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도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다른 스마트폰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특히 ‘짝퉁의 세상’이라며 몇 수 아래로 봤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자의 가능성을 가진 업체들의 급부상은 많은 이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아마 그렇게 뜬 업체들 중에 샤오미테크(小米科技)도 들어 있음은 분명하다. 4년도 채 되지 않은 업체가 지난 해에만 무려 1천8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팔았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렸지만, 정작 제품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길래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을지 더 궁금했다. 직접 지난 해 샤오미의 돌풍을 이끌고 싱가포르 판매를 시작한 샤오미 홍미(紅米 또는 Redmi)를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는 그런 제품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일단 샤오미 홍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값이다. 샤오미 홍미가 지난 해 출시되었을 때 130달러 안팎이었으나 올해 가격을 내려 110달러 수준이면 살 수 있다.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사기 힘들 만큼 인기가 좋아 한동안 신제품 프리미엄도 많이 붙었다는데 출시된지 한참 지난 뒤라 지금 그 프리미엄은 다른 샤오미폰과 홍미 노트 쪽으로 옮겨진 상태다.
전원 어댑터와 USB 케이블 이외에 다른 내용물이 없는 패키지에서 홍미를 꺼내보니 그저 낯설지 않게 생긴 스마트폰이다. 딱히 나쁜 재질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척 신경 쓴 흔적을 찾기도 어렵다. 부실한 부분도 없고 전원이나 볼륨 같은 버튼의 모양새와 배터피 덮개의 만듦새에서 크게 어긋난 것도 없다. 아주 돋보이는 점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결코 15만 원이라는 현찰을 지갑에서 꺼내더라도 결코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전원을 켜니 역시나 낯선 한자들이 당황케 한다. 시스템 언어를 영어로 바꿀 수는 있으나 중국에서 잘 쓰도록 만든 토러 한자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다. 시스템과 기본적인 응용 프로그램들은 어느 정도 언어와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앱 장터를 비롯해 여러 서비스 프로그램들을 이곳에서 이용하기엔 언어 장벽은 결코 낮다고 보긴 힘들다.
그래도 조작은 쉽다. 어떤 이의 이야기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위에 iOS UI를 섞어 두 운영체제의 특징을 잘 조합했음을 실감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홍미에 들어 있는 MIUI는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뜯어고쳐 만든 롬. 안드로이드 4.2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모든 구성을 뜯어 고쳤다. 앱서랍을 없애고 홈 화면에 곧바로 아이콘과 폴더 위젯을 배치한다. 앱서랍 없이 앱과 폴더를 관리하는 형태는 iOS와 비슷하면서도 위젯을 설치할 수 있는 점에선 iOS와 다른 점이다. 또한 앱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는 점에선 iOS의 느낌이 강하다.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롬을 실었다는 뜻은 구글의 의존도가 거의 없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앱 장터나 G메일 같은 구글의 서비스를 홍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안드로이드 기본 위젯 정도는 쓸 수 있지만, 그것도 구글 서비스와 관계 없이 작동한다. 그렇다고 홍미는 그냥 안드로이드의 껍데기만 얹어 놓은 게 아니다. 모든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을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거나 혹은 이통사 서비스로 대체해 놓았다. 카메라, 갤러리, 음악, 메일 그 밖의 기본 응용 프로그램은 군더더기 없이 딱 할 수 있는 기능만 간추려 넣었다. 중요한 것은 미 클라우드(Mi Cloud)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연락처, 문자, 사진, 통화 기록, 메모, 무선 랜 정보 등을 저장해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백업과 복원 같은 기능도 잘 갖췄을 뿐만 아니라 중요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보강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구글 플레이를 쓸 수 없어 앱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될 듯하다. 홍미의 기본 앱 장터에 들어갔을 때 놀라운 점은 우리가 알만한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고, 이 서비스에 없는 앱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라인이나 카카오 톡이 검색만 하면 나타날 뿐만 아니라 한글 키보드는 확장 검색을 통해 설치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모든 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일상적으로 쓰던 안드로이드 앱을 찾는 일은 아주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이 모든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성능이 아주 뒤쳐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일단 가격에 대한 고려도 있지만, 그만큼 UI의 최적화도 잘 이뤄진 느낌이다. 미디어텍의 1.5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PowerVR 544SGX, 1280×720 해상도의 4.7인치 화면, 800만 화소 카메라, 1GB램 정도면 보급형 수준은 되지만, 4GB의 저장 공간은 너무 적긴 하다. 운영체제를 제외하고 실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800MB도 되지 않아서 마이크로 SD 같은 플래시 메모리를 꼭 추가할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고 소리가 들리는 것에 문제가 없을 뿐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나 기능은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전면부 아래 쪽에 있는 3개의 빨간 색 하드웨어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 조작할 때 약간 까다롭다. 배터리 용량은 2050mAh, GSM와 TD-SCDMA를 위한 듀얼 심을 채택하고 있다.
홍미는 특별히 돋보이는 하드웨어는 아닐지 몰라도 확실히 15만 원짜리 치곤 뭔가 넉넉한 느낌이다. 가격에 비해 푸짐하고 정갈한 한상차림을 받을 수 있는 전주 한정식 같다고 할까? 많은 이들이 샤오미 홍미를 저가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떠올릴지 모르지만, 단순히 값만 싼 저가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오,,,, 가격죽이네요 그정도면 피쳐폰 가격인듯, 이폰은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왠만한 버그는 용서가될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