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나는 프라다를…

1. 잘가라~ 블루 블랙!
사용자 삽입 이미지거의 만 2년을 함께 한 블루 블랙을 떠나보냈다. 휴대폰 평균 수명이 1년 안팎도 이제 될까말까한 우리나라에서 1년 쯤 생명을 연장했으니 그래도 괜찮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한다. 블루 블랙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휴대폰으로서 반드시 잃지 말아야 할 기능의 퇴화가 너무 일찍 진행되었던 것이다. 점점 떨어져가는 수신율과 통화 품질의 이유가 그저 시간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도구로서 그 재주를 다하지 못함은 내게 다른 선택의 이유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블루 블랙 덕분에 블루투스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고, 떠나 보내는 그 순간에도 그 재주 하나만은 여전히 아쉽다.


고맙다. 블루블랙~ 이젠 푹 쉬거라.


2. 반갑다~ 아이폰!
사용자 삽입 이미지떠나보낸 블루 블랙을 대신하려고 아이폰을 산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안터진다는 사실은 눈이 아프게 보고 귀가 따갑게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단지 뉴욕 출장 중에 애플이 값을 내린 그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져 늦은 밤 애플 스토어를 찾아가 카드를 긁었다. 지름신과 동반된 쇼핑은 아니었다. 원래의 목적은 아이팟 터치였으나 실망스러운 제원을 보고는 마음이 돌아섰을 뿐이다. 물론 출장을 떠나기 전 아이폰을 미리 만져보고 간을 본 상태였기에 가격 인하 소식은 아이폰을 사는 데 불을 당긴 촉매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로 못쓰는 반쪽짜리 아이폰일지라도,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갖고 노는 재미만큼은 UMPC나 노트북 못지 않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한 가지 번거로운 문제가 있다면 가는 곳마다 인터넷이 되나 안되나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는 점 뿐.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된 우리나라에 공용 무선랜이 의외로 많지는 않다. 신호 강도도 많이 약하고. 넷스팟을 가입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래도…


아이폰, ‘웰컴 투 코리아’.


3. 어서오라~ 프라다폰!
바다 건너 출장을 다녀온 뒤부터 PRADA라는 상표가 또렷한 휴대폰을 쓰고 있다. 그렇다. 프라다폰이다. ‘프라다’. 익히 알려진 패션 브랜드지만 이를 명품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주관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저 ‘흔히 말하는 명품 브랜드 목록에서 쉽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 이 정도면 과장된 표현은 아니리라 여기고 싶다…


사실 디지털 장치에 대한 지나친 탐구욕과 소유욕만큼은 프라다를 향한 마니아의 관심을 넘어선다고 자부하지만 패션에 대해 각별한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강한 열정을 지닌 것도 아니어서 프라다에 선망의 눈길을 보낸 적은 거의 없다. 프라다폰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지만, 결국 지금 프라다의 브랜드 때문에 그 휴대폰을 쓰는 셈이 됐다.

프라다폰을 쓰기로 한 것은 기능과 성능, 스타일 그리고 가치의 보편성에 관심을 가져서다. 아이폰을 만지면서 익숙해진 터치의 느낌과 프라다폰만의 필기 입력을 맛보고 싶었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동안 시간 때우기 좋은 DMB와 프라다폰으로 찍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내는 재주까지 성능이 그리웠다. 어떻게 보면 프라다폰은 네트워크에 강한 아이폰과의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주와 개성을 지녔기에 내게 있어 둘의 궁합은 금상첨화다.

무엇보다 프라다라는 브랜드가 가진 틀을 깨는 가치의 보편성을 가진 유일한 제품이라는 점이 선택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누구나 프라다를 가질 수 있고, 걸을 때마다 바지 주머니 속에서 프라다가 헤엄치고, 쇼파 위에 프라다를 팽개치고, 사무실 책상 위에 프라다가 나뒹구는 풍경을 어디에 가서 볼 수 있을까? 그 고귀하신 브랜드가 새겨진 휴대폰에게 이 같은 만행(?)을 부릴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던가? 고상한 척 하지 않고 아주 잠깐이나마 프라다폰에 대한 가학적인 기쁨을 맛보는 기분이 또 있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고 했던가?
어쩌면 나는 지금… 프라다를 테러하기 위해 프라다폰을 쓰는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덧붙임 #
이후부터 종종 프라다폰과 아이폰을 비교하는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사실 두 장치는 성격이나 형태가 전혀 다르고 장단점도 뚜렷하게 다르지만, 상황에 따라서 둘을 비교해보는 것도 조금은 재밌지 않을까 하네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7 Comments

  1. 2007년 9월 17일
    Reply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고? 종교단체가 프라다 테러하겠군

    • 2007년 9월 17일
      Reply

      어떤 테러가 올지 기대된다는… -.ㅡㅋ
      (그런데 옐님의 댓글이 왠지 공격적으로 느껴지는데요.)

  2. 2007년 9월 17일
    Reply

    어째 다른 파워블로거분들도 다 프라다를 쓰시고..

    다들 어디선가 후원을 받으신듯한 냄새가..(쿨럭)

    • 2007년 9월 19일
      Reply

      천사에게는 삐삐가 최고 아닐까요? ^^

  3. 이미 프라다폰이 발매된지 깨나 되었지만 , 얼마전 프라다폰을 지르게 되었다는 포스팅을 하였다. 패셔니스타의 선택에 나도선택 하였으며,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많은 분들이 프라다폰을 높..

  4. 2007년 10월 15일
    Reply

    늦게나마 댓글 달아요..=3=3=3

    이렇게해서 프라다폰 쓰게 되셨군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