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에 비스타를 깔아보니…

지난 1년 안에 나온 거의 모든 25.4cm(10인치)급 넷북에는 윈도 XP가 깔려 있다. 윈도의 최신 버전은 비스타이지만, 오래 전에 나온 XP를 쓰는데 불만을 갖는 이들은 별로 없는 듯 싶다. 그다지 성능이 뛰어나지 않은 넷북에는 비스타보다 XP가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넷북에 비스타를 깔면 정말 쓸만하지 않은 건지, 그렇게 느린 건지, 문제가 많은 건지 궁금하기는 하다. 며칠 전 후배가 아톰 CPU를 넣고 비스타를 깐 델 인스피론 미니 12를 리뷰할 예정인데 느릴까 걱정이라는 이야기에, 같은 아톰을 넣은 넷북에 비스타를 깔아서 해보면 쉽게 알 일을 해보지 않고 넷북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린게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넷북에 비스타를 깔아보기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실험에는 레노버 S10을 썼다. 최근에 산 넷북 중 가장 쓰라린 능력을 가진, 그래서 마냥 리뷰를 미루고 있는 제품이지만, 이럴 때는 부담이 없어 좋다. 아톰 N270(1.6GHz)에 램 512MB(온보드)가 기본 모델이지만, 512MB 모듈을 하나 더 꽂아 1GB를 채웠다. 8배속 외장형 슬림 드라이브를 USB에 꽂고 윈도 비스타 얼티밋 정품 CD를 준비했다.


설치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설치 시간은 파티션을 잡은 과정을 빼고 파일 복사에만 35분 남짓 걸렸을 뿐이다. 파일 복사를 해 두면 알아서 필요한 것들을 설치하고 세팅한다. 나중에 시작할 때 시스템 성능 평가를 할 때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35분 안에 포함돼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비스타를 시작하자마자 난감한 상황은 몇몇 장치 드라이버가 없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무선 랜 드라이버와 그래픽 드라이버가 없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고 해상도를 800×600 이상으로 높일 수 없었다. 유선 랜 드라이버도 마찬 가지로 잡히지 않는다. 오디오나 기타 드라이버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잡히긴 했다.


이 상태에서 비스타 체험 지수를 보니 역시나 최저 점수다. 항목별로 따져보니 CPU는 고만고만하고 램, 하드디스크는 크게 모자라 보이지 않는 데 그래픽 관련 점수가 영 꽝이다. 기본만 한다는 1.0. 아무래도 그래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듯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몇 장치의 드라이버가 잡히지 않는다.
급한 대로 먼저 XP용 무선 랜 드라이버를 강제로 깔았는데 이것만 정상 작동할 뿐 그래픽 드라이버와 나머지는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S10을 위해서 만들어진 945GM용 비스타 드라이버를 찾아서 깔아야 할 듯 한데, 아무리 뒤져도 S10용 비스타 그래픽 드라이버는 없었다. 때문에 구글에서 넷북용 비스타 드라이버를 검색해 advent 4211용 비스타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해 설치해 보니 일단 깔리긴 했다.
(원래 아톰 플랫폼에 비스타를 깔아서 내놓은 델 미니 12용 드라이버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델 미니 12가 아니면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결국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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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비스타용 그래픽 드라이버를 깔기 전, 오른쪽은 비스타용을 깔고 난 뒤 변화다.
시스템을 다시 시작하니 그래픽 드라이버는 제대로 깔린 듯 한데, S10 전용이 아니다보니 비스타를 시작할 때마다 그래픽 세팅을 하는 인텔 트레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겠냐고 세 번이나 묻는다. 다시 묻지 말라고 일일이 체크 표시를 해도 계속 나타난다. 역시 빌려 쓰는 것은 안좋다. (혹시 에러 없는 드라이버 알면 소개 좀…)


그래픽 드라이버를 깔고 난 뒤 큰 변화는 역시 LCD에 맞는 정상 해상도로 표시하는 것과 함께 에어로 모드가 작동했다는 점이다. 넷북에 쓴 945GM이 비스타와 영 궁합이 안맞는다는 이야기는 아닌 듯. 다시 체험 지수를 체크해보니 그래픽과 관련한 평가가 모두 올랐다. 에어로는 무난함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3D 게임 그래픽 점수도 눈에 띄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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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드라이버 깔기 전 체험지수
일단 여기까지만 세팅하고 기본 애플리케이션들을 실행했는데, 사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띄워 인터넷을 할 때는 XP를 쓸 때와 속도에 대한 차이를 거의 느끼긴 힘들었다. XP를 쓰면서 주로 하는 인터넷 탐색이나 문서 작업은 무난했다. XP에서 잘되는 동영상은 비스타를 깐 이후에도 잘 됐고, 재생 안되던 것은 똑같이 보여주지 못했다. 아, 넷북에서 비스타 부팅 시간은 1분 남짓 걸린다.


하지만 XP 때와 비교했을 때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이상하리만치 소음이 엄청 심해졌다. 특히 전원을 꽂아 100% 모드로 작동시키면 얼마 못가 쌩하는 팬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일정한 간격으로 나는 소리도 아니고 갑자기 작동하는 것이어서 엄청 거슬린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비스타에서는 CPU의 성능까지 전원 관리에서 제어할 수 있는데, 배터리 모드에서 밝기를 낮추고 50% 성능 수준으로 동영상을 재생해보니 배터리 지속 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성능 수준을 30%까지 낮췄을 때 1시간 40분까지는 버틴다(XP의 균형 모드에서 1시간 50분 정도 재생). 30% 수준이면 인터넷 탐색은 무난하게 될지 몰라도 플래시 광고 등이 느리게 재생되고 일반적인 동영상 재생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래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드라이버 문제는 별개로 치고, 성능만 따지면 넷북도 비스타를 돌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아주 무거운 프로그램이 아니면 실행 속도가 아주 더디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배터리의 빠른 소모와 소음 증가 같은 다른 문제가 나타나는 게 문제다. 배터리를 덜 소모하고 소음만 없다면 비스타를 쓰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이 같은 비스타 문제를 해결할 지는 모르겠다. 윈도7에서 비약적인 배터리 성능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 기대되지만,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윈도 XP가 넷북에 맞는 해법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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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4 Comments

  1. 2008년 12월 12일
    Reply

    킁…레노버가 그렇게 안좋나요….ㅡ.ㅡ…..그냥 안드로이드폰이나 살껄…ㅡ.ㅡ;;;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그렇게 좋지도 않다는 게 문제라는… ^^

  2. 2008년 12월 12일
    Reply

    저도 넷북 nc10에 비스타를 사용해봤는데 램을 2G로 쓰니 느린 줄 모르겠더라고요..
    하긴 무거운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돌릴 일도 없으니..

    소음은 비스타 깔고 초기에 보이는 색인작업 때문인 것 같고요.. 배터리는 잘 모르겠네요..
    비스타 깔고도 nc10은 5시간 30분은 가길래;;

    그리고 드라이버는 다 기본으로 홈페이지에 nc10용으로 있는거 깔았는데. xp용으로;;

    그래픽만 비스타용으로 인텔 홈에서 직접 받았네요.. xp용 그래픽 드라이버는 잡히긴 하는데 에어로가 안돼서..

    잘 봤습니다 ^^*

    관건은 램일 겁니다. 2기가면 비스타도 돌릴만합니다.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램은 1GB로도 그럭저럭 괜찮더라고요. 2GB면 금상첨화고요. 배터리 문제가 없으시다니 다행인 듯 싶어요. 이상하게 제 손만 닿으면 어디선가 문제가.. ^^

  3. object
    2008년 12월 12일
    Reply

    비스타 for Netbook 에디션이 나와야할때입니다. MSFT도 사태의 심각성을 좀 깨달았으면;; 그냥 Windows 7을 기다리는게 속편할 수도 있겠네요. 하드를 많이 긁어서 전원 소비가 심한 것 같습니다. 각종 인덱싱 이런거 다 꺼야할 듯.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그냥 윈도7 기다리려구요. 데스크탑에서 비스타를 쓰고 있고 잘 적응했는데, 노트북에서는 기종에 따라서 적응될 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더라구요~

  4. 으잉
    2008년 12월 12일
    Reply

    중국제품 삿다가 해킹드러가있음 어쩔라고… 쟈덜은 어케믿고 레노버를 삿는지. 외국에서도 신용이 떨어지던거같은데..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레노버는 나름 세계적인 기업이랍니다. ^^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조금 정도면 다행일텐데.. ^^

  5. 2008년 12월 12일
    Reply

    Windows7을 기다리며(고도를 기다리며 패러디?)
    아직은 XP로 버텨 볼렵니다 ㅋ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저두요. 함께 버티자구요~ ^^

  6. 2008년 12월 12일
    Reply

    그래도 K600에 비스타가 기본탑재돼서 나왔던 걸 감안한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드라이버랑 비스타 자체의 최적화 문제겠죠… 제가 구입했을 땐 비스타 최적화 팁도 찾기 어려웠고 최적화 유틸리티도 마땅한 게 없어서 밀어버리고 XP를 썼는데, 가끔씩 내가 왜 정품 놔두고 불법복제 유저가 되어야 하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램을 2GB정도로 증설이 가능하다면 한 512MB정도는 램디스크로 잡아두고 레디부스트랑 같이 활용하면 비스타에서도 꽤 쓸만할 것 같습니다.(아마 배터리 문제는 드라이버 최적화같은 것도 있을거예요… 제 K601은 비스타나 XP나 사용시간엔 큰 차이가 없어보이거든요…)
    아무래도 넷북에서 가장 짜증나는 건 오피스처럼 덩치 큰 프로그램을 띄우는 시간이 길다는 것일테니까요…

    • 칫솔
      2008년 12월 13일
      Reply

      맞는 말씀이에요. 어디까지나 최적화가 중요하죠. 램을 늘려서 쓰는 방법도 좋기는 한데, 사실 뭐든지 처음에 나온 세팅 그대로 쓰는 게 가장 좋은 듯 해요. 원래 있던 XP로 돌아가야겠어요. 히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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