 스마트폰을 통한 새로운 기능을 기대하는 것보다 호환성 확보가 더 급하게 꺼야 하는 불인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인텔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어서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겨냥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들 칩셋이 쓰이는 모바일 제품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의 융합도 시도하고 있고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기술을 보유한 블루 스택 같은 업체에도 투자했다. 궁극적으로는 개발 단계에서 더 완벽하게 x86을 지원하는 앱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x86 하드웨어의 저변이 넓지 않은 상황이라 여기까지 신경써야 할 필요성을 얼마나 느끼냐는 점이다. 인텔은 그 저변을 넓힐 묘안을 짜내야 하고, 그 배경에는 앱 호환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도끼가 있다. 이용자가 의심을 갖게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덫을 놓는 일이야 말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살아가야 할 인텔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아닐까?
x86 계열 아톰은 기존 arm과 binary code가 다르므로 arm과 다른 NDK를 써야 합니다.
NDK는 고성능을 위해서는 필수적인데,
게임이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앱에서는 큰 문제가 됩니다.
아직까지는 듣보잡인 아톰을 위해 아톰용 NDK를 사용하고
전용 코드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건,
개발자들한테는 아주 심각하고 짜증나는 일 입니다.
네.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구글이나 인텔이 안드로이드에 x86 에뮬레이터를 함께 배포하고 있어도 개발자들이 굳이 저변이 없는 x86까지 신경써서 개발할 이유는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요. 이에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듯 싶군요.
현 세대 아톰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램을 1기가 밖에 지원을 하지 않아서 램 2기가의 플래그쉽을 만들수도 없고요.
차세대 에서는 전력관리가 강화되니 그때까지 기다려 보시는게…
x86 에뮬레이터는 잘못하면 독이 될수 있습니다.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 호환 기능을 넣은 이후로 앱 개발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레노버 아이디어폰 K900의 램은 2GB입니다만…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