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돌비 애트모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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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코리아의 청음실에 있는 천장 스피커

“이런 스피커 시설을 집안에 갖춘다면 얼마나 돈이 들까?”

역삼동 돌비 코리아에 마련되어 있는 청음 시설을 둘러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듯하다. 단순한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이 아니라 천장에도 여러 개의 스피커를 달아 극장의 돌비 애트모스 환경을 꾸며 둔 이 공간을 둘러보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돌비 애트모스는 단순한 음장 효과가 아닌 공간에서 나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인코딩 기술이다. 종전 서라운드 입체 음향처럼 가상의 소리를 특정 방향에서 들리도록 꾸미는 게 아니라 실제 소리를 녹음할 때 그 위치 정보까지 함께 담은 뒤 실제 공간에서 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만든 것이다.

이를 테면 비가 내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시청자는 비가 내리는 장면만 화면에서 보게 되지만,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영화는 머리 위 지붕에서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처럼 장면 밖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물론 지붕의 높이나 빗방울이 부딪치는 사물의 높이에 따라 소리의 방향이나 위치를 바꿔 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공간에서 나는 소리까지 표현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였다는 것이 돌비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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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돌비 본사는 거의 극장 수준의 청음 시설을 갖췄다

돌비 애트모스는 1개 장면에 최대 128개의 오브젝트(소리 정보)와 그 소리의 위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간에서 그 소리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좌표에 맞게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많은 스피커를 써야 한다. 시청자의 앞뒤와 좌우 뿐만 아니라 머리 위에도 여러 개의 스피커를 달아 공간에서 소리 위치를 잡는 방식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돌비 애트모스를 위한 스피커 시설을 꾸민 영화관의 천장을 보면 이러한 스피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돌비 애트모스 시설을 갖춘 우리나라 영화관은 28개다.

그런데 머리 위쪽에 스피커를 달 수 있는 극장이면 몰라도 머리 위에 스피커를 달기 어려운 집이나 모바일 환경에서 돌비 애트모스는 어려운 기술처럼 보인다.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한 스피커가 필요한 시스템이라면 일반 환경에서 경험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돌비는 집이나 모바일 환경에서 돌비 애트모스를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에서는 공간에 소리를 그려낼 수 있게 천장쪽으로 반사음을 쏘는 스피커를 이용하면 되고,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돌비 애트모스 전용 제품이 아니어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갖췄다. 돌비 애트모스는 스피커나 헤드폰 등 소리를 출력하는 장치의 상황에 따라 지능적으로 공간의 소리를 그려낼 수 있는 기술이기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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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돌비 애트모스는 천장 반사음으로 소리를 표현할 공간을 찾는다.

분명 돌비 애트모스는 극장 뿐만 아니라 개인 환경에서도 쓸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는 마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당장 돌비 애트모스를 이용자가 집이나 모바일에서 즐기려면 걸림돌이 많다는 점이다. 장비와 컨텐츠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돌비 애트모스가 들어간 블루레이 디스크가 속속 출시되고 스피커와 재생 장치 환경만 바꾸면 가정에서 돌비 애트모스를 즐길 수 있는 반면 모바일은 한동안 돌비 애트모스와 거리를 둬야 할 듯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쓰려면 모바일용 컨텐츠만 필요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돌비 라이센스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쓰는 모바일 처리칩(AP)은 돌비 기술을 담아뒀지만, 실제로 이 기술을 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을 넣은 것과 별개로 돌비에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선 이 기술을 활성화할 수 없는 탓이다. 기술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자 하는 돌비와 이 라이센스를 샀을 때 제조 단가의 상승을 걱정하는 제조사의 다른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모바일용 컨텐츠나 이를 유통할 경로 조차 없는 문제도 있지만, 어찌됐든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쪽과 비용 증가 없이 제품을 내놓길 바라는 쪽 모두 양보할 의사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모바일로 즐기는 돌비 애트모스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도 한동안 누구도 그 경험을 말하긴 힘들 듯하다. 그렇다고 돌비나 제조사 모두 다른 이해를 하고 있으니 그것을 탓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상태가 오래 갈수록 모바일 이용자에게 돌비 애트모스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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