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컴퓨텍스에서 인텔 부스에 전시된 크롬북을 처음 봤을 때 참 난감했던 그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무척 힘들었다. 브라우저 기반 크롬 OS가 윈도우보다 더 가볍고 날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터여서 더 그랬을지는 몰라도 당시의 크롬북은 정말 느리고 할 것 없는 깡통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이를 에둘러 말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1년이 지난 지금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크롬북과 크롬박스가 공개됐다. 지난 번에 정리한 대로 이번에는 삼성만 신형을 내놨고,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컴퓨텍스에서 새로 출시된 크롬 하드웨어를 본 것이다. 특히 크롬박스에 좀더 관심이 많았는데, 사실 삼성이 시리즈3 크롬박스는 지난 1월 CES에도 공개는 했음에도 그 때는 미쳐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다가 이번 발표를 보고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본 것이다.
외형적인 특징은 이미 공개된 이미지와 크게 다르진 않다. 납작하고 얇은 알루미늄 덮개로 된 단순한 셋톱 박스처럼 보일 뿐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마감과 단순한 색상 적용, 넓고 낮은 저 중심 설계의 본체는 화려하지는 않아도 실속 있게 꾸며졌다. 다만 뒤쪽에 단자가 많고 그 단자에 여러 케이블이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지저분해 보였던 터라 이 케이블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고민은 될 듯싶다.
사실 크롬박스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형적 측면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물론 크롬박스를 쓸 환경에 어울리는 지 따져볼 필요는 있지만, 이만한 외형이면 크게 어긋날 정도는 아니다. 단지 지난 해 크롬북을 보고 느낀 “할 게 없네”라는 한 가지 결론을 희석시키고 새로운 답을 찾았을 것인지 더 중요했는데, 일단 크롬박스에 대한 결론은 조건에 따라 여러 개로 쪼개야 할 것 같다. 할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쓰려면 많이 배워야겠다는 쪽으로 말이다.
새로운 크롬박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체적인 움직임이었다.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을 포함해 마우스로 조작하는 여러 움직임들이 이전 크롬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크롬박스와 연결된 마우스를 쥐고 짧은 시간 이런 조작을 할 때의 경쾌한 이 기분은 지난 크롬북에서 조금도 맛볼 수 없던 것이다. 더 빨라진 프로세서의 영향은 의외로 크다. 배경화면을 바꿀 수 있고 바탕 화면에 널어 놓은 응용 프로그램 아이콘을 눌러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윈도우와 일부 비슷해진 이용 환경도 안정감을 준다. 좋아진 하드웨어를 통한 속도 향상과 친숙한 인터페이스는 크롬박스를 접하면서 느끼는 거부감을 줄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지난 해 크롬북을 처음 접한 뒤 언짢았던 기분에 비교하면 이번 크롬박스로 확실히 좋아진 상태지만, 여전히 커다란 숙제 하나가 남아 있다. 인터넷과 연계한 활용 측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인터넷이 필요한 크롬OS를 맨 처음 실었던 크롬북은 인터넷 연결성 확보 측면에서 불안 요소가 있던 반면, 비록 고정형이긴 해도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크롬박스는 그 걱정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크롬박스가 크롬OS에 더 잘 맞는 환경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여전히 크롬OS를 기반으로 한 활용적인 부분은 낯설다. 지난 1년 동안 크롬 웹스토어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다양한 웹 응용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채널로서 성장해 왔고 수많은 앱이 배포되는 중이긴 해도, 상황에 따라 쓸만한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길은 아직 막막하다. 수많은 활용 서적을 통해 배웠던 윈도우처럼 크롬박스와 크롬북도 어떻게든 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보의 개발과 전파가 시급해 보인다.
물론 크롬박스가 소비재 시장이 아니라 일반 기업/단체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만큼 이런 숙제를 풀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크롬북도 대부분은 미국 교육 시장에서 유통되었으니까. 하지만 크롬박스가 아마존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은 값이 싸면서 질적으로 괜찮은 PC를 원하는 일반 PC 이용자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그 수요를 지속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크롬박스는 가능성만 보여주고 끝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될 수도 있다.
덧붙임 #
1. 솔직히 크롬박스를 국내에서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크롬북은 아니어도 크롬박스로는 그나마 할게 있을 테니까.
2. 구글이 생각이 있다면 구글TV 플랫폼도 이 수준의 하드웨어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크롬박스가 구글TV인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크롬 박스와 구글 TV는 전혀 다른 플랫폼이라는… 어느 쪽도 성공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 공통점이.. ^^
아톰 N330 으로도 쓸만한 성능을 우분투에서 보여주고 있는지라
가격만 저렴하게 나오고 VESA 마운트 방식으로 모니터에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해진다면
thin client로서의 크롬박스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이미 교육용 씬 클라이언트 시장에서는 부분적인 가능성을 확인했으니까요. 가격이야 349 달러니까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요? ^^
얼마전 쿠알라룸푸르 한 전자제품 상가,
메인 홀에서 주말에 삼성전자가 이벤트하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오~ 거기서도 크롬박스를 팔고 있나요? 왠지 스마트폰 이벤트였을 것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