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 다시 써야 할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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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갤럭시 기어가 일상에서 불필요하다는 다른 이의 견해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쪽으로  저울이 기울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했을 때의 이용 경험은 분명 낯선 것이긴 하나, 갤럭시 기어가 없을 때의 이용 경험과 다른 편의성도 크고 이것 역시 쉽게 버리기 힘든 경험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남아서다. 다만 손목에 차고 쓰는 갤럭시 기어라는 장치를 실제 써보지 않고는 그 의외성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경험을 어떻게 다른 이에게 전해야 할 것인지는 숙제로 남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갤럭시 기어의 각 기능을 쓸 때 나타났던 단점 가운데 일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제품을 구성하고 이용하는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볼 때 갤럭시 기어에서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갤럭시 기어가 앞으로 필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결론과 다르게 상품을 사고 그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 사이에 갤럭시 기어가 놓친 어떤 것이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기능적 단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좀더 넓은 범위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기능의 단점이기는 하나 사실 불편한 경험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서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갤럭시 기어에서 놓친 그 불편한 무엇에 대해 고쳐야 하는지 그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추려 본다.


1. 손목에 두르고 쓰기 쉽게 시작할 것


아마 많은 이들이 설명서를 거의 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한편으로는 설명서가 필요 없는 장치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이 최근에 나오는 스마트 장치들은 설명서가 없어도 조작을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상태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갤럭시 기어는 어쩔 수 없이 설명서를 읽어야만 한다. 연결과 조작에 필요한 몇 가지 이해가 필요해서다. 문제는 제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읽기에는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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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맨 처음 설명하는 배터리 충전 방법은 오히려 기어의 핵심을 놓치게 만든다.
기어의 설명서가 간과한 것은 이용자가 기어를 설정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항목을 찾아보는 사전식 설명서라는 점이다. 이 설명서는 기어에 대한 기본 제원이나 배터리 충전 방법, 착용 방법, 장치 연결 방법 순으로 정리해 놓았지만, 처음 기어를 받아들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이용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기어는 손목에 차는 장치면서 스마트폰과 연동이 매우 독특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설명서를 반드시 읽어야 하지만, 지금 들어 있는 설명서는 이 과정을 바로 발견하기 힘들다.


때문에 이 설명서는 순서나 내용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 이용자가 기어를 쓸 때 무엇을 먼저 할지 그 순서를 정해주고 설명도 그림 위주로 줄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다. 사전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어를 손목에 두르기, 기어와 스마트폰 연동하기, 기어 켜기, 기어의 각 부위 이해하기, 간단한 조작 법 익히기, 충전하는 법 배우기 같은 순서로 배치한다면 설정부터 조작법을 익히는 과정을 훨씬 단순화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어를 손목에 먼저 채우고 쓰는 법을 익히게 한 다음 그 나머지 것을 설명한다면 손목에 차고 쓰는 장치라는 그 특성을 한번에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꼭 필요한 충전 젠더를 만들 것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처럼 USB 케이블을 꽂아 충전할 수 없다. USB 단자가 없어서다. 그렇다고 무선 충전도 아니다. 선 없이 충전하는 것이 갤럭시 기어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값이 더 뛰었을 게다. 어쨌거나 USB 전원으로 충전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바로 꽂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전원은 어디에 연결할까? 다름 아닌 바로 충전 젠더다. 충전 젠더를 기어와 결합한 뒤 케이블을 꽂으면 비로소 충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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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충전 젠더를 처음 만났을 때 충격이 컸다. 기어 자체를 깔끔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인 것은 이해하지만 충전 젠더를 갖고 다니며 충전할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물론 충전 젠더는 처음 스마트폰과 연동하기 위한 NFC 태그를 담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오직 충전 전용으로만 쓰이는데, 그것 이외에 다른 기능이 전혀 없는 터라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갤럭시 기어에 USB 단자를 넣는 것은 제품을 설계한 디자이너의 의중과 마찬가지로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기능성이 부족한 충전 젠더도 반대한다. 난 단지 이 충전 젠더가 갤럭시 기어에서 좀더 다른 기여를 하기 바랄 뿐이다. 예를 들어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한 젠더로써 역할도 좋지만, 젠더 자체가 갤럭시 기어를 위한 보조 배터리를 담고 있다면 젠더는 만약을 대비해 휴대할 수 있는 물건이 된다. 물론 일상적으로 이용할 때는 기어의 배터리가 발표된 시간(25시간)보다 오래 버티므로 보조 배터리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는 곳에서 오래 쓴다면 그 대안이 필요한데 갤럭시 기어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만약 충전 젠더가 그 대안이 되었더라면 그 가치를 좀더 다르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3. 갤럭시 기어가 꼭 필요한 상황을 그릴 것


갤럭시 기어는 많은 기능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기어 앱을 추가로 깔면 더 많은 재주를 쓸 수 있다. 물론 모든 확장 기능을 설치한다고 기어를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는 점에서 괜찮은 시도다. 아니, 당연히 해야 할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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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기어의 S보이스로 쓸 수 있는 명령어는 제한적이다. 상황에 맞춰 더 늘려야 한다.
그런데 갤럭시 기어를 일상에서 쓰면서 정말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기능이 너무 보편성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올 갤럭시 단말과 갤럭시 S4, 노트2를 포함해) 갤럭시 노트3와 연동해 쓰는 상황만 가정하고 기능을 넣다보니 정작 어떤 상황에서 골라쓸 수 있는, 또는 그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기어를 통해서 할 수 없을 때가 제법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갤럭시 기어는 운전을 하고 있을 때 매우 쓸모 있는 장치다.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땐 운전대를 잡고 안전하게 달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다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손목에 찬 기어에서 간단하게 정보를 확인하거나 착신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터라 운전할 때 주의를 많이 빼앗지 않는다. 하지만 갤럭시 기어도 운전 중에 조작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S보이스다. 문제는 기어의 S보이스는 자동차 안에서 쓸 수 있는 인식 기능을 뺐다는 점이다. 갤럭시 노트3의 S보이스로 호출할 수 있는 운전 모드나 운전 모드에서의 명령어들을 기어의 S보이스로 호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길찾기나 음악 재생도 기어의 S보이스로 제어할 수 없는데, 단말기에 있는 S보이스 만큼만 쓸 수 있어도 훨씬 더 나은 활용법을 찾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이처럼 기어가 쓸모 있는 상황을 몇 가지 설정하고 그 상황에서 꼭 쓸 수 있는 기능을 제대로 넣는다면 더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4.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는 장면에 집중할 것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 갤럭시 노트3+갤럭시 기어의 광고는 실제 두 제품을 함께 쓰는 이들에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두 제품을 함께 써보지 않은 이들은 이 광고가 얼마나 공감하는 일인지 알 길이 없다. 정말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둔채로 써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어서다. 물론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쓰지 않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내기 힘들지만, 꼭 스마트폰을 봐야 할 상황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무의미하게 바라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좀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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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갤럭시 기어를 함께 쓰는 것으로 갤럭시 노트3를 덜 건드리는 상황을 더 자주 만들어야 한다. 갤럭시 기어의 장점은 알림을 놓치지 않는 점이지만, 그 알림의 내용과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이를 테면 구글 메일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가 도착한 알림은 나오지만, 실제 내용까지는 아니어도 누구에게, 어떤 글에 댓글이, 어떤 트윗의 RT가 이뤄졌는지 간단하게라도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 봐야 알 수 있는데, 이 알림의 내용이 중요한가 여부만 따져도 스마트폰을 들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에 스팸 전화를 걸러내는 앱을 설치했을 때 기어는 스팸전화와 상관 없이 연락처를 표시하는 점이나, 운전 중 위험 지역에서 기어의 진동-물론 운전 상황의 위험 알림은 진동 패턴을 바꿔야 한다-을 이용해 경고하는 등 실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상황을 더 반영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는 상황을 좀더 파고든다면 기어는 스마트폰을 쓸데 없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더 줄여줄 것이고, 그것이 기어를 쓰는 이유라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0 Comments

  1. 2013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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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기어의 충전이 큰 이슈 중의 하나이군요. 저런 하우징을 갖고 다닐 수 없고 배터리 소모도 많다 하니 실용성이 궁금 하네요 !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칫솔
      2013년 10월 14일
      Reply

      사실 충전 시간이 짧아서 좋기는 한데 젠더가 없으면 충전을 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2. 2013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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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기어로 촬영한 사진을 어떻게 PC로 전송하세요?

    갤노트3와 연동해서 꺼내려고 해도, 폴더 위치가 안보이고…
    갤럭시 기어를 컴퓨터(맥)와 연결하려고 해도 연결이 안되네요.

    하는 수 없이 저는 dropbox를 이용하지만, 뭔가 많이 불편한 느낌?!

    • 칫솔
      201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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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설명했으니 이해가 됐을 듯…

  3. 충주찌노
    2013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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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갤럭시기어를 철저히 알고 계시는 분이네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거 같습니다

    • 칫솔
      201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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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철저하게 아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저 더 나은 진화를 위한 조언을 하려던 것 뿐입니다. ^^ 고맙습니다.

  4. Muke
    2013년 10월 24일
    Reply

    배터리는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급히 계획된 출장이라도 갈라치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어서…
    적어도 4~5일정도 유지되는 기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 칫솔
      2013년 10월 25일
      Reply

      배터리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2~3일 정도는 무난하게 쓸 수 있을 듯합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더 오래 써야 하거나, 갑자기 충전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5. 박상원
    2014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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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유용한 정보를 얻었네요

  6. 파랑이
    2014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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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봐야 하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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