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억을 좇다 블로그로 친구를 찾았다…

그만님의 ‘웹 콘텐츠여 영원하라, RSSArchives.org‘라는 글을 읽다가 문득 ‘전에 운영했던 게임 사이트가 남아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1999년 회사에 입사해 기획한 뒤 2000년 초부터 1년 조금 모자라게 운영했던 아하!게이머라는 사이트였습니다.


아하!PC라는 잡지를 즐겨 보던 이들이라면 아마도 100쪽 짜리 게임 별책 부록을 아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걸 만드는 동시에 이 사이트 완성하려고 며칠 밤낮을 회사에서 씻고 자고 먹고 했기에 무엇보다 애착이 많답니다. 이때가 벤처 붐이 일었을 때라서 이렇게 일하는 게 왠지 당연한 분위기이기도 했고, 달리 일 없는 청춘의 정력을 일에다 쏟았기에 더 애착이 갔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20대 청춘께서는 이렇게 일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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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명했던 게임 메카나 게임 조선 등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초라했습니다. 하긴 혼자-석 달 뒤에 후배 하나 받아서 다행히 반으로 줄어들기는 했음-100쪽에 이르는 게임 잡지 만들면서 사이트 기획하고, 개발팀과 다투면서 골격 만드니 사이트 퀄리티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였습니다만.. 그래도 주어진 여건에서 뭔가를 이뤄보려는 노력은 다했고, 어느 정도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남들 하지 않은 것을 미리 다 해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잡지를 통해서 확보해둔 컨텐츠의 질과 양은 충분했기에 딱 1년만 컨텐츠를 쌓고 회사에서 독립하자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던 게지요. -.ㅡㅋ


하지만 언제나 저만의 뜻때로 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이런 저런 일로 아하!PC의 별책부록이던 아하!게이머를 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잡지를 만드는 인력으로 게임사이트를 운영했던 건데, 그 인력이 떠났으니 잡지도 안나오고 사이트도 운영 안되고 결국 도메인도 팔려 버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그래도 혹시나 남아 있는지 궁금해서 그만님이 알려주신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뒤져봤습니다. 오! 다행히 페이지는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모습 그대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링크를 눌러봤는데… 아~ 이미지는 전혀 수집이 되지 않았는지 모두 ‘엑박’이 뜨고 말았습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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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만 더 진해지더군요. 예전의 온전한 모습 한 번 보는 게 소원인데… 별 이상한 소원이다 싶겠지만, 그래도 제 손으로 꾸려온 사이트였으니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때문에 그 때 이미지가 남아 있는게 없나 해서 구글을 통해 뒤져봤습니다. ahagamer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는데, 그래도 링크가 조금 뜨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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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검색에 뜬 여러 개의 링크 중에, 눈길을 사로 잡는 블로그 링크가 있었습니다. ‘영규’s Confabulations ::‘.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많이 봐서가 아니라 정말 오래간만에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블로그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의 블로그였습니다(이거 친구라 말할 자격 있는 건가요? -.ㅡㅋ). 몇 년이나 흐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친구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지낸 세월을 말입니다…


이 친구에 대한 인연은 길면 길고 짧으면 짧습니다만… 여차저차 저로 인해 CGW 한국판과 PCGM에서 함께 일했고 물론 아하!게이머때도 절 많이 도와줬지요. 가끔 엉뚱하긴 해도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가진 데다 꼼꼼하기로는 첫 번째로 꼽는 녀석이었는데… 아무튼 제가 그 회사를 나오고 방황을 하다가 연락처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구글 검색으로 찾게 되네요. ㅎㅎ.. 혹시나 아닐까봐 댓글을 남겨 확인을 해봤는데, 역시나 맞더군요.


여차저차해서 이 친구의 블로그에 들어가니 아하!게이머 사이트 디자인과 잡지 표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자기가 썼던 글을 PDF로 남겨둔 모양인데, 사이트 디자인까지 PDF로 옮겨둘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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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기뻤던 건 아하!게이머라는 사이트의 옛모습을 봐서가 아니라 검색과 블로그를 통해 친구를 찾은 겁니다.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고만 했지, 제가 가진 기억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누군가를 찾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때문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친구들이 블로그를 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블로그를 하는 친구는 없을 거라는 선입견도 좀 있었고요. 다행히 이 친구를 다시 만난 그 자체가 기뻤고, 그의 블로그를 알게 되면서 그런 선입견을 깰 수 있어 또 고마웠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다시 찾았지만, 이제는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이전보다 더 노력해야겠네요.

영규야~ 술 한 잔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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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0 Comments

  1. 2007년 7월 26일
    Reply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비슷한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ㅜ_ㅜ

    • 2007년 7월 27일
      Reply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으실겁니다. ^^

  2. 2007년 7월 26일
    Reply

    어느덧 나도 포기했던 옛날 자료군요..ㅋㅋ 난 아하!리눅스를 찾아봐야쓰겄네요.. 이사를 하도 많이 해서 책까지 없어지고 나니 정말 내 기억 일부가 사라져 버린 느낌입니다.ㅠ.ㅠ

    • 2007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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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다 잃어버렸다가 겨우 찾았습니다. 아하!PC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시니 아하!리눅스도 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욤~~ ^^

  3. 2007년 7월 26일
    Reply

    아… 메시아가 생각나네요 ‘ㅅ’ 몸을 빼앗아서 세상을 구원하는 아기천사… 녹스도 재미있었구요

    그나저나 친구를 찾으셨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전 잊었던 기억도 찾았네요 ㅎㅎ

    • 2007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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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 메시아를 기억하시다니 시마시마님도 어지간한 마니아이셨던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

  4. 2007년 7월 26일
    Reply

    저는 몰랐네요..저런잡지가 있었는줄..
    2000년도였으면..저는 10살..ㅡ_-…

    • 2007년 7월 27일
      Reply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인가요? ㅎㅎ

  5. 2007년 7월 26일
    Reply

    아하PC…열심히 보던 잡지지요.
    지금 말씀 드리지만 PC사랑도 창간호부터 정기구독 했던 했더랬습니다.

    그나저나… 제 친구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 2007년 7월 27일
      Reply

      창간은 늦었지만 ‘열독률 1위’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러워하던 잡지였지요. ㅎㅎㅎ
      언젠가는 저처럼 SuJae님도 같은 키워드를 가진 친구를 찾으실 거라 믿습니다. ^^

  6. 2007년 7월 27일
    Reply

    와, 저런 인연도 있군요! 블로그가 친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다니.
    앞으로도 재미있는 인연 이어나가시길 ^_^.
    그나저나 제 친구들도 지금쯤 어디서 뭐하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 2007년 7월 27일
      Reply

      그러게요. 블로그를 하다보니 이런 우연과 인연이 이어지나 봅니다.
      블로그를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StarLight님도 많은 친구분들을 만나시리라 믿습니다. ^^

  7. 2007년 7월 27일
    Reply

    아하 pc 는 별로 못봤지만, 군대 있을 때 pc 사랑 많이 봤지요.
    3살 많은 후임병하고 pc 사랑 잡지 돌려보며 컴퓨터 이야기하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연락 안되던 지인과 모처럼 다시 연락하게 되셨으니 좋으시겠습니다.
    형이면서도 형이 아니었던(?) 그 후임병은 어케 지내는 지 궁금하군요. ^_^

    • 2007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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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 맥심, 에스콰이어 다음으로 PC사랑을 많이 본다지요?
      그나저나 댓글을 달다보니 점점 블로그로 사람 찾기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강해지는데요. ㅋㅋㅋ

  8. 2007년 7월 27일
    Reply

    와.. 훈훈한 이야기네요..^^;;

    아카이브..
    저도 예전 페이지 한번 보는 게 소원이었던 적이 있어서 몇번 이용하곤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중1때 학교 빼고 밤낮 새워서 개인 홈페이지 하나 만들었는데, 아카이브를 통해 볼 수 있더군요..^^;;
    (이미지는 몇개 깨지지만..ㅠ)

    추억거리도 생각나시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실 것 같네요..후훗..^^;;
    좋은 하루 되세요! 🙂

    • 2007년 7월 27일
      Reply

      오옷… 까만거북이님의 개인홈피라.. 뭘까?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궁금~ ^^

  9. 2007년 7월 27일
    Reply

    하하 이렇게 찾아오게 된거구나
    반갑다 그래 술한잔 해야지

    • 2007년 7월 27일
      Reply

      그려.. 담주에 그리로 가마~ ㅎㅎ

  10. 2007년 7월 27일
    Reply

    아하 PC. 저도 자주 보던 잡지였는데, 아하게이머는 몰랐네요…그나저나 정말 넷에서 이런 경험하면 눈물나죠^^ 축하드립니다.

    • 2007년 7월 27일
      Reply

      고맙습니다. 세상 오래살면 별일 다 본다는데, 블로그를 하다보니 별일 다 있네요.
      아참 나중에 아하!PC를 보셨다면 아하!게이머는 보지 못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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