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를 품는 PC업체들

지난 1분기 PC 시장 보고서를 본 많은 이들은 PC 업계가 떨어지는 출하량과 매출에 매우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확실히 체감했을 것이다. 쉬운 컴퓨팅으로 패러다임이 옮겨 가는 흐름 속에서 휴대가 간편하고 다루기 편한 터치형 단말의 수요가 고전적 PC의 수요보다 더 많아 벌어진 현상이다. 이는 6개월 전에 출시된 윈도8이 PC 시장을 이끌 동력으로 부족하다는 것으로 보는 것보다 쉬운 컴퓨팅에 대한 욕구를 만족한 장치가 무엇이냐의 관점에서 시장을 다시 봐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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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8을 채택한 소니 바이오 하이브리드 PC.

쉬운 컴퓨팅의 흐름에 대한 예측을 잘못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PC 업계의 대응은 안일했다. 터치 환경에 맞는 운영체제와 장치만 준비했을 뿐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진 않아서다. 제조 비용 절감과 이익의 개선, 윈도8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PC 업계는 요지 부동이었다. MS가 바뀌지 않고선 종전의 방식 대로 PC를 만들어 팔 수밖에 없는 고착화된 PC산업의 구조가 문제였다.

특히 윈도 중심적인 PC 산업 구조에서 PC 제조사는 운영체제 라이센스 비용을 고정 비용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부품 단가를 내려도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윈도를 제거한 PC를 만들어 팔고 싶어도 사용성을 보장할 수 없고, 다른 운영체제를 쓴다고 해도 장치의 한계에 부딪쳐 쉽사리 선택하기 힘들었다. 넷북이 큰 인기를 얻던 시절 많은 PC 업체들이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채택하고 판매가를 100달러 내렸지만, 리눅스 넷북은 한동안 재고로 쌓아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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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서의 안드로이드 넷북. 2009년에 공개됐다.

하지만 최근 PC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윈도를 배제하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더구나 윈도를 빼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영체제로 대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윈도의 대체제는 다름 아닌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밖의 여러 스마트 장치에서 쓰고 있는 개방형 운영체제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이 운영체제를 가져다 쓸 수 있다. PC보다는 휴대용 장치에 많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PC 운영체제로도 쓰인 적이 있기는 하다. 몇 년 전에 에이서와 HP가 안드로이드를 접목한 넷북을 공개한 적이 있어서다. 물론 당시 안드로이드 PC는 성공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가 x86 계열의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운영체제가 아니었고, PC 이용 환경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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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가 5월 중 요가 폼팩터에 안드로이드를 얹은 PC를 내놓을 지도 모른다.

그랬던 안드로이드가 PC용 운영체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레노버가 안드로이드 기반의 11인치 요가 컨버터블 PC를 5월 중에 공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고, HP와 에이서, 에이수스 역시 3분기 안드로이드 기반 PC를 선보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최근 인텔 관계자가 “안드로이드 노트북은 200~300달러 수준이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드로이드 PC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 상태다.

그러면 왜 지금에 이르러 PC 업계는 다시 안드로이드를 주목할까? 먼저 안드로이드가 x86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하드웨어 적응력을 키웠다는 점이다. 2011년 가을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인텔과 구글은 인텔 아키텍처에서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그 이후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를 함께 실은 스마트폰이 레노버와 모토롤라, Xolo 등에서 출시되어 점차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안드로이드가 x86 생태계에도 최적화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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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넷북용 프로세서인 베이트레일은 안드로이드를 공식 지원한다.

여기에 x86을 이끌고 있는 인텔 역시 안드로이드 진영을 위해 화답을 보내고 있다. 운영체제 때문에 속을 끓였던 인텔은 구글과 안드로이드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는 프로세서는 모바일용 아톰이었다. 넷북이나 태블릿에 쓰는 아톰 프로세서는 안드로이드와 쉽게 친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인텔이 지난 4월 북경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가을에 출시되는 태블릿용 아톰은 윈도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에도 최적화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더 고성능, 저전력 프로세서를 윈도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에서도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좀더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텄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를 주목하는 것은 PC 제조사다. 전통적인 PC 제조사들은 여전히 ARM보다 x86 중심의 제조 생태계에 더 친숙하다. PC 제조사들은 x86 제조 플랫폼의 경험이 많은 반면 낯선 ARM을 도입하면 제품 개발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장의 요구가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짧기 때문에 좀더 효율적인 제조 플랫폼을 유지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것이다. 때문에 x86 플랫폼 위에 안드로이드처럼 고정 비용을 제거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얹으면 PC 제조사들은 가격과 품질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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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선보였던 안드로이드 넷북 컴팩 에어라이프 100.
이처럼 안드로이드는 PC 제조사들이 갖고 있는 특색을 유지하면서 그 단점을 메울 수 있는 운영체제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를 PC에 접목하는 일은 쉽다는 말은 아니다. 거의 완성된 형태로 공급하는 윈도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제조사 스스로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다. 하드웨어 최적화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데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가 보편적인 운영체제라고 해도 종전 PC 이용 환경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전의 PC와 같은 하드웨어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PC 이용환경이 웹으로 상당 부분 옮겨진 상태라 인터넷 호환성만 받쳐 준다면 다른 장치보다 훨씬 더 편하게 인터넷을 통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안드로이드에서 실행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 넉넉하고 이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안드로이드를 학습한 이용자가 많고 충분히 대중화된 운영체제이기에 안드로이드 PC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를 품는 결정적인 이유는 PC 제조사들에게 윈도를 배제한 다른 선택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PC 업체들에겐 대중성을 잃은 리눅스와 낯설고 재미 없는 크롬에 비교하면 대중성과 즐길 거리를 모두 갖춘 안드로이드를 외면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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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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