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졌으나 터치 감성 깎인 서피스 버전2

2년 전 이 즈음에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5층에서 아주 재미있는 장치를 본 적이 있습니다. 천장을 향해 화면이 누워있는 커다란 테이블이었지요. 그런데 여러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의 화면을 건드리니 물결이 일기도 하고 드럼과 같은 소리도 나고 DJ처럼 음악을 믹싱하고 화가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을 서피스(Surface) 컴퓨터라고 불렀습니다. (직접 만져본 서피스(surface) 컴퓨터, 의외로 재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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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버전1
테이블탑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안고 나타나는 서피스 컴퓨터는 분명 이전에 보던 컴퓨터와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를 다룰 때 하나 또는 두 손가락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모든 손가락을 다 쓰면서도 여러 사람이 함께 조작할 수 있고, 특정 태그를 가진 장치를 올려놓으면 그 안의 정보를 바로 보여주는 등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마우스와 키보드로 쓰던 컴퓨터와는 많이 달랐지요.


무엇보다 서피스 컴퓨터는 기계적이기보다 무척 감성적인 장치입니다. 혼자 쓰는 게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화면 위에 여러 사람이 손을 올려 협동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공유하고, 함께 학습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올려 놓고 함께 풀 수 있고,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지요.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모두가 함께 손가락으로 함께 다루는 것에서 서피스는 매우 감성적인 장치였습니다. 때문에 서피스 컴퓨터는 NUI(natural user interface)를 적용한 컴퓨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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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모바일 1호점에 설치되었던 서피스 컴퓨터.
그러나 서피스 컴퓨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극히 드문 매장이나 전시회에서 서피스 컴퓨터를 볼 수 있을 뿐이었지요. 국내에서는 디스트릭트와 같은 기업이 서피스를 이용한 UX를 개발해 일부 매장에 적용한 사례가 있지만, 그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서피스 컴퓨터가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데다 국내에서는 정식 사업을 하지 않은 문제와 더불어 너무 큰 덩치, 선명하지 않은 화면, 고정된 테이블 형태, 부족한 소프트웨어가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꿉니다. 과거 서피스 컴퓨터가 가진 몇 가지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서피스 컴퓨터 버전2가 지난 CES에 공개된데 이어 어제 오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역삼동 뱀부 하우스에서 버전2의 쇼케이스를 진행했습니다. 어제 쇼케이스는 버전1과 달리 서피스 버전2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의미를 담은 행사였지만, 더불어 국내에 처음으로 서피스 버전2를 소개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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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버전2는 아래쪽 공간이 남을 정도로 얇아졌다.
어제 본 서피스 컴퓨터는 2년 전에 봤던 것보다 상당히(?) 얇아졌습니다. 2년 전 제품은 5개의 카메라와 프로젝션을 이용했던 터라 그 초점 거리로 인해 불가피하게 두꺼워진 반면, 이번 서피스 버전 2는 LCD를 이용하면서 픽셀 센스라는 감지 기술을 쓴 덕분에 두께를 훨씬 줄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덕분에 4개의 다리만으로 본체를 떠받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화면 크기는 40인치, 서피스 버전 2의 모델 이름은 SUR40으로 삼성에서 생산합니다.


발표가 모두 끝난 뒤 서피스 버전 2를 직접 만져봤습니다. 버전 1과 비교하면 화면은 커졌고, 선명하고, 밝아졌더군요. 버전 1이 프로젝션 방식이라 해상도가 낮았고, 스크린을 투과해야 하는 탓에 밝기와 선명도가 떨어졌습니다. 여러 사물을 인식하는 멀티 터치 감도는 이전보다 훨씬 좋았는데, 카메라를 쓰는 버전1보다 센서의 민감도가 더 높아진 것 같더군요. 옷깃만 스쳐도 인식이 될 정도입니다. 기본 소프트웨어도 많이 발전하고 늘었습니다. 터치 위주의 버전1보다 협동심을 발휘하는 퍼즐/액션 게임도 많아졌고, 갖고 놀 수 있는 도구도 늘었더군요. 트위터 같은 SNS와 접목한 응용 프로그램도 새롭게 추가했고, 태그로 인지해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도 여전합니다. 다양한 이번에 보여준 쇼케이스 제품이 정식 버전이 아닌 터라 일부 소프트웨어에는 약간 문제가 있고, 조명 환경에 따라 태그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만, 정상적인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전반적인 움직임은 버전1에 비해 나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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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를 붙인 술잔을 놓고 왕게임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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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와 관련된 해시태그를 가진 트윗도 갖고 놀 수 있다
하지만 저는 하드웨어가 발전한 버전2보다 버전1쪽에 더 좋은 느낌이 듭니다. 서피스 컴퓨터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만 중요한게 아니라 그것을 만질 때의 느낌이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 버전2는 만질 때의 감각이 버전1보다 덜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화면을 덮고 있는 재질의 차이입니다. 분명 버전2가 더 선명하고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지만, 그 위에는 고릴라 글래스를 얹어 놓았습니다. 버전1은 영상을 표시하기 위한 프로젝션용 스크린을 올렸는데, 유리와 스크린용 재질을 만지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터치 감성이 프로젝션을 쓴 버전1이 갖고 있는 강점인데 비해 버전 2는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더군요.


그렇다고 버전2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버전2는 다양한 형태로 서피스 컴퓨터를 배치할 수 있는 정잠이 있습니다. 테이블탑 형태로 놓을 수도 있고, 벽에 거치하거나 세로로 세울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마 서피스용 터치 소프트웨어만 보강한다면 길을 가다가도 정말 재미있게 갖고 놀 듯 합니다. 이날 서피스 버전2 위에 태그가 붙은 술잔을 올려 놓고, 화면에 튕겨 다니는 공이 들어간 술잔의 술을 마시는 왕게임도 서피스 컴퓨터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또한 서피스 버전2에 NFC를 이용하는 것도 지금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접목되면 앞으로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놨을 때 여러 사람이 함께 다양한 정보를 큰 화면에서 공유하고 즐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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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션 방식의 서피스가 만지는 감성은 더 낫다
다만 이 모든 것을 다루는 화면을 만지는 느낌이 걸림돌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NUI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훌륭하지만, 정작 이 화면을 다루는 실제 이용자들의 손가락 끝에 닿는 느낌이 NUI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놓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출시는 하반기로 잡혀 있고 대량 생산보다는 주문에 따른 소량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제품입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있다는 이야기지요. 그 정도면 날씸하게 예뻐진 서피스 컴퓨터의 떨어진 터치 감성을 다시 살려내는데 고민하는 데 충분한 시간일 것입니다.

덧붙임 #

1. 서피스 컴퓨터는 7천900달러부터 판매됩니다. 국내 판매가는 미정입니다.

2. 시스템 제원은 AMD 애슬론 II X2 2.9GHz 듀얼 코어 프로세서와 AMD 라데온 HD6570M 1GB, 4~8GB DDR3 램, 320GB 7200rpm 하드디스크, HDMI 입출력 단자, 5.1채널 광출력단자, RCA 아날로드 오디오 출력 단자, 3.5mm 스테레오 미니 잭, 4개의 USB, 802.11n 무선 랜, 블루투스, 이더넷 단자 등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3 Comments

  1. Servo
    2011년 5월 26일
    Reply

    훨씬 얇아져서 좋은 줄 알았는데…. 터치가 안좋다니… 그렇게 안좋나요?

    • 칫솔
      2011년 5월 26일
      Reply

      아주 안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저 서피스1의 질감이 서피스 버전2에는 없고, 유리 특유의 끈적거림 같은게 있어서 그닥 기분이 좋지는 않더군요. ^^

  2. 2011년 5월 27일
    Reply

    리뷰 잘 보았습니다. 여러 생각을 갖게 되는군요.

    • 칫솔
      2011년 5월 28일
      Reply

      고맙습니다. ^^

  3. 2011년 5월 27일
    Reply

    예전에는 서걱서걱한 느낌의 표면이었는데 꼭 핸드폰에 액정보호지 씌운(아니면 LCD모니터 화면 같은) 느낌이었죠. 그렇다 보니 화면도 좀 탁했습니다. 약간만 기운 각도에서 보면 화면도 허옇게 보이고… 서피스2도 출시되면 휴대폰처럼 40인치 액정보호지 이런거 나오지 않을는지? 그리고 픽셀센스는 터치를 하지 않고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도 인식이 되서 선호하는 터치감을 줄 수 있게 위에 필름같은 것을 띄우면 될꺼에요.

    • 칫솔
      2011년 5월 28일
      Reply

      지문방지 액정보호지 붙이면 딱이겠는데요? 그나저나 40인치면 필름 값도 장난 아닐 듯 싶습니다. ^^

  4. 2011년 5월 27일
    Reply

    서걱거리는 느낌의 액정보호 필름을 까는것도 괜찮겠네여

    • 칫솔
      2011년 5월 28일
      Reply

      그러게요. ^^

  5. AA
    2011년 5월 27일
    Reply

    터치를 특성화 한만큼 터치감을 살려야 햇을텐데.
    슬림함과 터치를 둘다 못잡은게.
    2%아쉽군요..

    • 칫솔
      2011년 5월 28일
      Reply

      네, 아직 시간은 있으니 그 안에 모자란 2%를 채우지 않겠습니까~ ^^

  6. 2011년 5월 29일
    Reply

    AMD CPU라니 조금 의외이기도 하고 음..
    저번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서피스 식으로 구성된 pc들을 보았는데 꽤 쓸만해 보이더라구요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젠가는 터치 필름 자체에 전기적 신호로
    울퉁불퉁함이나 자극을 주어 피드백을 줄날이 오지 않을까 도 생각을 해봅니다.
    정전식 터치를 물리적 터치감이 없어서 아무래도 만족도가 떨어지더라구요 ㅋ

    • 칫솔
      2011년 5월 30일
      Reply

      저도 언젠가 진정한 햅틱 스크린이 나올 거라 믿습니다. ^^

  7. 그러면
    2011년 6월 1일
    Reply

    유리 특유의 끈적거림이라면;;; 지문 ㄷㄷㄷ 왜 애초부터 지문방지 필름 재질로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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