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배터리 시간, 사용성 중심으로 표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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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발표되는 노트북이나 넷북 제원을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성능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고, 배터리 시간 때문입니다. 1년 전만 해도 5시간 이상 가는 성능의 배터리만 해도 입이 벌어졌는데 현시점에서 이건 콧방귀를 절로 뀔 정도가 됐고, 지금은 못해도 5시간, 조금 많으면 7시간, 심지어 반나절 동안 배터리 충전없이 작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입이 벌어지다 못해 턱관절이 빠질 것 같은 충격을 받곤 합니다만…


그런데 이러한 배터리 성능, 믿기는 힘들죠. 세상이 흉흉해서 믿기 어렵다는 말이 아니라 믿을 수 있게끔 발표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 제원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제조사의 일방적 주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배터리 측정 기준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물론 제조사들에게 물어보면 측정 기준이 있다고들 합니다만, 그 기준을 물어보면 자사만의 측정 기준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들 하지요.


그러다보니 요즘 무슨 발표회만 가면 다시 한번 배터리 측정 기준에 묻고는 합니다. 8월 말에 열린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10-2 발표회에서 배터리에 관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 데, 역시나 자체 측정 기준일 뿐 밝힐 수 있는 측정 기준은 아니라는 답을 들었습니다.(그제 KBS 2TV 다큐 30분에 이와 관련한 장면이 방영되었습니다. ^^; 뭐, 나중에 측정기준 말씀해 준다더니 지금까지 한마디 없는 것을 보면 경황이 없어 까먹고 계신가 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그네들이 비밀로 묻어두겠다는 측정 방법은 고사하고, 과연 내가 쓰려는 용도에서는 얼마나 배터리가 오래 갈까 그게 더 궁금해지더군요. 7시간도 좋고 12시간도 좋은 데,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즐겨도 정말 그런 시간 동안 쓸 수 있을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답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제조사가 발표한 시간대로 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한번 충전 후 전원을 켠 상태에서 가장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용자가 쓰는 어떠한 작업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이용자가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나 즐기는 컨텐츠냐에 따라 프로세서의 작동 상태나 화면 밝기, 하드디스크와 무선 랜의 작동 여부가 달라지지만, 최대 배터리 시간을 뽑기 위해 이같은 설정은 모두 무시되는 게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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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 5시간인지 이야기해주면 안될까?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 테스트(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테스트)를 돌려보면 제조사가 발표한 제원에는 한참 못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최대 배터리로 5시간, 또는 6시간 동안 작동하는 노트북이나 넷북에서 고화질 동영상(720P)을 보면 고작 3시간 안팎의 배터리 시간 밖에 안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삼성 N310과 레노버 S10-2가 이런 케이스의 제품이지요. 노트북이나 넷북을 구성하는 여러 부품 중에서 화면 밝기나 하드디스크의 사용량을 아무리 줄여도 역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은 프로세서와 메인보드인 터라 이를 지속적으로 쓰게 만들면 결국 제조사가 주장하는 배터리 시간은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노트북이나 넷북을 살 때 배터리 시간이 길다고 무조건 좋아할 이유는 아닙니다. 실제와 다르니까요. 그렇다고 무작정 스트레스 테스트한 결과를 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노트북을 계속 무리하게 쓰는 것도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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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을 할 때 4시간이라고 하니 훨씬 현실적이다.


다만 이제는 배터리 시간을 구분해 표기할 때가 된게 아닐까 합니다. 이용자들의 사용성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주로 인터넷 작업을 할 때의 배터리 시간, 또는 동영상을 볼 때의 배터리 시간 정도로만 표시해도 이용자는 좀더 쉽게 배터리 시간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이나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등 이용자가 좀더 명확하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상황에 맞춰서 표현하는 것도 바람직하겠죠. LG가 X120을 출시하면서 동영상 기준 4시간 정도라고 쓴 것처럼 말이죠. 물론 여기에 인터넷을 할 때의 시간도 표시하면 더 좋았을 테지만, 이러한 변화는 분명 긍정적으로 볼만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용자가 쓰는 환경에 맞는 배터리 시간만 표시해도 제품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무덤까지 갖고가려는 비밀스러운 테스트 조건으로 측정한 무리한 배터리 시간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 실제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실망도 클 뿐 아니라 오히려 제품의 하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 솔직하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적당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솔직해지기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9 Comments

  1. 2009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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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아직까지.. 배터리 기술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네요 ㅜㅜ
    언제쯤이면 배터리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을까요?

    •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휴대용기기의 배터리량…

      디자인과 같은 문제로 무작정 늘어난 기술을 도입시키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컴퓨터가 없어지는 그날이 오면… 걱정없이 살 수 있겠죠? ^^

  2. 2009년 9월 11일
    Reply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고맙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3. 2009년 9월 12일
    Reply

    저는 노트북이나 디카를 살때는
    항상 여분으로 배터리 한두개 따로 더 사게 됩니다.
    제품은 단종됐는데, 제품은 아직 쓸만할때
    항상 방전된 배터리 때문에 더 이상 못쓰고 버린 적이 몇번 있어서요..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렇군요. 제품을 단종해도 배터리나 여러 부품은 재고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업체들이 좀 있어서 소비자가 이래저래 손해보는 느낌입니다. ^^

  4.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렇군요~ 실제로 사용하는 시간이 중요한데…뻥튀기 광고만…어쨋던 정말 오래가는 밧데리가 좀 개발됐으면 좋겟네요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뻥튀기는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닌 듯 합니다. 오래가는 배터리도 중요하고 빨리 충전되는 배터리도 중요하고 배터리 관련 기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네요. ^^

  5. 2009년 9월 12일
    Reply

    ㅋㅋ 맞아요. 그냥 켜두고 아무 것도 안 할 때의 배터리 시간은 소비자에겐 필요하지 않죠. 최소한 동영상 몇 시간…웹서핑 몇 시간…. 구분해서 표기할 필요성은 있답니다.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러게요. 제조사 말이 거짓이 아닐지라도 쉽게 와닿지는 않으니까요. 아니면 업계 표준이라도 좀 만들던가 말이죠. ^^

  6. 2009년 9월 12일
    Reply

    RT chitsol님 [BLOG] 노트북 배터리 시간, 사용성 중심으로 표기할 때: 요즘 발표되는 노트북이나 넷북 제원을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성능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고, 배터리 시간 때문입니다. 1년 .. http://bit.ly/x243S

  7.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렇지요
    제조사의 발표시간만 믿으면 낭패난다는 ㅎㅎ
    공감하면서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멋진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제조사 제품을 믿고 사야하는데,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참 아이러니 해요. 휴일 잘 보내세요. ^^

  8. 2009년 9월 12일
    Reply

    한 3~4가지로 사용성에 대한 베터리 시간을 분류 해주면 구매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러게요. 3~4가지가 아니고, 두어 가지라도 쉽게만 표시해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싶네요. ^^

  9. 2009년 9월 12일
    Reply

    노트북 배터리 시간, 사용성 중심으로 표기할 때 라는 포스트가 보인다. 얼마 전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어 트랙백 걸기 위해 기사를 붙여본다. 사실 모든 것이 ‘뻥’인 것 같지만 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같은 배터리 지속 시간 표기 관행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 배터리 지속시간 “표기하자 vs. 힘들다”(기사 원문 보기) “이 노트북은 배터리가 얼마나 가죠?” 노트북의 배터리 지속시간이 중요한 구매 변수..

  10. 2009년 9월 12일
    Reply

    자동차의 연비 표시와 비슷하죠. 연비 측정시 자동차를 최적의 조건으로 만든 상태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개된 연비만큼의 주행거리를 달릴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나저나 보내주신 스피커는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그래도 연비는 공인연비 측정기준이라도 있는데, 이건 그런 것도 없으니 더 골치가 아닌가 싶어요.
      잘 도착했다니 다행입니다. ^^

  11. 2009년 9월 12일
    Reply

    지금도 많이 발전하고있죠… 베터리 저장용량과 기기들의 전력소비 최적화등등…
    발전을해도 소비 시간이 거기서 거기인건 그만큼 베터리가 작게 들어가는 추세인거죠…
    과거 탱크폰들의 베터리 용량과 지금의 베터리 용량을 비교해보세요… 아마 절반도 못미치면서도 동작시간은 배가 될겁니다…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네. 예전에 비하면 배터리 기술은 참 좋아진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소비자들이 배터리 시간을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게 문제라면 문제가 아닐 듯 싶어요~ ^^

  12. chongroung
    2009년 9월 12일
    Reply

    음… 첨으로 댓글을 남기네요..

    그제인가? kbs2tv 30분다큐 라는 프로그램에서 질문하시는걸 봤습니다. 음.. 그 질문을 받자마자 진행하

    시는분이 당황해하더니 급히 그 레노버 사장님이신가 그분이 그건 자기가 본사에다가 알아본뒤 연락을 주

    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아직 연락을 못받앗다고 하니 그말도 믿을게 못되는건지.. 아니면 정말 경황이 없

    을만큼 바빠서 깜박한건지.. 지금 솔직히 노트북을 살까 넷북을 살까 고민하다가 어느정도 노트북으로 굳

    어진상태인데 뭐 모든분들이 그렇기야 하겠지만 저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신경쓰이긴 합니다. 그리구 빨리

    lg전자의 x120처럼 그변화들이 전 업체들의 제품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에구 첨쓰는 댓글이다보니 뭔말인지..ㅡㅡ;;;;

    암튼 앞으로도 자주들리고 종종 남기겠습니다.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아.. 방송 보셨군요. 에구.. 창피해라~ ^^
      기업들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니까 차차 바뀌겠죠.
      그나저나 첫 댓글 고맙습니다. 자주 뵙기를..~

  13. 2009년 9월 12일
    Reply

    절대 공감..아들녀석 노트북 배터리를 새로 구입했는데 얼마 안가서 충전알람이 계속 울리더라구요. 오래간다고 했는데 불량이었는지…시간표기되는 기능이 있었으면 환불받을 수도 있었는데 환불도 교환도 안해주더라구요…

    • 칫솔
      2009년 9월 12일
      Reply

      배터리만 따로 구매하신 모양이군요. 근데 금세 방전된다면, 불량일 수도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 일자로부터 6개월이 지났는지 보시고, 구매처 대신 고객 센터에 직접 항의하는 게 더 나으실 거에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 칫솔
      2009년 9월 15일
      Reply

      고맙습니다. ^^

  14. -ㅅ-;;
    2009년 9월 13일
    Reply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좀 더 사용해야 되는데 배터리가 바닥이면
    화면 밝기를 어둡게해서 연장시키는 눈물 겨운 상황 -_-^

  15. 2009년 9월 14일
    Reply

    스타하면 몇시간
    HD 동영상 몇시간 이렇게 하면 좋겠군요 ㅋㅋ

    아 그럼 카트라이더도 추가? ㅋ

    • 칫솔
      2009년 9월 15일
      Reply

      스타하면 몇 시간… ㅋㅋ 바로 와닿는데요? ^^

  16. 2009년 9월 14일
    Reply

    진짜.. 딱.. 저는..

    동영상 플레이 가능시간으로만..해주면 좋겠어요 ㅋ..

    • 칫솔
      2009년 9월 15일
      Reply

      저도 그 정도만 표기해줘도 좋을 듯 싶더라고요. ^^

    • 칫솔
      2009년 9월 15일
      Reply

      저도 그 정도만 표기해줘도 좋을 듯 싶더라고요. ^^

  17. 2009년 9월 14일
    Reply

    ㅋㅋ 다큐 함 봐야겠는데요? 그냥 속 시원하게 어뎁터 끼고하는게 최곱니다.. 불안해서 영… ㅠㅠ 그래두 폭팔하는 배터리보단 (으잉)

    • 칫솔
      2009년 9월 15일
      Reply

      맞아요. 다만 휴대성을 고려한 어댑터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인 듯 싶어요. ^^

  18. 2009년 9월 14일
    Reply

    얼마 전에 모 교수님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팩트는 신성하고 해석은 자유롭다’

    • 칫솔
      2009년 9월 15일
      Reply

      오.. 명언이십니다. 기억해 둬야 겠네요. ^^

  19. 우유땡
    2009년 9월 16일
    Reply

    제가 생각하는 꿈의 배터리는 3시간도 좋고 4시간도 좋으니 배터리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통 충전 횟수가5000번인가요?) 처음산 그 시간이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1년이 지나면 처음 산 시간보다 반이나 떨어지니… 그다음부턴 무서울 속도로… 30분…20분….10분……

    • 칫솔
      2009년 9월 18일
      Reply

      그러게요. 배터리가 소모품이라지만, 정말 오래가는 것은 만나기도 어려우니 참… 차라리 어댑터를 들고 다니게 해줬음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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