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난 6월 열린 컴퓨텍스가 열린 대만으로 돌아가 보자. 컴퓨텍스 첫째날 인텔은 과거의 PC와 오늘날의 PC를 돌아보며 앞으로 PC가 어떤 형태로 나가야 할 것인가를 전망한 뒤, 짧은 시간이나마 아주 가까운 현실에 대한 첫 제품이 될 14nm 코어 M을 발표한다. 그런데 이 발표는 그리 충분한 해석을 할만한 내용으로 채우진 못한다. 핵심은 방열팬이 없는 태블릿을 만들 수 있는 첫 14nm SoC라는 사실이나 관련된 세부 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탓이다. 매년 컴퓨텍스에서 차기 PC 프로세서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설명했던 인텔 답지 않은 기조 연설이고, 공정과 관련된 무성한 추측을 낳게 한 것이다.
이제 아주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보자. 어제 새벽 인텔은 인터넷 중계 형식을 빌어 브로드웰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실은 코어 M 프로세서를 공식 소개한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 웹캐스트는 지난 간소했던 컴퓨텍스 발표와 다르게 코어 M의 변화를 좀더 깊이있게 다룬다. 인텔이 2년마다 제조 공정과 연산 체계를 번갈아 바꾸는 ‘틱톡’ 전략을 유효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올해 더 미세 제조 공정으로 가야 하는데, 어제의 발표가 그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 발표의 앞부분에서 인텔은 노트북의 변천과 코어 M의 한 시리즈인 브로드웰 Y가 어떤 형태의 모바일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다뤘다. 하지만 브로드웰 마이크로아키텍처의 공통된 특징은 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트랜지스터 미세화가 열쇠다. 인텔은 22nm 공정의 아이비 브릿지부터핀펫(FinFET) 트랜지스터를 채택하고 있다. 핀펫은 지느러미(Fin)처럼 수직으로 세운 실리콘을 3면의 게이트로 전류를 차단하거나 통과시키는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인텔은 이 핀펫 트랜지스터를 3면의 게이트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로 부른다.
1세대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는 종전 MOS 트랜지스터보다 집적도를 높이면서 대기 상태의 누설 전류를 잡는 것이 핵심이었다. 14nm의 브로드웰도 FinFET 방식을 쓰지만, 이것의 효율성을 어떻게, 얼마나 더 높였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브로드웰 마이크아키텍처에 적용된 2세대 트라이게이트는 수직 실리콘의 길이를 좀더 키우고 여러 수직 실리콘과 게이트의 간격을 좁혔다. 더불어 수직 실리콘의 수를 줄이면서 그 공간을 작게 해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높이고 성능 향상과 대기 상태의 누설 전류를 더 줄이려고 했다. 인텔은 단순하게 기존의 트랜지스터를 미세 공정만 적용해 우겨 넣지 않은 것보다 좀더 효율적으로 다듬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양산이다. 이미 1분기에 14nm 공정으로 생산을 시도했지만, 22nm에 비해 충분한 수율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번 발표에서 인텔은 올해 4분기과 내년 1분기까지 22nm에 근접하는 생산 수율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데다, 연말 수요가 예상되는 울트라북과 태블릿 또는 투인원 제품군과 관련된 브로드웰 Y 위주로 한정해 보면 여전히 생산 측면에선 의문이 남는다. 브로드웰 마이크로아키텍처가 반영된 프로세서를 서버나 데스크톱 같은 다른 시장의 투입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인 것이다.
어쨌거나 전력 측면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은 곧바로 울트라북과 태블릿, 투인원 같은 가벼운 모바일 제품군에서 맨 먼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에 인텔도 저전력 특징을 강조한 브로드웰-Y를 이러한 모바일 PC 제품군에 먼저 투입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된다. 이미 노트북 제품군이 데스크톱을 추월한 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인원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인텔의 현재 상황을 보면 프로세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PC 업체들의 연말 소비 수요을 감안하면 다른 제품군보다 그 시기에 수요를 예상할 수 있는 모바일 제품군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브로드웰-Y를 단순히 저전력 프로세서라는 의미로 끝내는 것은 어딘가 아쉽다. 인텔이 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를 먼저 밀고 나가는 이유는 모바일 PC의 폼팩터를 서둘러 바꾸기 위한 이유도 없진 않아서다. 14nm 공정의 브로드웰 Y는 종전 하스웰 U와 하스웰 Y보다 다이 면적은 절반, 두께도 30% 더 줄였다. 더 작고 얇은 프로세서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인텔은 프로세서와 연관된 좀더 근본적인 문제, 그러니까 방열팬을 없애길 원하고 있다. 방열팬을 없앤 얇은 두께의 제품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더불어 팬소음도 없어 조용한 곳에서 강력한 작업을 할 때도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방열팬을 없애기 위해선 브로드웰 Y처럼 3~5W 수준의 열설계전력(TDP)과 그래픽이나 컨트롤러 등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열관리를 위한 기술까지 더해야 한다.
인텔이 지향하는 제품군은 8~10인치 이하 태블릿이나 투인원 제품이다. 지난 컴퓨텍스에서 에이수스가 선보인 트랜스포머북 T300치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도 연말에나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아마 그 시기에 비슷한 제품을 보게 될 듯하다. 하지만 브로드웰 Y는 이미 출시된 투인원 계열이나 울트라북 제품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인텔은 브로드웰-Y의 특징으로 두께 9mm 이하의 방열팬이 없는 제품 설계가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이를 테면 방열 팬이 없는 더 얇은 서피스 프로같은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고, 맥북 에어를 아이패드처럼 얇게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런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자질은 충분히 갖고 있는 것은 맞고 아마 모바일 PC를 보는 이용자의 관점도 흔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텔이 전망한 14nm 브로드웰 Y의 수율 목표를 달성한 뒤라야 가능한 일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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