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일만 잘하면 되는 휴대용 컴퓨터 쯤으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여전히 일 잘하는 노트북만 필요한 이들도 많지만, 어떤 이에게는 패션이고 어떤 이에게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나는 어디에서나 일을 잘하면서 패션이 되는 제품을 원한다. 물론 가격도 중요하다. 어디에서나 일을 하기 위해선 휴대성이 좋아야 하고, 일을 잘 하려면 성능까지 좋아야 한다. 패션의 일부분이 되려면 그만한 스타일까지 살려야 하는 것이다. 조건이 매우 까다롭지만 이런 조건을 어느 정도 채운 제품을 만나기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닌 현실에 서 있다. 그 가까운 현실에 센스 시리즈9이 있다.
날씬하다
센스 시리즈9은 얇으면서 얇게 보인다. 이 말은 모순일 수도 있다. 얇으면 얇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다. 얇아도 얇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같은 1cm의 두께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1cm처럼 보일 수도, 10cm처럼 보일 수도, 1mm처럼 보일 수 있다. 센스 시리즈9의 실제 두께는 16.3mm. 하지만 10m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듯한 착시 효과가 강하다. 이렇게 얇게 보이도록 만든 결정적인 요소는 날개 처리. 덮개와 본체가 만나는 테두리를 얇은 날개 형태로 다듬어 붙인 효과가 얇아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이 착시 효과는 반가운 일이다. 진짜 날씬하게 보이니까.
그런데 넓다
얇은 두께는 반갑지만, 상대적으로 ‘등짝’은 넓어 보인다. 센스 시리즈9은 13.3인치의 화면을 갖췄다. 이 화면을 둘러싸는 테두리만 가늘게 만들었으면 아마 등짝은 이보다 좀더 좁아 보였을 수도 있지만, 얇게 보이기 위한 날개가 오히려 넓게 보이는 효과로 반작용하고 있다. 물론 다른 13.3형에 비해 월등히 커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넓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가방은 조금 여유로운 것을 구하는 편이 좋다.
군더더기가 없다
얇게 만들려면 어지간한 건 빼야 한다. 심지어 외부 장치를 연결하는 단자마저 생략할 때가 많다. 얇은 두께에 이것저것 넣을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으니 일단 빼고 보는 것도 많다. 무엇보다 이렇게 얇은 공간에 단자를 드러내면 보기도 흉하니 연결 단자도 줄인다. 결국 연결성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에 비하면 센스 시리즈 9은 양반이다. 2개의 USB 단자(그중 1개는 외부 장치 충전 가능)와 랜, HDMI 출력, 마이크로SD 카드 리더까지 붙였다. 이 단자들은 필요할 때만 열어서 쓰도록 덮개 처리를 한 덕분에 단자 때문에 생기는 군더더기마저 없앴다.
성능도 안 놓쳤다
보통 얇으면 성능이 떨어질 거라 여기기 쉽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얇은 울트라씬 노트북에 쓸 수 있는 프로세서는 선택할 수 있는 수가 정해져 있어서다. 하지만 모두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센스 시리즈9는 울트라씬용 2세대 코어 i5를 썼다. 저전력 버전이라 클럭은 1.4GHz로 낮다. 2코어 4스레드로 처리하는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클럭만 따져보면 다른 일반 노트북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실제 센스 시리즈9을 써보면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드디스크 대신 쓰고 있는 SSD도 그런 느낌을 들도록 하는데 한몫 거들고 있다. 128GB의 용량은 넉넉하다 할 수는 없으나 하드디스크보다 빨리 쓰고, 빨리 읽음으로써 무엇을 해도 걸리적 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낮은 클럭의 프로세서를 보조하는 SSD의 조합은 훌륭하다. 다만 내장형 그래픽의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동영상 감상을 제외한 3D 게임의 활용도는 다소 낮다.
소음이 없다?
이 노트북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정말 소음이 없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작업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저전력 프로세서와 SSD의 또 다른 장점이 여기서 발휘된다. 소음이 날만한 것을 거의 없앤 것이다. 대부분의 노트북은 프로세서에서 내뿜는 열을 빨리 빼내기 위해 방열팬 한두개 정도는 심어두기 마련이고 하드디스크의 헤드가 움직일 때의 달그닥 거리는 소리라도 들리지만, 센스 시리즈9은 그런 것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분간이 안간다. 물론 방열팬은 있다. 복구 모드로 돌아올 때 잠시 팬이 돌고, 브라우저에서 여러 개의 탭을 열거나 과도한 변환 작업을 할 때 팬 소음이 난다. 문서 작업이나 단순한 웹서핑은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하다. 소음에 민감한 이들에겐 시리즈9이 답이 될 듯 하다.
키보드가 밝다
왠지 키보드가 밝다는 말은 어색하지만, 실제로 밝다는 의미를 부여할 때가 있다. 시리즈9을 어두운 곳에서 쓸 때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처럼 프로젝터를 위해 조명을 낮춰야 하는 환경에서 센스 시리즈9은 키보드 아래의 조명을 환하게 불밝힌다. 물론 마냥 켜 놓는 것은 아니고 이용자의 손길이 닿을 때만. 때문에 조명을 끄고 글을 입력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터치패드에 잠금기능이 필요하다
터치패드는 넓고 여러 제스처를 쓸 수 있다. 하나의 터치만 인지하는 것이 아닌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인지하고, 조작 범위가 넓어 커서를 다룰 때 한결 편하다. 그런데 터치패드에는 따로 하드웨어 버튼이 없다. 버튼이 없어 깔끔하지만 마우스의 좌우 버튼을 어떻게 입력해야 할지 난감할 수도 있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터치패드 오른쪽 아래 모서리를 누르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것처럼 팝업 메뉴가 뜨고, 터치패드의 나머지를 꾹 누르면 왼쪽 버튼처럼 작동한다. 단지 터치패드의 한가지 문제점은 패드가 너무 크고 센서가 민감하다는 데 있다. 키보드로 글자를 입력하다가 터치패드를 슬쩍 건드리는 순간 커서가 있는 부분으로 순간 이동해 글자 입력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키패드 잠금 기능이 필요하다.
아…
센스 시리즈9을 써본지 한달 쯤 지난 지금 정말 갈등 중이다. 반납의 시간이 다가오는 지금 이 순간 시리즈9을 보며 “아~”하는 탄식만 계속 내뱉고 있다.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만큼 스타일과 어우러진 성능 등 만족도가 높은 울트라씬 노트북이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값도 내렸다. 공식 판매가격은 여전히 200만 원대지만, 오픈 마켓 가격은 이보다도 훨씬 싸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반납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저에게 버려 주시면 참 좋을 텐데.. 삼성이 그렇게는 안해 주겠죠..ㅋㅋ
어제는 잘 들어 가셨나요~~^^
버리진 않고 자선 사업에 쓴다고 하던데요. 잘 노려보시면 좋을 듯… ^^
김군님도 차 잘 가져가셨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얇게보이는건 애플이 참 잘했는데 말이죠. 이제 대세인가봅니다.
얇은 데다가 고성능까지도 대세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
공식블로그에는 비싸다고 욕을 바가지로써뒀는데..실사해보시니 물건은 좋은가보군요..
사실 바이오가 얇기와 성능을 잘조화시킨 씬모델이라고 생각했는데, 삼성도 하나 해내는군요..
처음 나왔을 때 비쌌던 건 사실이죠. 그나마 곧바로 가격을 조정하면서 시중가가 170만 원대로 낮아졌더군요.
아 반납하시려면 눈물이 앞을가려서 어쩌나..
그 눈물을 닦을 다른 제품을 얼른 찾아봐야죠~ ^^
아아 다른거 보다 아크마우스만 눈에 밟혀요 ㅋㅋㅋㅋ
아크 마우스는 정말 MS가 만든 것 중 가장 잘 만든 하드웨어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