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테크 월드, 변신 위한 어려운 여정의 시작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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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의 독자들이 기대하는 오늘 아침의 빅뉴스는 구글의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글이 없는 이곳 중국에서 오늘자 빅뉴스를 만든 것은 십중팔구 레노버일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레노버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관심 거리는 아닐 게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있을 테고, 인텔도 나올 테고 바이두까지 양념을 더했을 테니 말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알만한 세계적 테크 기업 CEO가 한 자리에 모였으니 결코 가벼이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떠들썩했던 행사 이름은 ‘레노버 테크 월드'(#LenovoTechWorld). 2015년 5월 28일 첫 테이프를 끊은 레노버의 첫 글로벌 행사다. 이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의외로 여길 지 몰라도 틀림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세계를 상대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기업을 인수해 온 레노버 만의 대규모 행사가 없었던 것은 확실히 의외성을 지니지만, 어쨌거나 첫 글로벌 행사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우려의 근거들은 대부분 첫 행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숙함에 의한 혼란들이다.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 인근의 CNCC(China National Convention Centre)에서 열린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발길을 옮긴 중국 내 레노버 팬과 세계의 미디어만 무려 3500여명. 아무리 행사의 신이라고 해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단 한번의 시도에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처리하긴 다소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매끄럽지 않은 진행의 불편함은 있었을 지라도 큰 사건 사고 없이 첫 행사를 마친 것 만큼은 다행으로 여겨도 이상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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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경험에 의한 작은 우려를 너그럽게 넘겨야 하는 이유는 레노버 테크 월드가 분명 더 큰 기대를 찾아볼 수 있는 행사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장면은 시작부터 나타났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의 유창한 중국어 기조 연설을 전부 알아듣진 못하는 답답함은 우리나라 연예계 소식에서 종종 마주치는 중국 여배우 판빙빙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비록 그녀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과 움직임 만으로 레노버 스마트폰 ‘바이브샷’의 기능을 이해했고, 이용자가 원하는 스마트폰의 케이스와 재질을 결정하는 모토 메이커의 중국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중요한 뉴스도 다 이해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판빙빙 소식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일 게다.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떠나올 때만 해도 제품 관련 소식은 거의 없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어제 트위터의 #LenovoTechoWorld라는 해시 태그의 대부분을 장식한 것은 레노버의 미래 컨셉 제품과 관련 있는 것들로 채워졌다. 당장 출시되진 않아도 혁신이란 단어를 품기엔 충분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장치를 보여준 것이다. 가장 큰 관심 대상은 ‘스마트 캐스트’ 스마트폰과 ‘매직 뷰’ 스마트 워치. 스마트 캐스트는 피코 프로젝터를 내장한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단순히 화면을 더 크게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 출신 유명 피아니스트 ‘양양’이 스마트 캐스트 폰을 세운 채 바닥에 건반을 띄운 다음 간단한 피아노 연주를 보여주는 장면 이후에야 비로소 설명을 생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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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뷰 스마트워치는 시계 화면과 또 다른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를 넣은 듀얼 화면의 스마트워치다. 표시 공간이 정해진 시계 화면과 다르게 피코 프로젝터의 디스플레이는 더 넓은 화면에 많은 정보를 표시한다. 하지만 이 정도 설명으로는 두 제품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두 제품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좀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행사에서 선보인 레노버의 웨어러블 신발(Wearable Shoe)에 대한 평가가 좋은 쪽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효용 가치에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 아마 레노버의 또 다른 고민일 것이다.

그런데 원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들 제품보다 대체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와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야 나델라 CEO가 레노버의 첫 글로벌 행사를 위해 중국까지 왜 날아오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레노버가 세계 1위 PC 기업이라고 해도 두 CEO가 동시에 날아와 이곳에서 양 위안칭 회장과 나란히 셀카까지 찍는 보기 드문 사건의 주인공이 될 줄은 대부분이 몰랐으니 말이다. 물론 표면 아래의 짐작되는 배경에는 레노버의 첫 글로벌 행사가 지금 IT로 뜨겁게 타오르는 중국에서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자리잡고 있지만, 어쨌든 표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인텔은 리얼 센스 카메라 기술을 내장한 노트북을 출시하는 첫 파트너라는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의 코타나를 적극 활용하는 레노버의 리치잇 서비스와 접목한다는 이유로 이곳 무대에 두 CEO를 올렸다. 표면적인 이유도, 표면 아래의 이유도 모두 중요한 내용인 것은 틀림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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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에게 가장 큰 흥미거리를 던져 준 것은 바이두 CEO 리엔훙의 실시간 번역/통역기 시연이었다. NBA 콜로라도 로키스 출신 쉐인 베티에가 레노버 서버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비 브라이언트의 움직임을 샅샅히 파헤친 재미있는 경험을 공유했음에도 레노버 서버와 바이두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한글 번역과 통역 서비스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시연하는 것 만큼 재밌었던 것은 아니다. 구글 번역기처럼 번역 앱을 띄우고 어려운 한국어 메뉴를 비추자 중국어로 바뀌어 표시된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애석하게도 바이두가 신경 쓴 실시간 통역 시연은 실패로 끝났다. 리엔훙 CEO의 중국어 질문은 크게 문제되지 않아 번역기가 한국어로 잘 번역한 반면, “이 집에서 유명한 음식은 삼겹살이에요”라고 말한 도우미의 발음 가운데 ‘유명’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탓에 시스템도 계속 못알아듣겠다고 투정을 부린 것이다. 아무튼 이런 실수에도 그 무대는 잘 마무리했다.

조금 어수선한 진행이 아쉽긴 해도 첫 레노버 테크월드의 키노트는 흥미로운 컨셉트 제품과 테크 업체와 기술 제휴, 그리고 중국내 소비자가 관심을 보일 정책까지 무난하게 꺼내보인 자리라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이 행사를 쭈욱 지켜보면서 레노버에 대한 종전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꾸는 계기가 된 부분이 몇몇 있다. 비록 행사는 중국에서 했어도 서구 기업의 이미지가 좀더 강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서양식 행사를 본따 진행한 것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데다 미디어 앞에 나서는 그들의 태도는 동양적 기업과는 여러 모로 달랐던 것이다. 이렇게 인식을 조금 바꾼 것만으로도 이 행사의 목적은 절반을 달성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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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로벌 행사에서 내보낼 만한 전략적 메시지들이 산만하게 전달된 점이나 키노트에서 공개된 PC 제품들을 거의 볼 수 없던 점 등은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 행사를 개최한 진짜 이유에 대해 레노버 양 위안칭 회장은 “그동안 레노버가 중국 PC 제조사라는 틀을 벗고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한 단계 이상의 브랜드 도약을 위한 것”이라 말했지만, 좀더 많은 세계의 미디어가 공감하는 글로벌 전략을 좀더 일관성있게 꺼내 보이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이 글에서 크게 다루지 않은 센치와 같은 IoT 플랫폼을 포함해 레노버가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라 클라우드에서 소비자 제품까지 엔드 투 엔드를 실현하는 잘 짜여진 플랫폼 시나리오를 말했다면 어제까지 알고 있던 레노버에 대한 생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었을 테니까. 올해의 행사는 어제 끝났지만, 레노버는 이 행사를 꾸준히 열 계획이다.

덧붙임 #

프로젝션 스마트폰인 스마트 캐스트와 듀얼 스크린 스마트워치인 매직 뷰 스마트워치는 한국으로 돌아가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물론 어떤 제품인지는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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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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