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따지는 프린터 시대는 끝났다. 그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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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린터에서 인쇄하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프린터는 이미 속도의 시대에서 벗어났어요. 프린터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용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프린트를 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대거든요.”

어제 상하이에서 열린 HP 글로벌 이미징 프린팅 컨퍼런스 ‘이노베이션 오브 임팩트'(Innovation of Impact)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 HP 김미진 이사의 말입니다. 프린터라면 항상 속도나 잉크, 토너 같은 소모품의 비용 절감 등을 이야기하던 HP 임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조금 의외일 지도 모르지만, 변화의 가속도가 붙고 있는 개인 컴퓨팅 시대에서 프린터가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빠른 프린터, 소모품 비용이 덜 드는 프린터만으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프린터 산업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창조적 파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지요.

프린터 업계, 정확하게 HP의 창조적 파괴가 시작된 것은 사실 행사가 열린 어제가 아니라 지난해였습니다. PC 없이 모든 무선 장치에서 인쇄를 할 수 있는 e프린팅 기술을 지난 해 홍콩에서 선보였기 때문이죠. 이는 모바일 시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대비하는 프린팅 환경의 변화를 맨 먼저 시도한 것입니다. 프린터마다 e메일 주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서 소비자는 자기가 쓰고 있는 PC나 패드, 스마트폰 등 장치에 상관 없이 인터넷을 통해 어디에서나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프린터로 인쇄를 할 수 있는 e프린터는 벌써 1천 만대가 보급되었고, 올해까지 2천 만대 보급을 예상할 정도로 순조로운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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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가 비트로... 비트가 원자로...
하지만 어제 행사에서는 e프린팅과 더불어 이용자가 단순히 프린터를 통해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 좀더 발전된 개념을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 해 LA에 떨어져 있던 제프리 카젠버그로부터 e메일을 e프린트로 받았던 HP 비요메쉬 조쉬 IPG 부사장은 기조 연설에서 원자와 비트의 관계를 통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선순환적 관계를 통해 프린터의 역할이 확장될 것임을 강조한 것도 그러한 이유지요.

“많은 이들은 앞으로 인쇄물 없이 100%의 디지털 정보를 디지털 장치를 통해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통해서 말이죠. 하지만 모든 것을 디지털로만 소비할 수는 없습니다. 종이처럼 만져야 하는 것들의 감성은 디지털로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요. 결국 종이가 가진 원자와 디지털 장치의 비트가 서로 순환적인 구조를 갖게 될 겁니다. 이는 실체 공간에서 가상 공간으로, 다시 서로 공간을 바꿔서 움직이는 동안 새로운 사업 영역이 열리는 것을 뜻하죠”

결국 어느 세계든 간에 같은 컨텐츠가 프린터를 통해 생산되거나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바꿔 프린터 중심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것이 HP의 목적입니다. 그것이 집이든 사무실이든 대형 광고판, 인터넷이든 상관 없이 어떻게든 프린터의 사용성을 높여 그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이야기는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프린터(또는 복합기)에 있는 스캐너로 아날로그의 디지털화를 할 수 있고 프린팅 기능으로 디지털을 아날로그화 할 수 있으니까요. 단지 그 사용성을 늘리는 기술과 제품은 다릅니다. 단순히 디지털화된 것을 e프린트처럼 이용자가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아날로그화하는 것은 결코 같은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또한 평면 스캐너를 이용하면 종이라는 아날로그를 디지털화하는 데도 그다지 어려움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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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샷 프린터
그러나 확장은 필요한 법이지요. 이번 컨퍼런스에서 맨 처음 소개한 ‘탑샷'(Top Shot)은 또 다른 사용성을 가진 제품입니다. 탑샷은 복합기에 붙어 있는 카메라를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물체를 촬영하는 장치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 되는 일이지만, 간단한 촬영을 할 때는 카메라보다 편하게 쓸 수 있지요. 작은 사물은 언제든 스캐너 위에 올려 놓고 디지털 이미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탑샷과 같은 제품을 이용해 우리 주변에 보이는 작은 사물이 프린터를 거쳐 손쉽게 디지털화 하는 것, 이로 인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원자와 비트를 맞바꾸는 일들이 일어날수록 프린터 비즈니스는 더욱 견고해지겠지요.

이는 최근 프린터에 쏟아지는 이유 있는 질문, 특히 ‘왜 프린터를 쓸까?’라는 질문에 대한 HP가 내놓은 수많은 답 중 하나입니다. 모바일 장치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확산으로 점점 프린트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새로운 기능을 얹어 그 사용성을 늘림으로써 컨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것은 틀리다고 보긴 힘드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보다 HP에게 남은 가장 큰 고민은 종이와 잉크가 가진 감성의 회귀입니다. 지난 해에 보여준 창조적 파괴, 그리고 올해 시작하는 경험의 확장과 더불어 종이와 잉크의 감성을 되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3살 짜리 아이에게서 찾으면 되겠지요. 터치스크린에 익숙해 있는, 종이의 잉크의 감성에 인색한 아이들이 늘어날 수록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날 저와 인도 기자가 스티브 나이그로 APJ(아시아 태평양/일본 IPG) 임원에게 “왜 프린트를 하느냐?” 같은 질문을 던진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점점 익숙해 지는 터치 스크린에 익숙해지는 사용성에 의문을 가진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했지만, 그는 이렇게 답을 했죠.

“컨텐츠가 궁극적으로 프린트를 할 가치가 있는지 봐야 합니다. 한번 보고 던져 버릴 수 있는 것이면 프린트를 할 필요가 없지요. 보관을 하고 상호 작용을 하는 컨텐츠가 늘기 때문에 인쇄해야 할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예측은 못하지만, 인쇄를 하는 이유가 점점 늘고 있어요.”

그의 말대로 인쇄를 해야 하는 이유가 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주변에서 보이는 현상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좀 괴롭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인도에서 HP가 시민 단체와 함께 하고 있는 글 쓰기, 그림 그리기 활동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을 쓰고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여러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펜으로 종이에 직접 글을 써 보게 하는 것으로 종이와 잉크가 주는 감성을 직접 경험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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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렛과 팩커드
빠르고 고품질 인쇄를 하는 프린터는 기본이 된지 오래. 그리고 e프린트라는 기술도 매우 훌륭하고 다양한 프린트 앱을 이용한 컨텐츠 인쇄도 돋보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감성 프린트. 내년 HP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프린트 기술이나 프린터의 등장을 기대합니다. 37년 전 휴렛과 패커드가 세운 IPG의 비전이 담긴 감성 프린트 기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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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3 Comments

  1. 마카롱
    2011년 9월 11일
    Reply

    정말 프린터를 왜 써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프린터 업체들도 고민이 깊겠네요. 잘 보고 가요~

    • 칫솔
      2011년 9월 14일
      Reply

      그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하더군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고맙습니다. ^^

  2. 2011년 9월 12일
    Reply

    “클라우드 프린팅, 예약 출력 좋은 기술이다. 하지만 왜 이런 기능을 이용해야 하는가. 굳이 우리가 프린팅 기기를 계속 이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왜 프린트를 해야 하는가?”“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 돼 있는데 사진을 굳이 지인의 프린터에 전송하는 방법으로 공유를 할 필요가 있는가?”지난 8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켈리 호텔에서 열린 HP의 이미징프린팅 신제품 발표회 ‘이노베이션 포 임팩트(INNOVATION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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