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 2.0, 이용자는 꿀벌이 아닐 수 있다

김기사 2.0을 정식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 주 목요일(3월 28일) 저녁에 이와 관련한 조촐한 블로거 설명회가 있었다. 당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세부 정보가 이미 공개된 터여서 김 빠진 행사가 됐지만, 록앤올이 김기사 2.0으로 업그레이드로 무엇을 하려는 이유를 듣는 자리로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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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2.0의 변화. 위치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한다.

김기사는 티맵이나 올레 내비같은 이통사의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경쟁하며 국민 내비로 자리를 잡았다. 그 배경은 길 안내에 관해선 결코 밀리지 않는 서비스 품질이 있어서였다. 다양하고 복잡한 부가 기능보다 철저하게 길 안내에 집중함으로써 위치정보나 마케팅과 같은 그 밖의 약점을 덮고, 약간의 광고를 들어야 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쓰는 이용자가 400만 명에 이를 만큼 꾸준하게 증가했다. 록앤올은 김기사 특유의 독특한 벌집 인터페이스도 종전 스마트폰 내비에서 볼 수 없는 개성으로 강조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이만한 품질의 공짜 내비게이션을 수많은 스마트 장치에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낄 것이다. 또한 이것이 여러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경쟁에서 살아 남은 김기사의 경쟁력이었다.


이러한 길 안내 품질을 바탕으로 김기사 2.0은 플랫폼에 대한 도전한다. 내비게이션 중심의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 플랫폼에서 공유할 가치는 역시 위치 정보. 김기사를 통해 검색하고 저장했던 수많은 위치 정보를 SNS를 이용하는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 김기사 2.0의 핵심이다. 과거 참여, 공유, 확산을 기치로 내세웠던 웹 2.0이 그랬던 것처럼 김기사 2.0은 아주 색다른 것은 내용을 담았다기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자가 길 안내를 받았던 위치 정보를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는 ‘위치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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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의 새로운 폴더 개념. 부분 유료화가 적용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보면 이러한 시도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SNS나 메시징 시스템을 거치는 공유는 이전에도 가능했다. 김기사 2.0은 내비게이션 안에서 익명의 게시자를 통해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좀 달라진 부분이기는 하다. 물론 김기사 2.0에 담길 기능은 공유 외에도 많다. 김기사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교해진 교통 정보 서비스, 벌집으로 등록된 위치 정보를 폴더별로 정리할 수 있는 기능, 유료화 정책 등 새 기능과 정책이 담겨 있다. 또한 제휴의 확대를 통해 식당(포잉)과 대리운전, 병원(굿닥) 예약도 가능하게끔 만들어 다채롭게 쓸 수 있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위치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써 김기사 2.0은 시작부터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이용자가 ‘왜’ 위치를 공유해야 하는가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용자가 굳이 자기의 위치 정보를 다른 이와 공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유독 많았던 것이 이에 기인한다. 이용자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묻고 답하고 제안하는 과정이 얼마간 반복됐는데, 이는 위치정보 공유 플랫폼으로써 핵심을 놓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기사 내에서 쓸 수 있는 ‘허니’를 충전해주는 보상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만, 무엇보다 이용자가 위치 정보를 받을 때와 전달할 때 다른 태도를 보이는 차이점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정보의 수용에 능동적이어도 제공에 수동적인 이용자의 태도는 어느 플랫폼이나 비슷하게 나타나는 상황인데, 김기사 2.0은 이용자와 정보 제공자를 분리하지 않고 동일시하는 플랫폼으로 보인다. ‘왜’라는 물음 조차 귀찮은 이용자들을 정보 공급자로 한데 묶는 것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각자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는 플랫폼이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무엇이 들고 나건 간에 그것을 올바르게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지 못하면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고, 이용자와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나누지 않은 플랫폼은 오히려 복잡하고 번거롭게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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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는 정말 꿀벌일까?

김기사 2.0이 개방형 플랫폼이라고 해도 그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더 명확한 원칙과 규칙이 필요하다. 위치정보 공유에 목마른 이용자나 포잉, 굿닥 같은 사업자든 누구나 그 플랫폼을 공정하게 이용하면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록앤올은 김기사 2.0을 공개하면서 꽃에서 꿀을 옮기는 꿀벌처럼 이용자가 갖고 있는 위치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얼핏보면 그럴 듯하지만, 사실 이용자는 꿀벌이 아니라, 꿀벌이 가져온 꿀을 먹어야 하는 벌집속에서 자라는 애벌레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역할을 나누고 더 질좋은 꿀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김기사 2.0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이용자가 김기사 2.0의 꿀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는 아닐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13년 4월 6일
    Reply

    스마트 폰을 게임기와 알람으로만 쓰다 보니.. (카톡도 잘 안하고 ㅠ.ㅠ)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네요
    이름만 들어서는 대리기사들을 위한 어플인줄 알았는데 음…

    위치정보를 공유한다라.. 어떤 데이터 마이닝을 위한 기반이 될것 같지도 않고
    너무 민감한 신상정보가 되지 않을가 싶긴한데.. 딱히 떠오르는 용도가 없네요

    • 칫솔
      2013년 4월 6일
      Reply

      서비스에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티맵 대신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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