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만든 공공데이터, 흐르게 놔두자

“관련 기관 80%가 공공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말을 들은 것은 지난 3월 말,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공공 정보 개방 정책 관련 간담회에서였다. 이 자리는 공공정보 개방 정책을 수요자 관점에서 추진하기 위해서 민간과 정부측 관계자가 모여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그런데 설문 조사 기관인 매트릭스가 행사 진행에 앞서 발표한 ‘2012년도 공공 정보 개방 현황 및 수요 조사 결과’ 중에서 유독 이 한 마디만 기억에 남아 있다. 이는 공공 정보 활용에 대한 공공 기관이 갖고 있는 인식의 심각성을 드러낸 조사 결과였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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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데이터 포털

공공 정보는 공공 기관에서 만들어진 공적 데이터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최대한 접근이 허용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러한 공공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미 지난 정부부터 진행되어 왔다. 각 기관의 흩어진 데이터를 한 자리에 모아서 개방하는 공공 데이터 포털(http://www.data.go.kr )을 만든 것도 그 결과 중 하나다.


공공 데이터 포털에서 실제 쓸 수 있는 데이터의 형태나 양, 질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불만은 이번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부분이다. 하지만 일단 공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고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공공 정보 제공 기관에 대한 법적 책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다듬는 동시에 데이터 제공을 독려하기 위한 법률이나 정보의 공급 범위 같은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업적 이용을 달가워하지 않는 문제는 공공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제도와 별개여서 따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민간에서 쓰고 싶은 공공 데이터가 있어도 상업적인 활용이 불가능하면 실제로 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창의적인 서비스와 모바일 앱은 구경하기 힘들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 해 서울버스의 유지 관리 문제로 인해 한차례 소동이 있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단순히 공공 정보를 공급하는 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제도 정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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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홈페이지에 있는 모바일 앱은 거의 모두 세금을 쏟아부은 공공 앱들이다.


이런 인식은 세금을 들여서 만든 공공 정보를 이용해 개인이나 사업자가 수익을 챙기지 말아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에서 기인한다. 즉, 공공 정보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쓰여야 하는 데이터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개인이나 사업자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민간 개발자, 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만들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외주를 통해 공공 정보가 쓰이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거나 상금이 걸린 창작 대회를 열어 공공 정보를 활용하는 앱을 내놓는 실정이다. 이 때 발생하는 외주 비용이나 상금에 또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공공 정보가 공공의 서비스를 위해서 쓰이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을 들여서 만든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현실에서 더 많은 세금을 허투루 쓰이는 비효율적인 일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비효율적인 운용으로 인해 공공 정보가 민간에게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자원에 대한 투자를 더디게 만드는 탓에 민간이 공공 자료를 편하게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을 방해하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공공 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경직된 사고를 풀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상업적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의 유통으로 공공 정보의 소비를 늘리는 한편으로, 이들로 얻어진 수익 중 일부를 다시 공공 정보의 생산과 관리에 쓸 수 있는 세금이나 기금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돌고 도는 생태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세금만으로 공공 정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정보가 더 많이 소비되고 다시 회수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공공 정보는 기껏 세금으로 생산하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은 공해일 뿐이다. 굳이 세금으로 그런 공해를 유발할 이유가 있을까? 이제 공공 정보에 대해 품고 있는 딱딱한 마음의 둑을 허물고 공공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 공공 정보라는 영양분이 흘러 다양한 서비스와 앱이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꾼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더욱 다채로운 열매를 딸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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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 Comments

  1. widow7
    2013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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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린 구석들이 많은 놈들이니 저걸 이용하는 게 겁날지도……….

    • 칫솔
      2013년 4월 9일
      Reply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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