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HDR-MV1, 영상 녹화는 ‘덤’인 보이스 캠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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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어떤 순간을 영상물로 남기고 싶을 때 캠코더를 이용한다. 때문에 수많은 캠코더들이 영상을 녹화하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좋은 품질의 영상을 남길 수 있는 기능과 성능을 넣으려 애쓰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캠코더가 기능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액션캠처럼 움직임이 많은 야외 활동에서 쓸 더 가볍고 방수 기능을 가진 특화형 캠코더 시장도 존재해서다.


그런데 액션캠처럼 활동성이 많은 특화형 캠코더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일반 캠코더를 눈여겨 보기 마련이다. 좋은 화질과 줌 성능, 쉬운 조작성 등 꼼꼼하게 따져본다. 그런데 일반 캠코더처럼 생겼으면서 특화형 캠코더처럼 써야 한다면 반응이 어떨까? 소니가 HDR-MV1(이하 소니 MV1)을 보면 그런 의문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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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MV1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고 가볍다.
소니는 MV-1을 ‘뮤직캠’이라고 소개한다. 소니 스스로도 이 제품은 아마추어 음악가를 위한 제품이라고 말한다. 누가 사야할지 명확히 알고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 목적으로 쓰지 않으면 필요로 하는 기능도, 성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일반 환경에서 줌이 없는 캠코더를 상상했는가? 화질이 그럭저럭인 캠코더를 고르겠는가? 미리보기 화면이 옆에 붙어 불편한 캠코더를 다루겠는가? 아마 몇 가지만 따져도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일반 환경에서 소니 HDR-MV1로 영상을 찍을 때의 기능적 특징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이 제품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멀쩡하게 보이는 만듦새 때문이 아니다. 영상을 찍는 것보다 소리를 담는 능력이다. 렌즈 아래에 고감도 마이크 두 개를 엇갈리게 배치, 좌우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거의 놓치지 않고 잡아 낼 뿐만 아니라 외부 마이크를 쓰지 않음에도 소리 품질이 제법이다. 악기가 내는 소리를 뭉개지 않고 저장하는 녹음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해가 될 수 있는 미리보기 화면도 옆쪽으로 붙여 반향을 없앤 것이고, 음악을 녹음하는 좁은 스튜디오 또는 작은 방에서 녹화하는 이들을 위해 120도 광각으로만 영상을 찍을 수 있게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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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V1으로 촬영한 실내 영상이 다른 캠코더에 비하면 아주 깨끗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소니의 이미지 기술을 다 담았다지만, 렌즈와 센서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지나치게 광각이어서 조금 넓은 공간의 녹화는 오히려 이질적인 느낌이다. 실제 얼마 전 강남의 스튜디오에서 6명이 여유 있게 나란히 앉아서 연주하던 어쿠스틱 음악 밴드 ‘스탠딩 에그’를 MV1으로 촬영했는데, 한쪽 끝에서 녹화해보니 이들을 화면에 담고도 여유가 남을 정도다. 줌을 할 수 없으므로 삼각대를 가까이 밀지 않고는 화면을 꽉 채운 느낌으로 녹화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으로 소리의 치우침이 없이 고르게 담아낸 소리는 유일한 소득이다. 무압축 리니어 PCM으로 녹음하므로 다른 압축 사운드보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MVR 스튜디오를 이용해 약한 콘서트홀 반향 효과를 적용한 영상


다만 공간적인 특성 때문에 효과가 살아나지 않아 소리가 밋밋한데, 이는 MV1용 소프트웨어에서 보강할 수 있다. MVR 스튜디오는 비록 초보적 기능만 제공하지만, 불필요한 장면을 없애고 콘서트홀 같은 소리 효과나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녹음된 오디오 부분만 추출해 WAV 형식으로 저장해 따로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처럼 소리에 초점을 맞춘 MV1은 분명 일상적인 캠코더로 쓰기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줌이 불가능한 120도 광각 촬영 능력을 이용한 자동차용 블랙박스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들지만, 거치가 어려워 그런 접근이 어려울 듯하다. 녹화 중 사진을 찍는 기능도 없고 무조건 1080/30P로만 촬영할 수 있다. 소리에 방해되는 장치는 모두 배제해 터치로 조작할 수도 없다. NFC로 연결한 스마트폰으로 영상 화면만 보일 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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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C로 스마트 장치와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가 중요한 녹화라면 어떨까? 단지 소리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맛이 들어 있는 팟캐스트나 강의를 녹화하는 용도라면 조금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상에서 영상보다 음성을 우선한 녹화가 필요한 상황이면 쓸만하지 않을까? 뮤직캠 대신 보이스 캠코더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범용성의 한계를 넘기는 어려운 제품이다.

덧붙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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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만듦새에 비하면 고무 재질의 렌즈 덮개는 너무 초라한 데다 줄을 연결하는 부위가 쉽게 끊어져 자칫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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