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종합 보안 업체 맥아피를 인수했습니다. 인수금액은 76억8천 만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9조에 이르는 가격입니다. 60%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48달러에 인수했습니다. 그것도 현금으로 쐈답니다. 통 크게 질렀더군요. 그런데 참 흥미롭습니다. 프로세서 제조 업체가 소프트웨어 보안 업체를 인수했으니 말이지요. 그러니 이번 인수를 두고 여러 뒷말이 오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프로세서의 미래를 위한 인텔 다운 결정의 한 예를 보여준 것입니다.
인텔은 많은 이들이 잘 알다시피 프로세서 기업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PC나 노트북의 처리 장치를 개발, 생산하는 기업이죠. 하지만 인텔이 생산하는 프로세서를 보면 단순히 PC나 노트북 용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계산 능력을 요구하는 모든 컴퓨팅 장치에 맞는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거나 개발 중입니다. PC와 노트북은 물론, 태블릿과 TV, 셋톱박스 자동차, 스마트폰, 서버 등 수많은 장치에 맞는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각 제품별로 들어가는 CPU는 다르지만, 영역별로 보면 PC와 가전,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텔의 프로세서가 영향을 미치도록 확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인텔은 종전까지 이러한 영역의 제품들에 대해 에너지 효율성과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좀더 적은 전력으로 더 좋은 성능을 내고 좀더 편하게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지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금까지 프로세서의 성능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던 인텔의 다음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던 것이지요. 인텔 프로세서가 모든 영역에서 쓰도록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을 가진 프로세서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텔이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은 프로세서 기업이 된 아픈 사연 때문입니다. 지금 인텔은 프로세서 기업이지만, 사실 1970년대에는 DRAM을 비롯한 메모리를 생산하던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사들로 인해 DRAM 부문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반대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매출액 증가하면서 결국 1982년 이후 메모리 기업이 아닌 프로세서 기업으로 전략 방향을 수정하게 되지요. 이때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의 인텔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DRAM 부문이 큰 손실을 보게 됐음에도 주력 사업을 프로세서로 전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인텔은 DRAM 시장의 경쟁에서 밀려난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설정합니다. 아키텍처 리더십과 세계적 수준의 생산 역량 강화, 단일 공급 업자 전략 등이었지요. 그 결과 1990년 대를 보내면서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 힘을 겨루던 경쟁자들을 거의 모두 물리칩니다. 이후 인텔은 중요한 변화의 시기마다 프로세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행동들을 합니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을 예측하고 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결합, 데스크탑 시장과 서버 시장 등에서 인텔 프로세서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인텔이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이유는 하나 입니다. 인텔이 메모리에서 프로세서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이후, 인텔에 있어 절대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핵심 사업이 바로 프로세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명확한 상황에서 인텔이 할 수 있는 것은 경쟁력 있는 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고성능 프로세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프로세서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들을 만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프로세서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인텔의 사업 전략과 결정은 프로세서를 더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맥아피 인수가 인텔 프로세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인텔이 직접 보안 사업을 하겠다는 목적보다 머지 않아 여러 컴퓨팅 장치를 향한 위협으로부터 보안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경쟁력 있는 프로세서 환경을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모바일 시장의 보안 문제만을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텔 프로세서가 적용되는 모든 환경을 통틀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개인 컴퓨팅, 가전 컴퓨팅, 모바일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인텔 프로세서를 쓰는 모든 컴퓨팅 장치가 더 뛰어난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답은 뻔하지 않겠습니까?
경쟁력 있는 프로세서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인텔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 방식이고, 앞으로도 이같은 전략적 결정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인텔의 맥아피 인수는 미래의 컴퓨팅 환경에서 프로세서가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튼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미래의 프로세서에 대한 인텔의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 전략이니까요.
모바일에 이어 이제는 보안업체까지… 인텔도 차기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네요.
그나저나 인텔이 매긴 맥아피의 가치가 상당하군요. ^^
인텔이 생각하는 미래 가치를 보면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닐거에요. 전체 프로세서 시장을 바꿀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약과죠. ^^
세계 최대 칩메이커 Intel이 인터넷 보안 솔루션업체 McAfee를 76억 8천만 달러(한화 약 9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대금 전액 현금이며 Intel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인수다. 칩제조사 역사상 가장 큰 돈을 들여 인수한 기업이 보안솔루션을 공급사라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 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McAfee가 Intel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Intel은 McAfee의 수요일..
인텔이 전에는 디램 업체였군요. 몰랐네요. 저는 4004 때부터 프로세서만 만든 줄 알았습니다;;
맥아피 인수건은 저도 뭔 뜻인지 생각했는데, 앞으로 프로세서 레벨에서의 보안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하게 아닐까 합니다.
프로세서 레벨에서의 보안일지, 아니면 보안 업계를 위한 별도의 표준 명령 세트를 추가할 지, 아니면 보안 칩세트를 묶은 플랫폼을 내놓을 지 두고봐야겠지요. ^^
프로세서에 백신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면 더 좋을수도있겠다고 생각해봤어요 ㅎㅎ
지금도 인텔 CPU에는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요즘 CPU는 이런 기능이 필수인듯…
대부분 프로세서에 넣을 것으로 생각하시는군요~ ^^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더욱 더 좋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TV 광고 등을 보면 인텔 듀얼코어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
여튼,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더 좋아지고 안전해지기 위한 길을 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 ^^
머.. 그래도 프로세서 부분과 플래시 메모리 부분은 여전히 인텔이 기술적 우위인것 같아요.
물론 CISC 기반 x86 아키텍쳐는 Intel이 RISC 기반 저전력은 ARM이 대세이긴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맥아피를 인수했다니 좀 놀랄만한데 음…
DEP를 넘어서 이제 프로세서 내부에 하드웨어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려는 건 아닐지
그걸 넘어서 “보안칩”을 만들려고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런 방향으로 나갈경우
CISCO 등과의 충돌도 약간은 예상이 되네요. 네트워크 부분의 침입감지나 네트워크 상의 트래픽에서 바로 바이러스를 잡아내는 이런 쪽으로 결합될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죠.
명령 세트라면 모를까, 프로세서 내부에서 강화할 것 같지는 않고요. 프로세서와 무선 랜에 이어 보안 칩세트를 묶어 플랫폼 안으로 넣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겠죠. 어쨌든 기다려보자구요~ ^^
우와 통크게 질렀군요
미래를 대비해 화끈하게 지른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