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동상이몽

두어달 전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는 게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데이터 선택 요금제지만, 음성과 문자에 대한 부담 없이 데이터 용량에 따라 요금이 바뀌도록 만들다 보니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데이터 요금제를 바라보는 이용자의 눈길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긴 어렵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용자는 두달여 만에 벌써 300만 명이 넘어 섰음에도 오히려 데이터 요금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처럼 이통사와 이용자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통사의 생각 : 데이터만 선택하는 쉬운 서비스 아닌가요?

점점 수익이 줄고 있는 음성과 문자 서비스를 벗어나 데이터를 새 수익원으로 돌려야 하는 것은 이동통신사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중심으로 수익원을 전환하는 결정이 결코 이용자들에게 나쁠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게다. 지금까지 이용자를 혼란케 만들었던 수많은 조건의 요금제를 아주 단순하고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비록 기본료는 조금 오르긴 했으나 음성과 문자를 이용자가 원하는 만큼 쓰더라도 추가 요금은 받지 않는 대신 이용자가 한달 동안 쓸 데이터 양만큼만 추가 요금을 받도록 설계해 이용자에게도 쉽게 이해되는 요금제라고 볼 수 있어서다. 또한 그 동안 제한적인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의 허용량도 풀었다. 까다로운 조건을 없앤 만큼 분명 데이터만 고르는 선택 요금제는 이용자의 고민을 크게 덜어줄 것처럼 보이긴 한다.

여기에 이통사마다 제각각이나 모두 소비된 데이터를 보충하기 위한 정책도 내놨다. KT는 전월의 남은 데이터 이용량을 이월하고, 다음 달 데이터를 당겨쓰도록 했다. SKT는 데이터를 다 소비한 이후 이를 충전할 수 있는 쿠폰을 서비스 이용 기간에 따라 지급하고, LG U+는 이용자가 선택한 데이터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얹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본 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이후 데이터를 보충하는 방법이 다르긴 해도 제법 유연한 보완 정책도 내놨다.

일단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첫 출발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이통사 3사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수는 5월 기준으로 3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달 여만에 데이터 선택 요금제로 가입자가 이동한 것은 제법 의미를 둘만한 숫자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요금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일까?

이용자의 생각 : 데이터를 더 싸게 주는 것도 아닌데요?

데이터 선택 요금제가 데이터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이 요금제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생각은 매우 다르다. 물론 3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이 요금제를 선택했다지만, 그 중 상당수는 데이터보다 음성과 문자를 많이 이용하는 고객으로 정작 데이터를 많이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이 요금제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데이터 소비가 많은 이용자들이 이 요금제를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는 별게 아니다. 원래 음성과 문자를 잘 쓰지 않으므로 이들에게 두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풀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성 통화는 거의 없는 데다 문자는 이미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어차피 피부에 닿지 않는다. 더구나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부가세 포함 3만 원대에 시작하는 데도 데이터는 고작 300MB 안팎에 불과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는 이용자의 입맛에 맞는 요금제는 애초에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 요금제는 장기 약정에 따른 할인도 없다. 더 비싼 요금제로 갈수록 데이터 용량은 비슷한데 할인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오히려 이 요금제가 더 비싸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기본료 수준에서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쓰는 이들에게나 유리하지 정작 데이터 이용자들에게 유리한 구석을 거의 찾기 힘든 것이다.

차라리 이용자들은 음성, 문자는 그냥 돈을 받아도 상관 없으니 더 많은 데이터를 주는 좀더 싼 요금제를 원한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여기는 요금제라면 기본료를 데이터 용량 기준으로 먼저 잡는 게 바람직함에도, 마치 이용자에게 선심 쓰듯 데이터 허용량을 얹어주는 이통사 정책에 염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틀을 깨야 나올 수 있는 진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처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둘러싼 이통사와 이용자의 생각은 절대 맞붙을 수 없는 자석의 양극 같다. 이통사는 수익의 관점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반면, 이용자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세운 더 값싸고 많은 용량의 데이터 요금제를 원하기 입장만 비교해도 그 간격은 꽤 멀어 보인다.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으로 통신 요금을 바라보는 두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수익성 강화를 위해 멤버십 혜택을 줄여가는 이통사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며 더욱 더 차가운 마음으로 이통사를 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용자의 마음을 계속 얼어붙게 만들지 않으려면 미래의 이동통신 경쟁력 확보라는 논리로만 요금을 접근하지 말고 정말 이용자를 위한 혜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스프린트, T 모바일이 구글과 손잡고 한 일은 무선 랜을 정식 네트워크로 인정하고 끊어짐 없이 이종망간 데이터 통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의 보급이었다. 구글이 망을 임대해 통신사업을 하는 가상이통사업자(MVNO)가 된 것은 두 이통사가 망을 내어준 때문이라는 뉴스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두 이통사는 무선 랜을 망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더 많은 무선 데이터 망의 확보와 분산, 연결을 통해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통신 품질을 올리고 망의 소비를 더 확대해 데이터를 쓰는 이용자를 확보하는 또 다른 전략을 펼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쓰는 이용자의 부담을 덜면서 이통사의 망 환경을 확대하는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고착된 우리 이통 환경에서 굳이 미국에서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시도할 이유가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만연한 이통사들이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찬사가 아니라 이용자의 손가락질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무선 네트워크를 갖췄다 자랑하는 우리지만,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는 힘들다. 통신 서비스의 책무를 가진 이동통신사가 이용자들에게 그저 이익만 추구하는 사기업으로써 가계 통신비의 부담을 지우는 원흉이라는 인식을 지금이라도 줄이려면 이용자 중심적인 요금제를 따로 설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틀을 깨지 않는 한 그런 환경은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처럼 생각의 틀을 벗어난 사업 전략과 시설을 구축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TV에서 멋진 이통사의 이미지 광고를 내보낸들 이용자들의 영혼은 끝내 이통사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덧붙임 #

이 글은 한달 전 스마트초이스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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