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로 내 몸을 읽는 디지털 피트니스의 오늘

올 초 아주 흥미로운 주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패스트 컴퍼니라는 기술 전문 인터넷 매체에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를 꼽은 것이죠.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통적인 테크 기업을 놔두고 나이키를 고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스포츠 브랜드지만, 테크 기업 못지 않은 혁신적인 변화를 반영한 제품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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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퓨얼밴드


150달러 짜리 나이키 퓨얼 밴드는 그리 복잡한 기기는 아닙니다. 팔목에 차고 있기만 하면 이용자의 움직임을 읽어서 목표로 했던 만큼 움직였는지, 활동 부족인지 알려줍니다. 칼로리 소모량이나 매일 움직인 정도를 인터넷을 통해 분석하고 이에 따른 포인트를 부여, 소셜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경쟁합니다. 행동 추적이나 소셜 공유 등 기능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 기술 면에서 나이키는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데 과거의 스포츠 브랜드 회사라고 믿기지 않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사실 나이키의 디지털 피트니스 장치는 퓨얼 밴드가 처음은 아니에요. 그보다 앞서 나이키+도 있었습니다. 신발 깔창 아래에 넣는 작은 동글을 통해 운동량을 측정했던 장치였습니다. 정확하게는 깔창 아래 나이크+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아이팟이나 아이폰에 저장했고 이용자의 운동량을 분석했던 것이지요. 이처럼 이용자가 움직일 때 생성되는 디지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서 능력을 키운 덕분에 퓨얼 밴드 역시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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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빗 포스

이러한 나이키의 움직임에 자극 받은 회사들이 많습니다. 조본(Jawbone)이나 핏빗(Fitbit)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나이키 퓨얼 밴드와 비슷한 제품을 내놨거든요. 조본 업이나 핏빗 플렉스/포스 등은 그냥 24시간 중에 이용자가 움직이는 시간 동안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그 상태의 데이터까지 모읍니다. 심지어 먹은 음식에 따른 칼로리 축적과 그에 따른 소모도 계산하지요. 음식물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이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이 팔목에 감긴 작은 장치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스마트폰에 깔린 앱과 인터넷의 분석 도구를 활용해 이용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측정해 주는 것이지요.


얼마 전 나이키와 다른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자인 아이다스 역시 디지털 피트니스 제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팔목에 차는 장치이긴 하지만 나이키와 다른 접근이었는데요. 아디다스는 좀더 많은 기능을 담은 시계형 스마트 장치를 내놨습니다. 다른 장치가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쓰는 앱세서리인데 반해 아디다스의 스마트런(smart run)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GPS가 있어서 속도와 경로를 추적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지만, 광학 심박수 센서로 손목 혈관의 맥박으로 심박수를 재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초 정보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모아진 데이터는 무선 랜을 통해 마이코치닷컴(miCoach.com)으로 전송, 그곳에서 훈련 계획을 짜고 훈련의 진척도를 추적하며, 그에 따라 실시간으로 지도를 하거나 조언 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격이 매우 비싸고 배터리가 짧은 게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많은 데이터를 통해 좀더 정교한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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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스마트런
이처럼 이제 이용자가 움직일 때 만들어지는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체력 또는 몸상태를 관리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과거에는 좀더 무거운 건강 관리(Health Care) 차원에서 심박계나 혈당 측정기 같은 특수한 장치가 동원되어야 했지만, 이제는 손목에 차는 가벼운 장치 하나만 갖고도 일상적인 체력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스마트폰도 이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관련 기능이 더 강화될 예정인데요. 안드로이드 4.4 킷캣에는 이용자의 발걸음을 인식하고 그 수를 세는 센서를 다룰 수 있는 기능을 포함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용자는 어렵지 않게 체력 관리를 하게 될 겁니다. 물론 기계적인 관리에 대한 거부감과 기술적 오차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것은 숙제지만, 그렇더라도 이 자료를 참고해야 할 때가 많죠. 잘 걷고, 잘 먹고, 잘 자는 것 같은 그 습관만 잘 지켜도 좋다지만, 실제로 사회 생활을 하는 이들은 그러한 규칙에서 벗어나기 쉽기 때문에 그 의지를 잡아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이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런에 이런 일상적인 체력 관리에서 벗어나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려 할 땐 또 다른 방향성이 있습니다. 이는 장치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와 별개로 이용자가 운동할 때 필요한 것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사람들은 디지털 체력 관리 장치들의 어떤 기능이 중요하게 여길까요? 얼마 전 시장조사기관인 NPD 그룹에서 미국 사람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진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1순위는 운동과 연동해 쓸 수 있는 아이팟이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MP3 장치를 꼽았더군요. 운동을 할 때 음악이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지요. 운동할 때 음악이 없으면 정말 심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더 힘을 낸다고 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장치가 머지 않아 또 나올 것입니다. 그렇게 생산된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모이고 분석되겠지요. 그 데이터는 이용자만 볼 수 있겠지만, 시스템들은 수많은 이들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길과 더 나은 또는 효과적인 체력 관리의 방법을 이용자에게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움직이는 데이터 만으로 체력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세상, 무서운 세상일까요? 이로운 세상일까요? ^^

덧붙임 #

이 글은 LG CNS 블로그에 기고한 글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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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 Comments

  1. 2013년 11월 18일
    Reply

    손목 등에 착용해야 하는 헬스 기기의 특성상 한번에 많은 걸 하려다 보면 오히려 실패하는 듯 합니다. 나이키 퓨얼밴드도 기본에 충실한,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성공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애플의 Minimalism이 연상되는 나이키의 퓨얼밴드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칫솔
      2013년 11월 23일
      Reply

      말씀처럼 작은 장치에서 너무 많은 것을 하다보면 원래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또한 이용자가 그런 것을 원하기도 하니 잘 절충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고맙습니다. 휴일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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