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VR이 지난 1년 여 동안 붙였던 ‘이노베이터 에디션’이란 꼬리표를 뗐다. 이제야 온전히 기어 VR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만 붙여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노베이터 에디션에서 넘어 온 기어 VR은 알려진 대로 값을 대폭 낮췄다. 25만 원이 넘던 제품을 12만9천원으로 낮춘 것이다. 가격 문턱을 낮춘 기어 VR은 분명 1년 전의 이노베이터 에디션과 많이 닮았으면서도 다른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피 확 줄인 포장재
기어 VR이 배송 받았을 때 사실 깜짝 놀랐다. 정말 기어 VR 들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작은 상자가 배달됐기 때문이다. 상자를 열어 기어 VR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 의심은 거뒀지만, 1년 전 이노베이터 에디션 때와 비교하면 포장의 구성이나 내용물은 눈에 띄게 다르다. 기어 VR을 담아 둘 파우치도 없앴고, 머리에 쓸 때 고정하는 벨트의 재질이나 형태도 정말 단순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좀더 싸게 출시하기 위한 비용 절감은 가상 현실을 경험하는 것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제외하는 것부터 시작한 모양이다. 불필요한 고급스러움은 버리는 대신 철저하게 실리적인 요소만 반영한 듯하다.
하드웨어 구성은 거의 비슷해
포장재와 각종 부속은 이노베이터 에디션과 확실히 다르지만, 기어 VR 자체의 구성은 이노베이터 에디션과 거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갤럭시 노트4 전용으로 나왔던 첫 기어 VR 이노베이터 에디션은 스마트폰 VR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심을 잡아주는 가속도 센서와 근접 센서, 별도 컨트롤러 없이 조작할 수 있는 터치 마우스를 내장했다. 기어 VR 정식 버전도 이 구성과 똑같다. 다만 갤럭시 노트4를 제외하고 크기가 다른 갤럭시 S6와 엣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 노트5를 꽂을 수 있도록 USB 단자의 위치를 2단계로 조절하고 폭이 다른 각 스마트폰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 단자를 추가한 점이 달랐다. 갤럭시 S6와 함께 발표했던 기어 VR 이노베이터 에디션에 넣었던 방열 팬은 정식 버전에서 다시 뺐다. 그것도 비용 절감 차원일 것이다. 그래도 USB 충전 단자만 남겨 VR을 다루는 동안 배터리 소모 속도는 줄일 수 있게 됐다.
안경도 함께 쓸 수 있는 구조
자질구레했던 부속을 단순하게 바꾸고 보니 이노베이터 에디션에 비하면 확실히 볼품은 없다. 그래도 그걸 탓하기만 할 수는 없다. 막상 써보면 이전과 확 달라진 착용감을 곧바로 느껴져서다. 머리띠를 단순한 끈으로 바꾸고 보니 스마트폰을 꽂은 채 머리에 써도 종전 모델보다 더 가벼워졌고, 얼굴에 맞닿는 부위의 완충재 모양과 재질을 바꾼 덕분에 훨씬 편하다. 근접 센서가 있어 기어 VR을 써야만 화면이 켜지는 방식이나, 위쪽의 링을 돌려 초점을 조절하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소식은 안경을 쓰는 이들도 기어 VR을 쓸 수 있게 된 점일 게다. 종전 모델은 안쪽의 좌우 폭이 좁아 안경을 쓴 채로 기어 VR을 쓰는 게 어려웠는데, 신형은 좌우 폭을 넓혀 안경을 쓴 채로 기어 VR을 덮어 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안경을 쓰고 그 위에 기어 VR을 덮으니 안경이 누르는 압박감에 따르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상한 터치 패드
기어 VR이 다른 VR보다 편한 점은 가상 세계의 인터페이스를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통합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기어 VR로 구축한 가상 공간 안에 떠 있는 메뉴나 여러 인터페이스는 고개를 돌려 가운데 포인터로 지정한 뒤 기어 VR의 오른쪽 옆에 있는 터치 패드로 선택하거나 메뉴를 바꿀 수 있다. 따로 컨트롤러를 쓰지 않아도 터치 패드에 손가락을 대고 위아래로 올리거나 내리거나, 또는 앞이나 뒤로 밀거나 당기면서 즐기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정식 버전의 달라진 터치 패드는 이전보다 어딘가 불편하다. 터치 패드에 상하좌우 방향으로 긴 홈을 냈는데, 꼭 그 곳에 손가락을 대고 위아래, 도는 양 옆으로 문질러야만 작동하는 것처럼 만든 탓이다. 아마도 터치 패드의 방향성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에 이렇게 만든 듯하나 오히려 긴 홈에 손가락이 걸러 빠르게 조작할 때 방해 받는다.
밴드 걸쇠의 올바른 변화
사실 큰 이야깃거리는 아니지만, 눈여겨 볼 부분은 머리에 쓸 때 줄을 걸기 위한 밴드를 걸어야 하는 걸쇠의 작은 변화가 흥미롭다. 종전 기어 VR은 이 걸쇠가 수평 방향으로 되어 있던 터라 머리에 쓸 때 밴드가 귀에 걸리는 구조였다. 때문에 기어 VR의 두번때 이노베이터 에디션에는 귀 부분에 걸리지 않고록 밴드의 모양을 바꾸기도 했다. 정식 버전은 더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 밴드 걸쇠를 대각선으로 기울여 귀방향으로 밴드가 걸리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큰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 덕분에 이전보다 착용감이 더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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