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불리는 일 그만하려는 플레이스테이션 패밀리

며칠 전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감사보고서가 몇몇 블로거들을 통해 공개된 일이 있었다. 아돌군님의 ‘SCEK 적자로 전환'(http://adoru0083.egloos.com/3559886) 이나 아젤론님의 ‘SCEK가 갓오브워2에 집착(?)하는 이유 – 수정(2)'(http://u2cap.egloos.com/3560266) 를 따라가면 해당 보고서를 읽을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사실 당기 감사 보고서가 나왔을 때 전후 사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터라 글을 쓸 수 없었다. 당기 감사 보고서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작성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재무제표에 쓰인 깨알같은 숫자는 이해가 어려웠던 터였다. 결국 감사 결과에 대한 소견에서 밝힌 ‘계속 기업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내용만 갖고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잘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를 수 있어 이에 대해 확인이 될 때까지 잠시 글을 미뤄 두었다.

해당 감사 보고서의 결론은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작성된 것으로, 이미 부채가 총자산을 초과했지만 경영 개선 계획에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으로서 존속 여부를 알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경영 개선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회사는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면 최악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렇게 결론을 내린 것은 감사 책임자의 입장에서 성실히 그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고, 제무재표에 따라 타당하게 내린 결론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이후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됐느냐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감사 결과에서 지적한 경영 개선 노력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말이다. 때문에 몇 달 지난 감사 결과를 지금 시점에서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꽤 곤란한 부분이다. 특히 SCEK가 독특한 형태의 기업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SCEK는 소니 본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이번 감사의 당사자는 SCEK지만, 그 후속 조치는 소니 본사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 결과에서 SCEK는 총자산보다 무려 129억8천7백만 원이나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고 했다. 자본금은 이미 다 잠식된 상황이므로 정상적이라면 이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감사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 소니는 SCEK에 현금을 지원해 그 부채를 모두 상환했다고 한다. 존속기업의 불확실성의 최대 요인이었던 부채 문제를 맨 먼저 해결함으로써 일단 많은 이들이 우려하던 기업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 본사가 SCEK에 자금 지원을 한 것은 6월 공시 이전인 지난 4월로 보이는데, 부채 상환 이후 지난 몇 달 동안 SCEK가 적은 금액이기는 해도 지속적인 흑자를 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3를 출시한 뒤 SCEK의 적자 폭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므로 어쩌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면에는 SCEK가 더 이상 적자 경영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조금이나마 결실을 맺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해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선데다 불필요한 발생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왔지만, 어떤 게임기든 적자를 보고 100대를 파는 것보다 1대를 팔아도 이익을 남기는 쪽으로 비즈니스 방향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기업이 적자 경영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기 산업에서는 그 특성상 적자 경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묵인되어 왔다. 손해를 보더라도 하드웨어를 수요를 늘려서 더 많은 타이틀을 보급해 수익을 얻는 기본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게임기가 출시되는 초기에는 적자 경영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지금 SCEK는 플레이스테이션3 출시 이후 물량 공세를 하지 않고 있다. 종전 플레이스테이션 2나 PSP가 출시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플레이스테이션3 출시는 정말 조용하다. 출시 행사와 몇몇 이벤트를 제외하고, TV 광고도 없고 특별한 마케팅 이벤트도 거의 안하고 있으며 홈쇼핑이나 할인 마트에서 플레이스테이션3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사실 SCE 자체에서 이러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3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상황임에도 매스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는 SCEK에 그만한 금전적 여력이 없기도 하지만 일반 이용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3를 쉽게 살 수 없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소비자의 접근이 쉽고 빠른 전국 대형 할인 마트에 플레이스테이션3를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50만 원짜리 비싼 게임기를 선뜻 살만한 이들이 없다고 보고 있는데다 매장 운영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에서는 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계산을 하고 있다. 결국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제품 자체를 이해하는 층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많은 돈이 들이는 것은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가 아닌 손해만 늘리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상황에 맞지 않은 지출 비용을 아껴 손실을 줄이면서 대신 서서히 수요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한 수요에 맞는 적정 수량만을 공급해 재고와 물류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물량을 대량으로 시장에 뿌리는 ‘밀어내기’ 같은 비정상적 유통 수법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근절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정상 소비자 가격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인위적 밀어내기에 따른 자금 회수를 지연시킴으로써 SCEK에는 회수가 늦어지거나 불가능한 악성 채권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 것에 따른 조치인 셈이다. 올해 초 소니 코리아 차원에서 각 총판에 이에 대한 교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아직 유통 과정 내에서 벌어지는 밀어내기 만큼은 현실적으로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비율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SCEK는 여전히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다만 이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 내의 문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과 유통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포함하고 있다. 종전에는 몸집만 불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군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작은 조직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현실과 떨어진 쓸데 없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유통 과정의 질서를 바로 잡아 손해 비용을 없애 전반적으로 기업의 재무 구조를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수정된 SCEK의 방향이다. 매출 1천억이라도 이익이 없는 것보다는 100억이라도 이익이 남는 쪽으로 가기 위한 전략으로 수정한 것이다. 그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는 당장 평가할 수는 없다. 단지 내년도 감사보고서에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SCEK의 전략 수정이 옳았음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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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4 Comments

  1. 모스
    2007년 7월 11일
    Reply

    그래도 게임기는 많이 팔아야 장사가 되는 거 아닌가요?
    타이틀이 많아지려면 게임기 보급 대수가 관건일텐데요?
    Wii로 게임을 내놓는 이유는 그게 아닐런지요

    • 2007년 7월 12일
      Reply

      많이 팔더라도 소비자가 당장 타이틀을 살 것이 아니면 보급하는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지금은 손해의 범위를 줄이려는 이유가 더 큰 것 같습니다.

  2. 2007년 7월 13일
    Reply

    역시 돈돈..
    저는 돈 얘기가 너무도 싫어요..;;킁
    아직 순수한건가..;;ㅎㅎ”

    SCEK의 적자가 많다는 소리는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저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그걸 또 소니 본사에서 해결했다니, 그건 또..;;

    PS3로 인해서 말도 많고 일도 많네요..
    분명 좋은 기기임은 틀림없는데, 시대를 너무 앞서간건지..
    (출시는 계획보다 한참은 늦어졌던 거 같은데..;;;; )

    아,, 댓글이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이러네요..;;;;킁

    • 2007년 7월 14일
      Reply

      내가 보기엔 까만거북이님 아직 순수함! ㅎㅎ

      기능은 시대를 조금 앞섰는데 가격은 시대에 따라주지 못한 케이스일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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