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이 바라는 세컨 노트북 시장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몇 달 동안 인텔은 그다지 따끈하지 않은 몇 가지 모바일 아이템을 다시 따뜻하게 데우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작년 IDF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MID를 지금에서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이제야 인텔측 플랫폼이 완성되었음을 뜻하는 것이지만, 정작 완성품 업체들이 이 하드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얼마나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지 모르는데다 제품의 실체를 접할 수 없는 현실 탓에 소비자의 반응은 그대로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나마 지난 몇 달 동안의 노력 덕분에 소비자 반응이 찬물에 약간의 더운물을 섞은 반응 정도는 보인다는 점이다.


때문에 MID가 당장 인텔의 노다지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는 어렵다. 물이 펄펄 끓는 냄비의 뚜껑이 덜그럭 거릴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 않은 이상 인텔이 MID 시장에서 거둬 들일 수 있는 수익도 없을 뿐더러 미개척 시장을 위한 투자를 하는 만큼 푼돈 조차 벌어 들이기 어렵다. 아무리 원가-아톰 CPU의 원가가 6달러라는 헛소리는 이제 그만-가 싸다해도 수백만대 규모의 시장이 열릴 조짐이 보이기 전까지 인텔은 기술적인 투자 외에 마케팅을 위한 쌈짓돈은 꺼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지금은 간을 보는 수준일 뿐 아직 뚜껑을 열고 요리를 꺼내 먹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현 시점에서 MID는 인텔의 미래 동력을 이끌 사업의 한 축일 뿐이다.


인텔에게 현실은 노트북이다. 연간 수억대에 이르는 노트북 시장만큼 지금 인텔에게 현실적인 시장은 없다. 지난 1분기 HP가 전세계에 뿌린 노트북만 4천만대가 넘는 현실-물론 이중에 일부는 타사 CPU 플랫폼이다-을 외면했다가는 정말 국물도 없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은 말하나 마나다. 때문에 인텔 같은 칩셋 메이커는 노트북 시장의 동향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시장을 이끄는 기술을 내놓으려 노력한다. 곧 있을 센트리노 2의 공식 발표도 이러한 움직임 중 하나다. 그런데 넷북만큼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 왜일까?


대부분은 넷북에 대해 인텔이 저개발국가의 교육용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교육용 노트북인 클래스메이트 PC의 후속 개념 정도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인텔이 말하는 넷북은 교육용 시장이 최종 목표가 아니지만, 지금은 분명 교육용 시장에 주력하고 있고 그러한 움직임들이 너무도 당연한 인식을 심어준 것이니 남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교육용 제품 시장은 그 목표 시장 중에 하나일 뿐, 넷북을 통해서 확장하고자 하는 시장은 ‘세컨 노트북’ 시장이다.


세컨 노트북은 말 그대로 두 번째 노트북이다. ‘두 번째’에는 여러 뜻이 있다. 이를 테면 단순하게 큰 데스크톱 PC의 보조용일 수도 있고, 주 작업용 PC나 노트북과 함께 쓰는 또 다른 노트북일 수도 있고, 비용에 대한 부담은 덜하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노트북일 수도 있다. 이를 풀어보면 과거 세컨 PC와 같이 주 용도로 활용하지는 않지만, 보조적 역할을 하는 지출 부담이 적은 노트북을 말한다.


속내를 털어 놓지는 않지만, 인텔은 넷북으로 세컨 노트북 시장의 바람몰이를 하고 싶어 한다. 앞서 클래스메이트 2라고 지칭된 CTL(computer technology link)의 2go PC가 그런 바람 몰이의 선봉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인텔은 클래스메이트 때처럼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는 대규모 PC 거래가 필요한 B2B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종전 클래스메이크 PC가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사업에 가까웠던 반면 이번에는 경제적 여력이 되는 국가를 겨냥한 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전 클래스메이트 PC가 우리나라에 출시할 가능성이 전혀 없던 것과 달리 2go PC는 조건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렇다고 인텔이 직접 유통에 나서거나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인텔은 플랫폼 공급자일뿐 완성품 제조 업체가 아니지만, 그 제품이 팔리는 시장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넷북은 일반 소매 시장에 대한 지원보다 대규모 거래를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 세컨 노트북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학원이나 학교처럼 성능은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그 수요가 확실한 시장을 공략해 규모를 부풀림으로써 경제적 여건이 좋은 나라에서도 넷북 같은 세컨 노트북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 결국 인텔 플랫폼을 더 많이 팔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세컨 노트북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라 말하긴 어렵다. 한마디로 이미 열려 있는 시장이다. 아시다시피 저개발 국가의 교육용으로 주문 공급하려고 했던 컨셉 PC 수준의 아수스 미니 노트북 이피씨(EeePC)가 세컨 노트북의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이다. 이피씨는 고작 35만 대 밖에(?) 안 팔렸지만, 짧은 기간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임으로써 업계로부터 성공했다는 평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이피씨 컨셉의 클론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만으로 이피씨는 이 시장의 가능성을 연 상징적인 노트북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많은 클론들이 시장을 확대할 수록 인텔에게는 점점 유리하다. 단지 인텔이 원하는 지역의 시장을 이 제품이 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인텔 나름대로 넷북을 통한 시장 형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텔이 세컨 노트북 시장을 목표로 삼은 것은 조금은 도박에 가깝다. MID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 쪽-사실 여기도 열려 있다-에 가깝기에 별 탈이 없지만, 세컨 노트북 시장을 노리는 넷북은 서브 노트북 시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경제력이 어느 정도 갖춘 나라에서는 그렇다. 표면적으로 넷북 역시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기는 해도 그 자체의 성격과 시장성에 있어서 종전 서브 노트북이라는 카테고리를 크게 벗어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고 가벼우면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노트북의 성격에서 두 분야는 충돌을 일으킨다.


엄밀히 따지면 서브 노트북과 넷북의 다른 점은 제품이 갖는 가치적 지위가 다르다. 서브 노트북이 좀더 고급 제원에 성능이 높고 뛰어난 디자인의 비싼 노트북이라면 넷북은 가벼운 수준의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능과 부담 없는 값에 쉽게 살 수 있는 낮은 지위라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위치를 갖는 두 카테고리가 무엇이 문제냐 하겠지만, 어느 쪽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느냐는 다른 문제다. 여기에 그 시장의 경제력을 따지면 더더욱 그렇다. 이피씨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적인 성적표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초반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제품을 직접 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반대로 100만 원대 서브 노트북은 비록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꾸준한 수요을 낳음으로써 제조사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수요에 따른 공급을 생각해야 할 칩셋 공급자인 인텔에게 서브 노트북 시장의 작은 규모는 불만일 수밖에 없는 한편으로, 완제품 업체들은 대당 가치를 높여 수익을 얻기를 바라는 반대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넷북 시장을 확대해 칩셋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얻으려는 게 인텔이 바라는 것이지만, 넷북이든 미니 노트북이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공급되지 않는 한 시장은 확대되지 않는다. 때문에 인텔은 다른 소비자 눈높이를 가진 지역에서 바로 컨슈머가 아닌 B2B 시장으로 우회시켜 넷북을 진출시키고 이를 통해 학습된 이들이 세컨 노트북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려는 것이다.


인텔이 시장을 유도하는 동안 넷북 스타일의 미니 노트북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저가 세컨 노트북 시장은 좀더 빠르게 자리잡을 수도 있다. 지금 노트북 업체의 움직임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한다. 인텔이 그 많은 노력일 기울인 뒤에도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B2B 시장에만 머무르면 문제될 수도 있지만, 지금 그것까지 걱정할 때는 아닌 듯 싶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은 시장에서 인텔의 넷북을 통한 세컨 노트북 시장이 열릴지는 이제부터 두고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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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3 Comments

  1. 2008년 4월 24일
    Reply

    노트북은 휴대성이 좋으면서도 성능이 좋아야 하는 거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좋지 않는..

    • 2008년 4월 24일
      Reply

      맞아요. 휴대성과 성능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늘 숙제지요. ^^

  2. 현재 전세계는 보급형 미니노트북 제품군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아수스나 MSI, 기가바이트, 에이서 등 대만 업체는 물론이고 HP나 델 같은 세계적인 PC 업체마저도 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인지라 이미 5개 이상의 업체가 제품을 출시했으며 또 적지 않은 업체가 이 시장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 또한 가격은 일반 노트북보다 싸고 더 가볍고 작기까지 한데 성능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는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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