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의 품격 있는 동반자, 싱크패드 X300

사용자 삽입 이미지노트북 특징보다 값을 먼저 말할 때가 가끔 있다. 지금처럼. 노트북 구매 상식 중 잊어서는 안될 한 가지는 가벼우면서 성능이 좋을수록 주머니는 두둑해야 한다는 것. 허나 정도껏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도 쉽게 탐할 수 없는 노트북이 나올라 치면 괜시리 밉살스럽다. 허나 자그만치 300만 원이 넘는 노트북을 보면 밉살스럽기는 커녕 금칠을 했는지, 커다란 보석을 박았는지 궁금해 스을~쩍 눈길 한 번 던져보기 마련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싱크패드 X300은 그런 호기심 어린 눈길을 오래 잡아두지는 않는다. 300만원이 넘는 노트북치고는 참 너무 정직한 생김새다. 엇비슷한 300만 원짜리 맥북 에어가 서류봉투에 들어가네 마네 하면서 빼어난 몸매로 확 눈길을 끄는 것과는 정 반대다. 네모 반듯한 틀과 무광택 검정에 우레탄 재질은 ‘시커먼스’ 혈통의 싱크패드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 받은, 그러나 이것이 최신형, 최상위 계보에 자리잡은 꽤 높은 가치를 주는 노트북이라는 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먹튀가 필요 없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품격을 지키는 노트북의 조건은 제대로 만족시킨다. 캐주얼 하지 않은 답답한 스타일이라 볼지는 몰라도 보수적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좋아할만한 면이 너무나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싱크패드의 진가를 파악하는 데 며칠은 걸린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 스타일 탓에 분석과 평가에 애를 먹인다. 다만 그 며칠의 분석이 끝나면 누구나 X300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300만 원? 확 질러 버려?” 같은 마음의 울림이 커지는 것을 보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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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크기 33.8cm(13.3인치)의 화면을 가진, 여기에 광학 드라이브까지 쑤셔박은 노트북의 무게와 두께치고는 정말 얇고 가볍다. 배터리 포함 1.79kg. 광학 드라이브를 빼고 웨이트 세이버를 끼우면 맥북 에어에 30g 더 무거운 가벼운 1.33kg이다. 광학 드라이브를 가진 33.8cm 노트북 중 가장 가볍다는 그 타이틀은 허투루 단 게 아니다. 서류 봉투를 드나드는 에어만큼은 아니지만 손톱 두 개를 나란히 놓은 23.9mm의 두께 덕분에 서류 가방 정도면 무난히 들고 다닐 만하다.


전원 버튼을 눌렀는데도 잠잠하다. 왠지 싶었는데, 늘 귀에 익은 달그락 대는 하드디스크 잡음이 안들린다. 하드디스크를 대신한 64GB SSD의 보이지 않는 장점이 여기서 발휘된다. 광학 드라이브를 찾는 소리가 잠깐 정적을 깨고 나면 다시 조용하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윈도 시작까지 1분쯤 걸리만 그 1분 뒤에는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윈도 시작 이후에도 프로그램 읽느라 용쓰는 노트북들과 비교할 게 아니다.


아시다시피 CPU 클럭은 빠르지 않다. 코어 2 듀오이기는 해도 클럭이 겨우 1.2GHz(SL7100)이다. 산타 요네즈라 부르는 산타로사의 60% 정도 크기 밖에 안되는 프로세서 패키지를 넣은 것은 메인보드의 부피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느린 CPU라 시스템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게 보통이지만 전체 시스템은 전혀 느리게 여겨지지 않는다. 비록 CPU 성능은 낮아도 전체 시스템 점수는 더 빠른 CPU를 넣은 것들과 맞먹는다. 단 1초의 머뭇거림 없이 뜨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느린 CPU가 주는 썩 유쾌하지 않은 상상들은 금세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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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7mm의 광학 드라이브
33.8cm의 화면이지만 해상도가 좀 높다. 1,440×900. 글자는 촘촘해지지만 작업 공간은 그만큼 넓어진다. 문제라면 시야각. 좋게 말하면 정말 홀로 작업하기 좋은 시야각이고 옆사람이 볼 때 잘 안보인다고 불평하기 쉬운 시야각이다. 뭐 보안이 생명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옆사람이 훔쳐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나쁘진 않아 보이는데, 역시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이어야 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화면 아래쪽 틀이 조금 들떠 있는 것도 걸린다.


X300은 오래 작업해도 편안함을 느낀다. 그럴 수밖에. 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장시간 노트북에 손을 대고 일할 때 저온 화상-뜨끈한 온도에서 장시간 작업할 때 생기는 화상-에 대한 걱정을 던다는 장점이 있다. 저온 화상을 입지 않는 건 둘째치고 그냥 노트북에 내는 열 때문에 내가 받는 열로 인한 짜증 자체가 싸그리 사라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X300이 참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완벽한 물건이라 말하기는 이르다. 절전모드에서 나지 않던 팬소음이 최대 성능에서는 미친 듯이 시끄럽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CPU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내지 않도록 설정하면 그만이다. 802.11n 무선 랜 어댑터가 보안이 적용된 무선 공유기로부터 IP를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해결방법은 보안을 풀면 된다. 젠장. 포인트 디바이스와 터치 패드가 모두 달려 있어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정밀하게 커서를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위아래에 모두 있는 두세 개의 버튼을 잘못 누를 때마다 왜 둘 다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기본 3셀 배터리 성능은 생각보다 짧다. 2시간 조금 넘는다. 어딘가 세팅이 잘못됐겠지 생각했지만 절전 모드에서 그 정도다. 6셀은 써야 할 듯. 손받침 부분(팜레스트)에 얼룩이 잘지고 오래 쓰면 달아버린 흔적이 남을 듯 하다. 좀더 도장 처리를 잘해야 할 듯. 초소형 전등은 의외로 쓸만하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문서를 정리할 때.


지문 센서에 손가락 하나만 문지르면 윈도나 여러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TPM으로 하드디스크를 잠글 수도 있고, 싱크밴티지를 이용해 데이터 백업과 보안 설정을 편하게 하는 등 싱크패드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건 입 아프고 보는 이도 지겹다. 그래도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 롤케이지 디자인이라 뒤틀림 없고 웬만한 충격에 내부 부품의 파손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숨어 있는 X300의 기술이다. 이 모든 걸 조합한 X300은 기술적 철학이 모자란 단순 조립품과 비교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닌, 품격있는 비즈니스의 훌륭한 보조자가 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 비즈니스
CPU 코어 2 듀오 SL7100 1.2GHz
화면  33.8cm(13.3인치) 1,440×900
2GB(667MHz 듀얼 채널)
저장 장치 64GB SSD
광학 드라이브 두께 7mm의 기록 가능한 DVD 드라이브
네트워크 802.11a/b/g/n(최대 100Mbps) 무선 랜, 블루투스 2.0+EDR, 기가비트 랜
단자 USB 3개, 모니터 출력, 오디오 입출력, 켄싱턴 락
문의 한국 레노버 http://www.lenovo.com/kr/ko/
덧붙임 #

1. 위 자판의 한글 키보드가 새겨져 있지 않은 이유는 리뷰용 X300 샘플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 레노버 홈페이지에는 X300의 운영체제가 윈도 비스타가 아닌 XP로 명시돼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4 Comments

  1. 2008년 4월 15일
    Reply

    배터리가 3셀밖에 안되는군요.
    확실히 맥북에어처럼 떙기는 노트북인 것 같습니다 🙂

    • 2008년 4월 15일
      Reply

      에어는 첫 맛은 달콤한데 뒷맛이 개운치 않아서.. 이것과는 정반대인 듯 싶어요. ^^

  2. 2008년 4월 15일
    Reply

    정말 사고픈 랩탑이에요ㅠ

    • 2008년 4월 15일
      Reply

      저도 2주 정도 써보고 뽐뿌받는 중입니다. 아… ㅜ.ㅜ

  3. 2008년 4월 15일
    Reply

    음!!
    앞으로 칫솔님 블로그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놔야겠습니다.
    단점을 많이 지적해주세요 좀!!

    • 2008년 4월 15일
      Reply

      그렇다고 유해사이트까지야… 저도 뽐뿌받고 있다니깐요~

  4. 2008년 4월 15일
    Reply

    단점은 제가 압니다.! 장난 아니게 비싸다.. ㅎㅎㅎㅎㅎㅎㅎ 넋 나간 1인~ ㅠ,.ㅠ

    • 2008년 4월 15일
      Reply

      빙고~ 장난 아니게 비싼데 왜 이리 사고 싶은지… 입사 조건으로 이거나 사달라고 할까요? ^^

    • 2008년 4월 15일
      Reply

      레노버측에 문의하삼. ㅋㅋ

    • 문백
      2008년 4월 15일
      Reply

      제가 죽일 놈입니다…ㅠ.ㅠ

  5. 2008년 4월 15일
    Reply

    유해 사이트 한표 추가입니다. ^^;

    • 2008년 4월 15일
      Reply

      정말 왜들 이러십니까. 저도 반납해야되요~

  6. 2008년 4월 15일
    Reply

    특히나 그만님은 여기오면 안되는 분이시고, 다른 분들은 모두 유해 차단 사이트로 등록하고 방문하지 말아야 오랫동안 블로깅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 입 맛 다시다 배고파서 블로깅 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ㅎㅎㅎㅎ
    오늘부터 칫솔님 큰일 났습니다. 트래픽 팍 줄 것같은 예감이 ~ ㅎㅎㅎㅎ 아싸~

    • 2008년 4월 15일
      Reply

      아고고 마루님까지 왜 이러세요~ 제가 굶어가면서 블로깅하는 걸 원하시는 거였어요? ㅜ.ㅜ

  7. 2008년 4월 15일
    Reply

    지름교 전도사가 되신 칫솔님 ㅡㅡ;;;

    ps.이제.. 좀 한가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블로깅을 맘껏 할 수 있게 한가해진듯^^; 언제 소주나 한번 ㅋㅋ

    • 2008년 4월 15일
      Reply

      지름신 선도사가 되고 싶은 꿈은 있어요. 로또 되면~ ㅋㅋ
      그나저나 좀 푹 쉬시고 마음이라도 편해지면 그 때 한 번 뵙도록 하죠~ ^^

  8. 김형근
    2008년 4월 15일
    Reply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근데…제가 알기로 배터리 포함해서 1.42kg(3셀+DVD 또는, 6셀+empty)이거나, 1.5kg(3셀+확장배터리), 1.51kg(6셀+DVD), 1.59kg(6셀+확장)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는지요?? 물론 3셀+empty면 1.33kg구요. 실제 계측값과 어느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1.79kg은 아닐 것 같네요..ㅠ.ㅠ
    또 1.33kg이면 1.36kg의 에어보다 30g 적은 거 아닌가요? ^^;

    아, 그리고 운영체제는 비스타와 XP 둘 다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2008년 4월 15일
      Reply

      아.. 무게에 약간 착오가 있었군요. 30g 더 가볍다가 맞기는 한데…
      근데 1.79는 제가 잘못 안 게 아니라 레노보 홈피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한번 확인해보시길~

    • 김형근
      2008년 4월 15일
      Reply

      허걱….레노버 홈페이지에 잘못된 사양이 올라가 있는 것 같네요..OTL

      1.79kg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값인지…ㅠ.ㅠ

      아침에 정확히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9. 2008년 4월 15일
    Reply

    전 이번에 T61 샀는데… 저거도 엄청 끌리더라고요 근데 너무 비싸고 시퓨 클럭도 낮아요 ㄲㄲ 저한테는 안어울리는 물건입니다

    • 2008년 4월 15일
      Reply

      헐 T61도 좋아요. 레노버에서도 성능을 원하면 T61을 쓰라고 하니깐요. T61.. 부러워요. 시마시마님~

    • 2008년 4월 16일
      Reply

      나중에 지르걸랑 꼭 염장 포스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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