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야~ 뽀대나는 발표회 말고 소통부터 하자꾸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3월6일 오전 소니 코리아가 캠코더 6가지(DCR-SR42/SR62, SR300/SR200, HDR-UX7/UX5)를 한꺼번에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07년 소니의 캠코더 라인업을 소개하는 자리였기에 널직한 공간을 빌려서 시끌벅적하게 진행하더군요. 입구에 촬영 세트와 제품을 맛보기로 전시해 놓았고 무대 배경을 발표회의 컨셉에 맞춰 캠코더로 만드는 등 겉으로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 행사에서 무슨 제품을 냈는지는 디지털리스트 님의 소니 핸디캠 신제품 – HDD 캠코더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날 소니가 6가지 캠코더들을 소개하면서 강조한 것은 UCC였습니다. 요즘 이용자들이 직접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 컨텐츠들이 많아지니까 소니가 동영상을 촬영하는 캠코더를 연관지으려 한 것이죠. 발표에도 나름대로 그런 특징 몇 가지를 접목하려 애썼습니다. 소니 코리아 스태프들의 편한 옷차림-청바지와 흰색 상의, 그리고 하늘색 스카프(?)-으로 자유롭게 동영상을 찍는 일반인들처럼 보이려는 것이나 시연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 스타일로 만들어서 보여준 것 등은 이전과 다른 노력들이었습니다. 시연 영상은 윤여을 사장께서 모델을 하셨던데 날이 갈수록 연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ㅡa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무튼 소니가 새로운 자사 캠코더와의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쇼는 거의 여기서 끝났습니다. 이후에는 제품 개발 배경이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주로 시간을 쓰더군요. 물론 이용자 생산 컨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 해 발표했던 클리어비드 기술에 XV 컬러라는 새 기술을 섞어 좀더 풍부한 색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거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영상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 적잖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지켜보니 좀 혼란스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시작을 할 때 윤여을 사장은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는 동영상 컨텐츠를 위한 캠코더를 말했는데,  그 이후 대부분은 HD 캠코더의 발전사나 새 캠코더의 HD 화질, 영상 효과 등에 치중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캠코더를 만들어 팔아야 할(사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려고 인터넷 통계를 끼워 넣어 설명을 하니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뭘 말하려던 것일까요? 처음은 우리가 접하기 쉬운 동영상을 잡아내는 캠코더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는데, 마무리에는 HD 시대에나 어울리는 무거운 기술과 기능을 가진 새 캠코더를 꺼내 놓은 것입니다. 급 실망이었죠. 지금 동영상 유통 구조로 볼 때 소니가 오늘 발표한 새 캠코더들을 써서는 결코 쉬운 동영상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금 업체들이 말하는 UCC는 대부분 동영상 컨텐츠를 일컫습니다. 이러한 동영상 컨텐츠의 주 유통 경로는 인터넷일 겁니다. 자기가 찍은 영상을 직접 편집해 DVD 타이틀로 간직하거나 나눠주기도 하지만, 이는 거의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를 하거나 전파를 시킵니다. 방송이나 온라인 매체 역시 인터넷을 통해 건네진 이용자 생산 동영상 컨텐츠를 쓰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장 큰 유통 채널은 인터넷인 셈이지요.


소니의 UCC, 즉 동영상 컨텐츠를 위한 캠코더라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이러한 상황에 특화된 게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데 알맞는 영상의 크기와 화질을 가진다면 이용자도 한결 편하게 자기가 만든 컨텐츠를 공유할 수 있으리라고 봤던 것인데, 이런 건 전혀 없더군요. 특히 번들 프로그램을 깔지 않은 PC에서는 소니 캠코더로 촬영한 HD 동영상 파일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공유와 편집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용자는 노트북을 들고다니던지, 번들 CD를 들고다니며 캠코더를 연결하는 PC에다 깔면서 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자 생산 컨텐츠를 위해 만든 캠코더라면서 이용 환경을 제끼고 기술력과 기능만을 강조한 것은 초점이 안맞은 느낌입니다. UCC라는 말을 쓰더라도 요즘 인터넷을 통한 이용 환경에 대해서 말을 말던지, 더욱 성능이 좋아진 HD 캠코더로만 표현을 하던지, 공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만한 기능을 넣든지 했다면 공감이 갔을 텐데 점점 방향이 다른 데로 흘러 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물론 크기 작아서 좋고 많은 시간을 녹화할 수 있고 독특한 영상 기법을 넣은 것은 다 좋습니다. 하지만 윤여을 사장님. 이날 셀프 촬영하셔서 행사장에서 방영하신 동영상 컨텐츠를 인터넷에 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쉽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용자가 생산하는 동영상 컨텐츠가 꼭 인터넷 용이라고만 말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이 질 좋은 동영상 컨텐츠 만드는 것은 때에 따라 필요할테니까요. 이날 발표한 소니 캠코더 역시 질좋은 이용자 생산 동영상을 위한 영상 효과와 기술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용자가 전문 감독이 아니라도 쓰는 법만 알면 아주 멋진 동영상은 찍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니 캠코더를 비롯해 어느 캠코더를 쓰더라도 이용자 컨텐츠의 가공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합니다. 디카나 휴대폰에서 MPEG 4 SP로 찍은 허섭스레기 같은 화질의 동영상을 쓰는 그 이유를 말입니다.


발표회에서 제품을 일방적으로 소개하고 억지 이유를 달고 난 뒤 모두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말을 아끼려 드는 소니가 가엾습니다. 점점 말을 아껴가는 기업이 어찌 소통을 위한 도구를 만들겠다는 건지… 그래서 갑자기 이런 말이 하고 싶어지네요~


소니야~ 예전에는 안그랬잖니. 이제 다시 말 좀 나누면서 살자꾸나. 응?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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