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기 싫은 태블릿의 e북 장터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태블릿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스마트폰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널판지 같은 장치를 들고 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겠지요.


e북은 앞으로 보게 될 태블릿의 주요 컨텐츠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e북을 읽기 좋다는 것은 다른 스마트 단말기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나 조작이야 비슷하겠지만, 작은 화면보다 태블릿의 큰 화면이 가독성이 좋은 데다 배터리 수명도 길어 책을 읽는 데 좀더 유리합니다. 인공광원을 쓰는 화면을 오래 봐야 하기 때문에 눈이 피로를 느끼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수많은 장르의 출판물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단말기에 담아 다니면서 편하게 꺼내 볼 수 있는 점으로 인해 e북 업계가 태블릿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국내에 출시되는 태블릿에는 곧바로 e북 컨텐츠를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 있더군요. 하지만 이는 그 태블릿을 만드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 여러 제휴 e북 업체를 통해서 e북 컨텐츠를 다운로드하게끔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e북 업체의 장터에서 결제를 마치고 내려받은 e북 컨텐츠를 태블릿에 내장된 뷰어로 보는 것이지요. 구매와 보기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태블릿을 통해 e북을 사는 과정에서 한 가지 답답한 점이 있습니다. e북을 사는 것이 웹사이트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지요. 태블릿에는 여러 e북 업체가 만든 장터가 있지만, 하나 같이 그 상태에서 곧바로 결제가 되질 않습니다. 장터마다 따로 계정(ID)을 만들어 로그인을 해야만 비로소 결제를 할 수 있더군요.


계정을 만드는 것 자체를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각 e북 장터마다 그 계정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대부분 e북 장터에서 곧바로 계정을 만드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지요. 계정은 해당 e북 업체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만들게끔 되어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수많은 약관에 동의를 하고 주민번호를 입력한 다음 내 개인정보를 모두 넣은 뒤에야 책을 구매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성립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각 e북 장터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계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서점에서 책을 살 때 신분 증명을 해본 적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책 한 권 보는 데 여러 정보를 이미 입력해둬야 하는 것에 적잖이 당황되더군요. 물론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업체들이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는 하나, 제가 보기엔 법에서 정한 거래의 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도 어이가 없고, 태블릿을 통한 e북 구매를 일반적인 인터넷 상거래로 인식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e북 업체들은 자기들이 파는 책을 사는 독자의 편의성보다 그 책을 사볼 독자의 정보가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태블릿으로 e북을 보는 것은 편할지 모르지만, 책 한권 사서 보는 데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면 마냥 편하다고 말하기 만은 힘들 것 같습니다. e북과 태블릿으로 책을 대신하려면 독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살 때의 편의성도 함께 대체해야 할텐데, 그런 요소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것 같네요. 태블릿을 출시하는 하드웨어 업체나 태블릿에 e북을 공급하는 컨텐츠 업체들, 어디에도 쓸모없는 그 이기심 좀 버리길…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2 Comments

  1. 2010년 10월 4일
    Reply

    개인정보 수집하는 이넘의 그지같은 습성좀 버려야 하는디 언제까지 이럴껀지 의문스럽네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언제까지 이럴건지는 나도 궁금하다는… ^^

  2. 2010년 10월 4일
    Reply

    웹사이트에서 컴퓨터용 이북을 사는 것도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애플이 성공을 거둔 가장 큰 배경이, 소비자에게 편하고 즐거운 경험, 말 그대로 원더풀 UX를 제공해서라는 걸
    국내 업체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탓이겠죠.
    *^^* 조금 더 강력하게 주장해 주셔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아.. 왜 자꾸 총대 매라고 하세요. 이런 건 교수님이 확 질러주셔야죠! ^^

  3. 2010년 10월 4일
    Reply

    일단은 국내에서도 민번을 없애버리고 개인정보에 대해서 철저하게 규제를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openID 를 써보진 않았지만, 결제에 있어서도 이런류의 통합아이디가 한가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해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통합 ID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에요. 민번 없이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의 도입보다 수집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먼저일 것 같네요.

  4. 2010년 10월 4일
    Reply

    하드웨어만 잘 만든다고 끝이 아니군요. 사용자의 편리성을 좀 더생각해 준다면 좀더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꺼같네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아마도요. 내년에 내놓을 새로운 HP 태블릿이 이러한 편의성을 강조했으면 좋겠어요. ^^

  5. 2010년 10월 4일
    Reply

    컴퓨터 문제인지, 블로그 로그인이 안되 어제와 오늘 쌩으로 시간 날려버렸다는…
    아웅…
    지금은 일본 인터넷 프로바이더에 전화해서 겨우겨우 해결을…
    에휴.. 진작에 전화할것을… 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도꾸리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용~ ^^

  6. 2010년 10월 4일
    Reply

    쩝.. 제각기 eBook 앱스토어를 만들어서 내놓은 실정이니.. -.-;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참 갑갑한 노릇이죠. 책 한 권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매야 하는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7. 2010년 10월 4일
    Reply

    사용자에게 편한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겠지요
    하드웨어 마인드로는 앞으로 세상은 괴롭겟지요^^;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하드웨어 마인드보다 소비자 지향적이지 못한 사업자 마인드가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 꺼낼때는 참 괴롭습니다. ㅠ.ㅠ

  8. 2010년 10월 4일
    Reply

    음 그냥 좀 기다려야 될듯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모자랄 것 같아요. ㅜ.ㅜ

  9. 2010년 10월 5일
    Reply

    통합 이북 스토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출판사가 개별적으로 나서긴 힘들거고.. 교보 등이 나서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e북 시장은 또 다른 유통시장이어서 교보라도 모든 책을 다 갖추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더 고민이 깊지요. ㅠ.ㅠ

  10. dylanseo1995
    2010년 10월 6일
    Reply

    웹상에 툭하면 개인정보 유출 어쩌구 저쩌구…. 정말 진저리납니다 언제까진 우리나라는 그지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할건지… 미국같은나라에서 주번같은거 핫메일,페이스북 에치라고하면 기업소송나고 청문회에다 난리납니다.. 우리나라는 이 거지같은 주번입력을 아이디 만들때 빼버려서 그냥 나이,이름,성별 이런것만 쳐서 만들면 좋을텐데요 대체 왜 그지같은 주번을 계속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브로커들 사이에서 개당 10원에 팔리시는거 아시죠? 아마 제껏도 유출됬슬겁니다… 칫솔님것두 그지같은 주번이 아마 우리나라 국민 90%이상은 유출됬을걸요? 제일잘알려진 국민됬겠네

    • 칫솔
      2010년 10월 7일
      Reply

      주민 번호를 빼고 신분 확인할 길은 얼마든지 있는데, 기업들의 이기주의로 인해 그 피해를 소비자들만 보고 있는 것 같네요. 흠…

  11. 2011년 7월 31일
    Reply

    저도 기업의 문제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인해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이것저것 준비해보니 기업보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문제였습니다 -_-;;
    http://slimer.tistory.com/475 이 글이나, http://blog.naver.com/my799cc?Redirect=Log&logNo=120064236202 이 글을 보시면 아시게 되는데요…
    통신 판매 시 전자상거래법상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등을 의무적으로 받아서 5년간 저장해야만 하는 요상한 법이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소비자입장에서 개인정보 과다 제공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여있는 상태이기때문에 이메일주소 등 최소한의 정보만 받으려 했는데 법에서 걸려버리네요 -_-

    • 칫솔
      2011년 8월 2일
      Reply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제가 지적한 것은 이들이 상품의 공급자 역할만 하지 않고 하나의 쇼핑몰에 각자의 매장을 열고 장사를 하는 그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들이 단순히 컨텐츠 공급자라면 이용자는 하나의 대형 도서전문매장에서 편하게 원하는 책을 찾아서 구매하겠지만, 이 같은 시스템은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각 서점마다 구매 후 거래 기록을 남길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이용자가 여기저기 자기 개인 정보가 담긴 계정을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사용성이 저하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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