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의 절반 밖에 안 되는 느낌인데요”
어제 시작된 지스타 2013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부산 벡스코 내 기자실에서 만난 후배의 한마디였다. 사실 절반이라는 표현도 어쩌면 후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지스타는 쓸쓸한 가을의 이미지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물 빠진 마른 낙엽잎만 쓸쓸하게 나뒹굴고 있는 계절의 코드를 맞춘 모양새다. 게이머에게 화려하게 단풍으로 물든 가을 같은 지스타는 결코 아니었다.
예년과 많이 다른 풍경일 것이라고 각오하고 찾아간 지스타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더 당황스러운 그림이다. 지난 해 셧다운제 논란 이후 몇몇 게임사가 일찌감치 참여를 보이콧했을 때만 해도 그저 걱정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스타 2013의 개최 일정이 늦게 확정된데다 최근 4대 중독법의 파장 등 흥행을 방해할 걸림돌이 많았던 터라 그 영향을 얼마나 최소화할 지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그 우려들이 모두 현실로 나온 것이다.
지스타에 몰려든 구름 행렬이라던가 1시간씩 게임을 즐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현장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사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구불구불 S자로 줄을 세웠어도 매표소 입구를 꽉 채운 첫 날의 풍경은 일찌감치 실종되어 제법 한산한(?) 편이었다. 참관객들이 개장 초반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어 입장한 영향이 컸다. 블리자드처럼 신작을 들고 나온 게임 부스에 1시간씩 기다리며 즐기는 이들도 있던 것은 틀림 없지만, 이들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킬 만큼 관심을 끌어낸 경쟁 부스가 없다보니 블리자드로 몰려갈 수밖에 없던 것도 그 배경 중 하나다. 체험할 공간이 적고 관심을 끄는 대작도 적다보니 지난 해에 비해 전시장을 일찍 빠져나가는 참관객이 더 늘어난 듯하다.
지스타 참가를 보류하거나 포기한 대형 게임사의 방대한 공간은 가전 업체와 PC 업체, 각 대학의 게임 학과 등으로 서둘러 메우긴 했다. 하지만 부스의 충실도나 내용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 참여를 결정한 업체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다양성 측면을 고려하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긍정적 평가도 일부 있으나 이들의 참여가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다보니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최 시기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문제다. 지난 해까지 지스타 2013은 수학능력평가를 치른 다음 날 시작한 덕분에 첫날부터 수능 휴식에 따른 학생 참관객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스타 2013은 수능일로부터 일주일 뒤 개최하는 데 따른 여파가 그대로 반영되어 예년과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빗겨가진 못한 것이다. 첫날 참관객은 3만2천78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천500명이 줄었다. 물론 주말 참관객의 증감 추이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불가피하게 늦춘 일정은 전시회의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스타 2013이 실패한 게임 전시회라도 단언할 수는 없다. B2C관의 흥행은 저조했으나 대폭 확대된 B2B 관은 정반대의 그림이라서다. 벡스코 제2 전시관 1층을 썼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3층까지 B2B 관으로 확대했다. 게임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서 이 공간을 찾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20만 원의 유료 티켓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한 B2B관을 첫날에만 1천 명이 넘는 국내외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비록 제1 전시장에 게임 부스를 운영하지 않았던 대형 게임사들도 이곳에서 다양한 협력사와 게임 사업을 논의하면서 사업적 의견들을 교환하고 있는 것이다.
즐길 게임이 줄어든 B2C 전시관과 게임을 팔고 사려는 사람이 모이는 B2B 부스의 그림을 함께 두고 보니 참 묘하다. 게이머를 위한 것은 줄었는 데도 게임 사업은 되고 있으니 말이다. 게임 중독법과 별개로 게임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지만, 지스타 2013에선 그것을 반박할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던 것이다. 게임 중독법이 시행되면 게임 업계가 고사된다고 산업적 논리만 내세웠던 게임 업계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 그림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에선 게임 중독법 논란이 이렇게 커지기까지 사회적 합의에 나서지 않은 게임 업계의 정치력 부재를 꼬집고 있지만, 정작 사업하기 바쁜 게임사들은 게임 중독법이 산업을 위축시키고 국외 이전 운운하며 언론 플레이 하기 바쁘다. 그들의 움직임과 말 속에는 이미 게이머라는 존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게이머를 위한 게임의 이야기가 없는 게임 전시회라니… “지스타, 너 참 낯설다.”
으아.. 3달 만에 이웃 순회 합니다 ㅠㅠ
오늘부터 백수 예비모드 다음달 부터 백수라서 마음이 여유가 생긴걸려나요 ^^;
Gstar 가볼까도 싶지만 너무 멀고.. ㅠㅠ
B2C는 망하고 B2B만 흥한다는건.. 곧 일반사용자용 게임(?)은 나오지 않고
해외로만 수출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미래로 보이기도 하는군요 ㅠㅠ
요즘 많이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 말씀대로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본사를 옮긴 영리한 기업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