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라, 준(Zune).

MS가 얼마 전 자기 손으로 탯줄을 끊었던 미디어 플레이어 ‘준(Zune)’의 불임 소식을 전했다. (‘쪼옴~’ 요상스럽긴 하지만)어쨌든 준은 더 이상 후계를 잇지 못하는 내놓은 자식이 됐고, 이제 가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그저 시간의 문제가 됐다. 참으로 좋은 이름을 가진 미디어 플레이어였는데, 머지 않아 사라진다니 왠지 모를 착잡함이 밀려든다. (그러고보니 준이라는 이름을 쓰는 서비스는 왠지 끝이 안 좋다. 인기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워 펑펑 광고 때려 대던 SKT 준(June)도 서비스를 접었잖나. -.ㅡㅋ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이 소식이 유달리 달갑지 않은 이유가 있긴 있다. 나 역시 준HD를 쓰고 있는 이용자였기 때문이다. 비록 준이 아닌 그 후계 기종이긴 했지만, 어쨌든 2009년에 준HD를 쓴 뒤로는 “그래, MS도 하면 되잖아~”, “준HD 좀 본받아서 스마트폰 만드시라니까~”라고 여기저기 이야기 하고 다녔더랬다. 그리고 한국MS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준HD 좀 들여오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했지만, 그때마다 “한국 출시는 멀었어”, “아마 안 될꺼야~”라는 자조 섞인 답변만 듣곤 했다. 결국 그의 말대로 됐다. 출시라는 것을 이제는 입에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바뀌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준의 몰락이 이해 되는 부분도 있다. MS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내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난 지난 해 중순 쯤일텐데, 그 이후로 준HD를 들고 나간 게 몇 번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가끔 집에서 준HD를 켜보긴 한다. 사망 여부를 확인하려면 이 방법 밖엔 없어서다. 이처럼 소홀하게 대하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단말기 때문이다. 준HD는 UI도 편하고 성능도 좋지만, 비슷한 크기의 장치를 여럿 들고다니는 상황에서 맨 먼저 제외되기 일쑤였다. 결국 함께 외출하는 날이 극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준HD는 많은 것을 남겼다. 아니, 내가 극찬했던 준HD의 좋은 DNA들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 DNA가 전이된 것이 다름 아닌 윈도폰7이다. 사실 윈도폰7은 준HD의 DNA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윈도폰7을 설계한 대부분의 인력은 준HD로부터 끌고 온 것이라서다. 결국 준HD에서 좋은 유전자만 쏙 빼 윈도폰7으로 가져가 버린 것이다.


윈도폰7을 본 것은 몇 번에 불과하지만, 처음 볼 때부터 낯설지 않았다. 타일과 허브 UI 구조는 이미 준HD에서 거의 구현되었던 것이었다. 몇 개 없긴 했어도 3D 게임도 즐겼다. 마켓 플레이스 역시 일찌감치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의 윈도폰7에 비하면 준HD는 UI의 화려함은 없었고 마켓 플레이스는 빈약했으며, 게임은 잘 만들었으나 다양성이 부족했다. XBOX 라이브도, 오피스도 없었다. 그래도 지금의 준HD는 윈도폰7의 프리퀄로서 존재 가치는 충분한 플레이어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소리다.


준 가문의 몰락은 슬프지만 이해한다. 어차피 몰락할 가문이었다. 미래는 불투명했고,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좋은 미디어 플레이어로서 존재할 수 있지만, MS가 해야 할 비즈니스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윈도폰7으로 DNA를 전이한 것은 잘된 일이다. 윈도폰7이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준HD가 넘겨 준 좋은 유전자 때문이니까. 다만 윈도폰7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탓에 그 좋은 것을 일찍 경험하지 못하는 여건이 그저 섭섭하다.  


이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될 나의 준HD. 그래도 모처럼 달라진 MS를 느끼게 해준 것은 잊지 않으마.


사용자 삽입 이미지잘자라. 준(Zune).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4 Comments

  1. 2011년 3월 20일
    Reply

    페북 소셜 댓글에 unique id 부여를 안하신 것 같네요 ^^

    • 칫솔
      2011년 3월 20일
      Reply

      unique id는 부여했는데, 글제목 치환자를 넣지 않았더라구요. 지금은 넣었으니 테스트 해보심이~ ^^

    • 2011년 3월 21일
      Reply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

  2. 2011년 3월 21일
    Reply

    UI도 그렇고 사용자들에겐 극찬을 받았던 제품이었는데 아쉽네요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너무 소수만 극찬했나 봅니다. ^^;

  3. 2011년 3월 21일
    Reply

    잘자라.. 가 아니라 왠지 잘 가라.. 인 듯 ^^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원래 ‘잘가라’라는 제목을 붙이긴 했지요. ^^

  4. DENON
    2011년 3월 21일
    Reply

    한때 zii egg와 zune hd 중 무얼 살까 고민했었는데; 결국 두제품 모두 안타까운 결과를 남겼네요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Zii egg도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네요. 전 둘 다 산 1인이라는.. ㅜ.ㅜ

  5. 2011년 3월 21일
    Reply

    이제 동면에서 깨어난 준이 wm7플레이어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돌아오는 일만 남았군요.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돌아온다면 WP7 플레이어 아닐까요? ^^;

  6. paro
    2011년 3월 21일
    Reply

    구글리더에 나온 것과 다른 내용의 블로그라 잠시 헷갈렸습니다.

    구글리더엔 “안드로이드를 윈도폰7으로! 런처7″로 나왔는데 글을 읽으려고 창을 여니 이 글이 나오는군요.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아.. 그 글은 며칠 전에 발행했던 건데, 이상하네요. 흠~ 구글 리더의 착각일까요? ^^

    • paro
      2011년 3월 22일
      Reply

      이번엔 3D TV만 보고 사나? 로 가버리네요.. ^^;;

  7. 2011년 3월 21일
    Reply

    전 개인적으로 이해가 힘듭니다.
    그냥 그대로둬도 될텐데… 애플처럼 말이죠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애플처럼 하기 싫었나 봅니다. ^^

  8. 2011년 3월 21일
    Reply

    분명 비밀리에 숨겨놓은 후손이 있을듯해요. ㅎㅎ

    • 칫솔
      2011년 3월 21일
      Reply

      그러다 나중에 “내가 진짜 아들이요~”하고 나타나면서 막장 드라마 찍는 거 아닐까요? ^^

  9. 2011년 3월 22일
    Reply

    준 HD에 관심이 많았는데…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많이 mp3 플레이어들이 많이 고전하네요…
    그리고 저도 윗분처럼 구글리더에서 링크가 다른걸로 연결되더군요…

    • 칫솔
      2011년 3월 24일
      Reply

      구글 리더에 따져야 하나… 이걸 어찌해야 하나요… ㅜ.ㅜ

  10. 돌맹이
    2011년 3월 25일
    Reply

    준HD…. 국내출시되면 아이팟이랑 구매경쟁할수 잇엇던 녀석인데…. 좀 아쉽네요…. 이제 중고매물만 찾아봐야 하나요….

    • 칫솔
      2011년 3월 26일
      Reply

      아마 재고 떨이 정도는 하고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

  11. 2011년 3월 27일
    Reply

    이제 압박을 해서 zune 플레이어를 win7으로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조르세요! ㅎ

    • 칫솔
      2011년 3월 28일
      Reply

      한국엔 조를 사람이 없어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