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는 현실이고, 디버전스는 이상일까?

▶ 1.
그제 시장 조사 기관인 NPD 그룹에서 꽤 흥미로운 조사 자료를 미국 매체들에게 흘렸나보다. 제목은 ‘Next Gen Functionality & Usage'(차세대 게임기의 기능성과 활용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XBOX 360과 플레이스테이션3를 산 사람들이 자기가 산 장치의 다른 부가 기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는지를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3를 갖고 있는 이용자 가운데 40%만이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쓸 수 있는 걸 알고 있고, 그 중 절반 만이 지난 10번을 켜는 동안 블루레이 영화를 본적이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NPD는 HD DVD 드라이브를 추가 구매 항목으로 남겨 둔 XBOX 360 이용자들에게는 이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대신, XBOX 360의 고화질(HD) 그래픽 능력에 대한 인식을 물었는데 30%만이 그 사실을 인지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이 결과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차세대 게임기를 사는 데 가장 큰 이유는 부가 기능보다는 이 기계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취향이 제각각인 소비자를 겨냥해 다양한 기능을 덧붙였음에도 소비자가 이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그동안 차세대 게임기에 대한 마케팅 방향을 읽지 못한, 헛다리 짚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비록 차세대 게임기의 시장이 초기이고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는 인식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소비자가 게임 자체에 집중하기를 원했다는 것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격 문제를 떠나 PS3의 초반 부진의 또 다른 이유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2.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 같지만, 굳이 차세대 게임기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이런 현상은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나오는 PMP,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휴대폰, 전자사전, 동영상 플레이어 같은 갖가지 컨버전스형 디지털 장치에서도 엿볼 수 있는 문제다. 여러 기능을 함께 담은 컨버전스 장치를 갖고 있어도 결국 그 장치에서 집중적으로 쓰는 1~2가지를 뺀 나머지 기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활용도는 극히 떨어지니까 말이다.

PMP를 사서 동영상 이외에 음악이나 사진은 몇 번을 보았을까? MP3 플레이어를 쓰면서 라디오는 몇 번이나 들어봤을까? 디지털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은 몇 번 했을까? 캠코더에서 디카 사진 촬영은 해봤을까? 내비게이션에서 경도 입력이나 DMB 시청과 녹화는 해본 적 있을까? 전자 사전 속에 담긴 수많은 부가 기능은 얼마나 자주 쓰고 있을까?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가 참으로 어렵지 않을까? 굵직굵직한 기능 이외에 자잘한 기능까지 들어가면 ‘예’라는 대답이 나올 확률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자기가 쓰는 장치의 숙련도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습장에 그 장치의 핵심 기능을 나열한 뒤 각 기능의 세부 옵션을 적고 사용하는 비중(시간이나 기간)을 체크 표시하면 얼추 이용 비율이 나올 것이다. 세부 옵션을 안 적어도 상관없지만, 더 정확한 테스트가 필요하다면 체크 항목을 좀더 많이 만드는 게 좋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이 30% 이상의 항목에 긍정적인 체크 표시를 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50%의 항목에 체크표시를 했다면 그 장치를 잘 쓰는 편에 속하리라. 하지만 100%는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산 수많은 디지털 장치의 기능을 100% 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라기보다, 컨버전스 장치에는 내게 불필요한 기능과 불만족스런 성능이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또한 의외의 불편함을 가져다 주니까.

난감한 상황은 어떤 장치의 특정 기능이나 성능에 불만을 느껴 새로 장만한 다른 장치에도 역시 이런저런 재주들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 재주만 돋보이는 디버전스 장치를 구하고 싶어도 소소한 것을 제외하면 이제는 거의 찾기 어려워진 게 왠지 당연한 듯한 기분은 왜 드는 것일까? 어쩌면 다다익선을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재주에 특화된 전문 디지털 장치를 만나보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도 그게 현실이 아니면 접어야 되는 모양이다.

컨버전스가 현실이고, 디버전스는 이상일지도 모르는 지금 누가 그런 도전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환영하고 반겨주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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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7 Comments

  1. 2007년 8월 11일
    Reply

    MP3 플레이어에서 어느 정도 디버전스를 한 기업이 하나있죠. 애플 컴퓨터…다만 완벽한 디버전스가 아니라 디자인과 배터리(너무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반강제적으로 음악만 듣게됨) 영향이 훨씬 큰 거였지만요…

    • 2007년 8월 11일
      Reply

      사실 아이팟은 완벽한 디버전스라고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아이팟 세대가 올라갈 수록 동영상도 되니까요. 무엇보다.. 끔찍한 아이팟의 음질을 생각한다면 전문 기기의 이미지를 느끼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

  2. 2007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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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무조건 따로 된 걸 사려고 노력합니다. 전자사전은 카시오, 전자계산기기 기능이 있긴하지만 그 외에 mp3기능이라든지 그런거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맘에듭니다. 휴대폰 사서 폰카는 디카 없을 때도 거의 찍어본적이 없습니다. 디카 산 뒤엔 디카만 쓰구요.
    그런데 요즘 엠피3는 액정이 정말 좋더군요…동영상도 볼만하게 돌아가고…인코딩이야 PMP도 자유롭지 않은게 사실이구요…담에 mp3 살 때는 동영상도 되는 걸 살지도..란 생각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 따로 된걸 선호합니다.

    • 2007년 8월 11일
      Reply

      부가 기능 없이 주 기능에 집중하면서 값이 싼 제품들이 좀더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실행할 수도 있고 성능이나 안정성이 더 좋은 게 많으니까요.
      엠의 세계님처럼 어느 정도 아는 분들은 단일 기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은 여러 기능을 하나의 장치에서 다루는게 싸고 편하다고 여기는 게 현실임을 말하고 싶었답니다. ^^

  3. 2007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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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스킨이 바뀌었군요..!! 칫솔님도 테터앤미디어의 서포트를..
    부럽습니다..ㅠㅠ

    • 2007년 8월 12일
      Reply

      네.. 짧은(?) 고민 끝에 참여하기로 했답니다. 얼리어답터님도 이 분야에 뜻이 있다면 고민해 보시길~ ^^

  4. 2007년 10월 26일
    Reply

    사실 핸드폰 하나에 다이어리, pda, 전자사전, e북, mp3, dmb까지 다 들어있지만 정작 본인은 따로따로 전부 들고 다닌다.-_-;; 전화기, pda, mp3, 전자사전… 등등 요즘 사람치고 ‘컨버전스’라는 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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