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를 준비하는 외산 제조사에게…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충고
요즘 외산 제조사들의 처지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HTC에 이어 모토롤라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뒤, 국내에 남아 있는 다른 외산 제조사들을 바라보는 눈길 마저 그닥 곱지만은 않게 됐으니까. 애플이라는 건실한 브랜드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소니 모바일이나 RIM에겐 HTC와 모토톨라의 철수를 통해 남게 되는 외산 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에 의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결국 남아 있는, 또는 새롭게 진입할 외산 브랜드는 HTC와 모토롤라가 철수하면서 지저분하게 남긴 것을 치워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남아 있는 외산 업체들이 장사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HTC와 모토롤라의 철수는 빠르게 변하는 국내 LTE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지만, 실상은 지금 국내 시장에 진입할 만큼 여력이 없는 충분치 못한 문제도 있다. 이통사가 주도한 LTE 전환  문제와 더불어 외산 제품에 관대하지 못한 시장 상황과 LTE 대신 국내 시장에 팔 수 있는 제품도 그닥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한마디로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업체들에게 전혀 가망이 없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스스로 의지가 있다면 시장을 만들 기회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기회에는 이용자가 직접 단말기를 사서 원하는 이통사에서 개통하는 단말기 자급제도 있다. 실제 남아 있거나 새롭게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외산 업체들은 단말기 자급제 환경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할 것인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충고
이미지 출처 http://www.단말기자급제.한국
하지만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된 지난 반년 동안 드러난 결과를 보면 마냥 쉬운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자급제에 공급된 단말로 인한 의미의 왜곡으로 이용자 스스로 자급제를 외면하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러한 의미의 왜곡이 결국 단말기 자급제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데 적잖이 영향을 미친 셈인데, 단말기 자급제를 고민하는 제조사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몇 가지 문제를 짚어 본다.


브랜드의 힘


이용자들이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단말기를 직접 구매하지 않는 배경에는 그 제품을 파는 제조사의 브랜드 파워가 있다. 이 브랜드 파워는 단순히 마케팅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쌓아 놓은 신뢰에 기반하는 것이다. 제품의 구매와 환불, 사후 관리(AS), 소비자 대응(CS) 등 이용자와 직접 부딪치는 모든 요소에서 믿고 사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않거나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힘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충고
이미지 출처 http://www.단말기자급제.한국
브랜드가 안정적이라고 해도 무조건 자급제 단말을 사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품 자체가 이용자가 기꺼이 그 가치를 사고 싶을 만큼 매력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브랜드가 좋아도 이용자가 원하는 성능과 기능, 디자인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면 그 제품이 팔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금 자급제가 왜곡된 이유도 제 값을 받는 갤럭시 S3를 파는 게 아니라 그저 낮은 가격과 제원의 제품만 팔기 때문이다.


가격의 힘


가격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사고 싶은 제품이라도 가격 부담이 크면 일단 한 번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파는 제품은 지금 인기있는 타사 단말기와 거의 같은 제원이니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브랜드 파워가 약한 제조사의 제품, 인지가 덜 된 제품을 80~90만 원에 사려고 하지 않는다. 가격을 현실적인 눈높이로 낮춰라. 그것이 유일한 답이다.


할부 제도의 힘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격이라도 그것을 살 때의 부담을 어떻게 줄이냐는 점이다. 이통사를 통해서 구매할 때의 이점은 장기간 약정 할인 뿐만 아니라 할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급제는 약정 할인은 불가능하므로 장기 할부 제도를 통해 그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그러려면 금융 비용이 부담된다. 이것도 자급제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리스나 카드 제휴(단말기 대금+이통 요금을 납부하는 경우 할인) 같은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독립 의지의 힘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충고
이미지 출처 http://www.단말기자급제.한국
사실 외산 제조사들의 어려움은 현재 이통사가 자기들의 단말을 취급해 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지만, 언젠가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이 나오면 이통사와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업적인 부문에서 당연히 손을 잡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이통사가 아니라 이통사 없이 본인들의 의지로 제품을 팔 수 있느냐다. 자급제 사업은 철저히 이용자의 입장에서 해야 하라는 것이다. 이용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이통사를 견제하는 차원, 또는 눈치를 보며 가격을 포함한 판매 정책을 세우는 것은 스스로 구멍을 파는 일이다. 이통사를 긴장시킬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힘을 기르지 못하면 훗날 이통사와 다시 일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제조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통사로부터 독립 의지가 있느냐다.


자급제 제조사들에게 보내는 충고


그래. 내일이면 아이폰5가 자급제로 풀린다. 비쌀 것이다. 아니 출고가만 봐도 비싸다. 소문에는 출고가보다 더 비쌀 거라는 말도 돈다. 어쨌거나 선뜻 현찰을 다 내주고 사기는 힘든 가격이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산다. 왜냐하면 애플 아이폰5니까. 그 브랜드, 제품이 주는 가치를 사람들이 인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폰처럼 도전하겠다고 설레발치는 제조사들도 분명 나타날 것이다. 지금도 눈에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잘 팔았으니까 우리나라에서도 먹힐 거라 믿고 벌써 IT 매체들을 통해 슬금슬금 간을 보고 있다. 그러지 마라. 브랜드는 알랑말랑한 데 제품력도 별로인 제품으로 시장을 뚫어보겠다는 욕심부터 버려라. 한국이라는 시장,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진심으로 충고한다. 제대로 만들어서 와라. 한국 시장을 테스트해보시겠다? 지금 나오는 좋은 제품을 써도 호갱님 소리 듣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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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 Comments

  1. 2012년 12월 13일
    Reply

    무엇보다 국내 시장은 AS가 어설프면 오래 장사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HTC도 거기서 불만이 가장 많았던거 같습니다.

    • 칫솔
      2012년 12월 20일
      Reply

      사후 관리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 장사하기 힘들긴 하죠. 브랜드 파워하고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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