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CEK가 플레이스테이션 2의 가격을 22%나 내렸습니다. 여전히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조금 비싸긴 합니다만, 그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은 됐습니다.
가격 인하의 배경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대강 눈치를 챘을 거라 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 출시를 위한 재고 처분을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소식이 나가고 난 뒤 각 매체가 플레이스테이션 3를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기사를 곁들여 썼더군요. 상반기라… 6월 이전을 말하는 것이니 이제 4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 중에 출시일, 아니 출시 월은 언제로 볼 수 있을까요? 나름대로 추측들을 하고 계실텐데, 저 나름대로의 출시일을 예측해봅니다. 이는 국내 사정과 제 바람을 적절히 섞은 것이니 혹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 주의 : 이 글에서는 이런 저런 상황에 따라 가능한 출시일을 추측한 것이므로 SCEK가 이 글에 적힌 때에 출시를 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 출시 이후 생산이 수월치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가 출시 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건 일찍부터 알려져왔다. 우리나라가 찬밥 대우를 받지 않도록 발품을 팔았던 SCEK 직원들의 노력도 결국 본사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 수정에 따라 빛이 바래고 말았다.
각종 매체에 알려진대로 올해 초 SCEK는 3월 유럽 동시 출시에서 상반기 출시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들은 PS 3의 생산량과 스케줄뿐 아니라 게임 타이틀의 동향,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의 성향을 비교 분석하면서 효과적으로 런칭할 수 있는 날짜를 고르고 있다. 그런데 확실한 런칭 일자는 아니어도 잠정적인 목표 일정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되도록 빠른 런칭을 위해서 설정한 목표는 잠정적으로 5월일 가능성이 높다. 3월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에서 상반기 출시를 밝혔기 때문에 3월은 당연히 아니다. 4월은 몇몇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불가능하고, 6월은 상반기의 끝자락에 겨우 출시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피하고 싶어한다.
SCEK가 5월을 목표로 잡은 이유는 외국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PS 3의 값도 문제지만, 역시 뒤를 받쳐줄 타이틀의 출시 여부와 한국만을 위한 서비스를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XBOX 360이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DOA 4나 DOAX, 기어즈 오브 워 같은 대작 타이틀이 연이어 쏟아진 덕분이다. 눈에 찰만한 킬러 게임 없이 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PS 3가 지지부진한 원인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는 결국 킬러 게임이고, 지금 타이틀 정책을 우선 순위에 둔 것도 그에 따른 것이다. 한국 출시를 준비하는 SCEK 역시 킬러 게임의 동시 출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의 실패 사례, XBOX 360의 약진을 비교하면서 PS 3를 출시와 동시에 즐길 타이틀의 출시시기를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SCEK에게는 10개 이상의 타이틀 수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하드웨어 판매를 이끌어 줄 킬러 게임 한두 개가 간절하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에는 20개 이상의 타이틀이 나와 있지만,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할만한 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점이 SCEK의 고민이다. 3월과 4월의 타이틀 스케줄을 면밀히 살피면서 견인차 역할을 할 킬러 게임을 골라야 하는 것다.
릿지레이서 7이나 겐지, 소닉더레지혹, 포뮬러 원 챔피언십 등 SCEK가 유통 가능한 타이틀은 아마 이 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 지금 가장 유력한 타이틀을 뽑으라면 역시 버추얼 파이터 5다. 버추얼 파이터 5는 세가의 멀티 플랫폼 전략에 따라 XBOX 360으로도 나오지만, 섬세한 화질의 디지털 출력을 가진 PS 3가 낫다는 점을 강조하면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한 전략 타이틀이 될 수 있다. 버추어 테니스 3, 헤븐리 소드 등도 있지만 역시 게임의 무게감이 문제다. 건담 무쌍(반다이 코리아)이 나올 가능성은 지금은 알 수 없다. 설명이 필요 없는 PS 3의 킬러 게임인 메탈 기어 솔리드 4만 받쳐준다면 PS 3의 잠재 고객들을 확실히 끌어낼 수 있지만, 2007년에 나올까 말까 하니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어느 한 게임이라도 런칭 초기 PS 3를 견인해 준다면 그동안 쌓였던 비난과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상상에 맡긴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성에 안찬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묵시적으로 요구하는 덤이란 게 필요하다. SCEK가 한국만을 위한 뭔가를 준비하는 것은 앞서 우리나라가 찬밥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주요 고객이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필요하다. PSP를 출시했을 당시 넷스팟 서비스와 맞먹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 역시 5월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밤 playstation.co.kr의 사이트 정비가 있었다.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playstation.co.kr과 scek.co.kr 모두 닫고 정비를 하면서 PS 3 업데이트에 대한 일부 조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제반 준비는 되어 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가격 정책이다. 아마도 이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PS 2와 PSP 등 외국보다 싼 전례가 없던 터라 안심이 안 되는 대목이지만, 아마도 이전과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다.
5월 출시가 가능해진다면 2005년 PSP 발매 날짜(5월 2일)에 맞춰 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지만, 뜻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5월 출시도 잠정적일 뿐이므로 타이틀이나 서비스의 준비에 따라서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그래도 상반기라는 마지노선은 넘기지 않을 건 분명하다. SCEK도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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